1980년대 중반쯤, 저는 한참 사업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털코트 7.000장을 팔았는데, 2.000장을 먼저 뉴욕으로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는 2.000장을 먼저 뉴욕항으로 보냈습니다. 그 당시 털옷(Pelz)은 미국 관세가 4%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의 물건의 통관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뉴욕세관에서 16%의 관세를 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의 물건 통관 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의 박사장님을 만나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뉴욕으로 보낸 털코트는 안감은 진짜 동물의 털이지만, 겉감은 포푸린 같은 섬유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세관에서는 털이 아닌 섬유로 취급이 되어 16%의 관세가 책정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물건을 뉴욕 세관에서 일 년전에 4%의 관세로 통과시킨 타 회사의 통관서류를 준비해서 그들에게 제출했더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만 시간을 주면 회의를 해서 결정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여서 할 수 없이 며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바쁜 와중에 일주일 동안이면 일이 해결될 줄 알고 7일짜리 왕복 비행기 표를 끊어서 왔기에 마음속으로는 약간의 조바심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5일 후에는 독일로 다시 출국을 해야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뉴욕의 제가 묶고 있는 호텔 앞에 아주 작은 한인교회가 있어서 새벽기도회에 나갔습니다.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성도들이었지만, 그 추운 날씨(뉴욕의 겨울은 무지 춥습니다)에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무척 신선해 보였습니다. 저의 소개를 하고 “왜? 뉴욕에 왔는지”를 말하고, 나의 문제가 속히 해결되어서 무사히 독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도 하였습니다. 다음날 새벽에도 역시 기도회에 참석해서 한참 기도를 하다가 앞을 바라보니, 특이하게도 목사님이 서 계시는 뒤 중앙에 십자가가 있고, 회중석에서 보기에는 십자가 왼쪽 편에 빨강 네온사인으로 된 불이 켜져 있는데, <다 이루었다>였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손과 발에 못이 박혀 운명하시기 직전에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인데, 나는 그 말씀을 보면서, 나의 문제도 내가 독일로 가기 전까지 <다 이루어 주시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나는 매일 같이 나의 물건의 통관 업무를 맡고 있는 박사장님에게 <세관에서 연락이 왔느냐?>고 물으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이 관광을 시켜준다는 것도 거절한 채 세관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틀 후면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데, “왜? 세관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도 새벽기도회에 가서 본 빨간 네온사인의 <다 이루었다!> 말씀이 생각나서 무척 힘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또 학교 선배님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네, 원래 군인이 되고 싶어 하셨잖았는가? 뉴저지에 웨스트포인트,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있는데 내가 안내해 줄께.> 사실 제 마음은 관광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만, 워낙 미국 군대를 좋아했었던 저인지라, 그것은 거절할 수 없어 학교 선배님과 함께 허드슨 강변에 있는 미국 육군 사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는 두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이젠하워와 맥아더였습니다.
한편 뉴욕 세관에서 오늘까지 연락을 주기로 했다는데, 박 사장님으로부터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내일 오후에는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약간의 근심을 하면서도 또 제 눈앞에 교회 앞면에 부착되어 있는 <다 이루었다>라는 빨간 네온사인의 말씀을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잡으라고 허락하신 기도의 밧줄을 힘차게 붙잡고, 뉴저지에서 허드슨 강변을 따라 서서히 뉴욕의 호텔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전화의 벨이 울렸습니다. 박사장님이었습니다. <어제 여러 번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허드슨 강변 쪽은 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 뉴욕으로 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사장님이 말했습니다. <뉴욕 세관 담당자에게서 어제 연락이 왔는데, 자기들이 실수했다고 4%로 통관세 적용하겠다고 통보가 와서 알려드릴려고 여러 번 통화를 시도 했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아침 일찍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담당자가 한 번 안된다고 하면, 절대 바뀌지 않는데, 제가 28년 동안 통관업무를 하면서 세관 담당자가 자신들의 실수라고 인정 하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었습니다.
그때, 또다시 새벽 기도회에 나가서 보았던 그 교회의 <다 이루었다>의 네온사인 말씀이 제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일주일 예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다가 일주일이 다 지나고 독일로 떠나야할 오늘 아침에서야 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너무나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그리고, 떠나갈 차비를 하고 짐을 꾸리고, 새벽 기도회에 참석했었던 목사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교회를 찾아 갔습니다.
교회 문은 열려있는데 아무도 없어서 뒷자리에 앉아 기도 하면서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앞을 바라보니, 이상하게도 오늘은 <다 이루었다>라는 네온사인의 말씀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잠시 후, 목사님 부부가 오셔서 오늘 떠나게 되었고, 관세 문제도 해결 되었다고 말씀 드리면서 <기도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왜? <다 이루었다> 네온사인을 벽에서 뗴어내셨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의외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 없었는데요. 저희 교회는 앞면 벽에 오직,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부착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구요!>라고 말씀 하시면서 오히려 저를 이상한 듯이 바라 보셨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면서도 성령님께서 저를 위로해 주시고 기도 응답의 확신을 주시려고 그렇게도 유난히 밝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처럼 빨강 색상의 <다 이루었다>는 말씀을 계속 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음을 깨닫고, 자상하고, 섬세하신 성령 하나님께 참으로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도 추운 새벽, 뉴욕의 작은 교회에서 일어난 너무나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건을 40여 년이 흐른 오늘까지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참으로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보잘 것 없는 나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시는 성령 하나님을 생각하며, 나의 삶을 모두 다 첵임 져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겸손하게 무릎을 꿇습니다. 지금도 기도하려고 눈을 감을 때면, <다 이루었다!>라고 빨갛게 명멸하는 네온의 불빛이 나를 벅찬 감동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김원영 아동은 인천광역시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슬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친부모는 아동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였습니다. 이후 엄마가 연락 두절되면서 아버지가 아동을 돌보았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아동은 조부모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김원영 아동은 2025년 현재 15세 된 여자 아동으로 중학교 3학년입니다. 리더십이 있어 반장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방과 후에는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며, 복싱을 좋아하여 주 2회 복싱 학원에서 운동합니다. 아동의 장래 희망은 자주 바뀌지만 요즘은 회사원이 되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후원은 김 원영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교민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해철 선교사 드림.
1427호 34면, 2025년 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