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어지신 나복찬 장로님을 보내면서

어지신 나복찬 장로님을 보내면서

이 무슨 괴변인가 믿기지 않는 사실
차차 회복되신다니 머지않아 뵙겠지
간절한 그 희망 고문, 물거품이 되었네!

오늘따라 하늘은 이리도 해말간데
우리들의 마음은 검은 먹빛입니다
주께로 뒤셀도르프 한인교회가 눈물을 떨굽니다

꾸밈없이 다감한 맑은 물 같은 사람
짊어진 삶의 무게 중심 바로잡으며
행복은 바쁨이라고 열심히도 사셨지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룩한 주일날에
돌잡이 웃음 띠며 맨 먼저 맞아주신
생생한 그 모습을 무슨 수로 잊을지 가슴 먹먹합니다

폭넓은 선교부를 흔쾌히 맡으셔서
애부터 어른까지 빈틈없이 챙겨 주시고
탄탄한 청사진을 그리며 잘도 해내셨지요

세월이 밀고 가는 삭막한 현실 앞에
힘차게 고개 들고, 푸르게 굽이치며
허황한 말보다 행동으로 지극정성 한 생전

둥굴레꽃 아내와 애지중지 자식들
교민 사회 받침대로 자리매김하시며
보람찬 꽃길 이루신 참 귀인이셨습니다

추억이 앉아 있는 허허한 빈자리에
해깍두기 눈물로 붉게 물든 얼굴들
살면서 사랑하면서 영이별은 슬퍼라

구구절절 해맑은 함초롬한 삶의 향기
무용담이 따로 없는 정중한 행동거지
가시는 임의 영전에 깊숙이 숙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시고 다독이며
생색내지 않으시고 가지런히도 사신
면면이 고운 모습 사리, 우러러 모십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줄기찬 단심으로
반들대는 몽돌이 파도와 어울리듯
믿음의 기름 부으시며 성전 聖殿의 대들보로

한평생 몸담으신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아낌없이 속속들이 쏟으신 헌신 봉사
우람찬 청 청 거목으로 길이길이 빛나리

이 세상에서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지요
육신의 괴로움도 영혼의 고통도 없는
무궁한 하늘나라에서 부디 안식을 누리셔요

슬기로운 혀로 슬픔을 위로 하며
살아생전 쌓으신 속 깊은 어진 품행
천국의 조화로움을 그지없이 믿습니다

자나 깨나 내 집처럼 되 가꾸신 공동체
방울땀에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면서
보답을 바라지 않고 언제나 감탄하며

박용환 담임 목사님과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힘줄처럼 이어가는
교회로 이뤄가도록 어기영차 응원해 주시어요

힘겹게 멀리도 온 길 위로받고 추스르며
서로의 등불 되어 노을 향해 가는 우리
언젠가 주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안녕! 안녕!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효린 강정희 올림

1428호 15면, 2025년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