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아리’ 건립 6주년…“기억을 지키는 일에 한인사회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9월 27일 베를린 모아비트서 기념행사…마림바 연주•군사적 성폭력 강연•공개토론 진행

베를린 모아비트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 ‘아리’가 올해로 건립 6주년을 맞는다. 코리아협의회는 오는 9월 2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베를린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Quitzowstraße 103, 10551 Berlin)에서 아리 건립 6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는 ‘기억•이해•연대•평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과거의 사건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전쟁과 군사주의,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를 함께 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 기념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예술과 강연, 토론을 통해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질문하는 자리로 구성된다.

첫 순서로 한국인 타악기 연주자 이현송의 마림바 연주 〈공명하는 부재 – 무엇이 망각되는가?〉가 펼쳐진다. ‘기억’을 주제로 한 솔로 퍼커션 프로젝트인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기억의 흔적을 소리로 되짚는다.

이현송은 소리와 이미지, 교육, 공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타악기 연주자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진 듯 보이지만 우리 안에서 계속 울리는 기억을 관객과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무엇이 기억되고 무엇이 망각되는지, 그리고 기억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예술의 언어로 묻는다.

이어 마고 오카자와-레이(Margo Okazawa-Rey)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명예교수가 〈군사적 성노예제와 폭력: 되풀이되는 가부장제의 낡은 각본〉을 주제로 강연한다.

오카자와-레이 교수는 30년 넘게 군사주의와 젠더 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해 온 활동가이자 교육자로, 국제 반군사주의 여성 네트워크(International Women’s Network Against Militarism)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에서도 오랜 기간 연대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강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와 한국전쟁 전후 한국의 군사 성매매, 그리고 오늘날 미군기지 주변에서 이어지는 여성 착취의 문제를 연결해 살펴본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전쟁, 군사주의, 가부장제라는 공통된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동시에 피해 생존자들의 경험과 저항, 그리고 이를 이어 온 여성주의 운동도 조명한다. 이러한 폭력의 구조가 왜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하며, 강연 후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유 토론과 질의응답도 진행된다. 강연에는 독일어 통역이 제공될 예정이다.

‘아리’를 지키는 일, 한인사회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베를린의 소녀상 아리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전시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기억의 공간이다. 동시에 독일 사회 안에서 한국의 역사와 인권 문제를 알리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평화와 여성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억은 한 번 세워진 기념물만으로 저절로 보존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때 비로소 기억은 살아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6주년 행사는 베를린의 특정 단체만의 행사가 아니라, 독일에 살아가는 한인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자리다. 특히 독일에서 성장하는 한인 2세와 3세, 유학생과 청년 세대에게도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한국의 과거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권과 전쟁,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현재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독일 사회에서 한국의 역사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기 위해서는 현지 시민들의 연대만큼이나 재독 한인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누군가 대신 기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현장을 찾고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기억을 이어가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아리가 베를린에서 맞는 여섯 번째 해. 이번 기념행사가 지난 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베를린과 인근 지역 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 행사 안내
일시: 2026년 9월 27일(일) 17:00-18:00
장소: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 Quitzowstraße 103, 10551 Berlin

기사제공: 코리아협의회

1476호 22면, 2026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