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곡의 봄빛 선율로 수놓은 칼스루에 신년음악회

칼스루에. 지난 2월 15일 칼스루에 한인회의 2025년 신년회를 겸한 음악회가 칼스루에 크닐링엔에서 열렸다.
전형적인 추운 겨울 날씨에도 성황리에 개최된 이 행사에 칼스루에 지역은 물론 독일 각지에서 방문해주었다.
사회자인 정연호 임원이 개회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행사는 국민의례와 국기에 대한 경례, 해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먼저 간 회원들에 대한 묵념 등 일련의 순서를 거쳐 칼스루에 이종원한인회장이 환영의 인사를 하였다.

이종원회장은 좌중을 향해 ‘푸른 뱀이라는 을사년은 생명과 성장력 즉, 지혜로운 변혁과 발전을 상징한다’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가운데 발전된 한해를 기원하였다.

정성규 재독한인초연합회장은 올해도 벌써 두 달째의 중순에 이르렀다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지닌 우리 재독 한인들이 건전한 생각을 당부하였고,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차순우영사는 행사를 위해 헌신한 칼스루에 한인회의 수고를 언급하였다.

이어 남부독일한인회장단협의회 한상원회장이 단상에 올라 “칼스루에 한인회는 남부지역 한인배구대회에서 지난 수년간 응원상을 다수 차지해온 저력을 과시해왔는데, 오는 5월 계획한 배구대회에서도 대활약을 기대한다”면서 작년의 60주년 기념신년회처럼 아름답고 격조 높은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선정한 올해의 감사장은 조명성회원이 받았다. 칼스루에 한인회를 위해 봉사한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어 이종원 한인회장에 의한 내빈소개와 우리나라 홍보영상 상연을 끝으로 이날의 신년음악회 무대가 열렸다.
첫무대는 칼스루에 한글학교 학생들이 채웠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받쳐 입은 아이들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다섯 글자 예쁜 말’을 불렀고, 특히 “까치까지 설날은 어저께고요…”로 시작되는 동요 ‘설날’을 부를 땐 청중도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본격적인 음악회는 칼스루에를 기점으로 활약 중인 젊은 음악인들이 출연하였는데, 기악과 성악으로 꾸며진 무대의 피아노 반주에는 재독 피아니스트 정은혜씨와 장하은씨가 교대로 각각 맡았다.
음악회의 첫 순서에는 바이얼리니스트 조현수씨가 차이콥스키의 ‘멜로디’, 슈만과 리스트의 헌정을 연주했는데, 현악기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따사로왔다.
성악인 이은수씨가 조혜영 작곡 ‘못잊어’ 를 쓸쓸하고 애잔하게 그 다음 무대를 이었고 카운터테너 어창훈씨가 우리 노래 ‘얼굴’을 부를 때는 나직하게 따라 부르는 이가 많았다. 그 이유로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되는 ‘얼굴’은 잘 알려진 대중곡이기도 했지만, 노래가 불리는 동안 실시간 스크린에 우리말과 독일어 번역 가사가 친절히 안내되었기 때문이다.
부연 설명을 조금 더 붙여 보자면, 지난 몇 년간 칼스루에 한인행사에서 참석자들의 편리를 위해 노랫가사 뿐만이 아니라 행사 안내문자가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안내되었는데, 이를 위해 숨어서 수고해온 사람이 이종원 회장의 아들 이영광씨였다.

내면의 열정을 못내 절제하듯 한, 소프라노 이은수씨와 대단한 성량과 깊은 저음의 바리톤 이장원씨와 ‘오 솔레 미오’ 이중창을 부르자 연주회장에는 후끈하게 고조되었는데, 다음 순서로 펼쳐질 우리 가곡의 마중물인 듯 열기에 찼다.
테너 김범진씨가 조두남의 ‘뱃노래’, 어창훈씨가 역시 조두남의 ‘새타령’을, 바리톤 이장원씨가 백경완 곡의 ‘거문도 뱃노래’를 부를 땐 절로 흥이 나는지 어깨를 들썩이거나 손벽을 치며 따라 부르는 이들이 많았다.
지휘자 최광희씨가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줄곧 잡고 각 단원들의 음악성까지 수직 향상시켜온 칼스루에 여성합창단이 다음 순서를 맡았다.
피아니스트 김유경씨의 피아노반주로 김규환곡 ‘남촌’과 정대인곡의 ‘태평가’를 불러 뜨거운 갈채를 받았으며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가사의 우리 대중가요 ‘바램’을 불러 쓸쓸하고 의연한 여운을 남겼다.
식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순서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이은수씨와 김범진씨가 듀엣으로 열창함으로써 1부 순서의 막이 내렸다.

2부 순서는 K팝그룹 ‘빅토리’가 건강하고 활기찬,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율동으로 시작했다. 에리, 유리, 이랑, 닐슨 등 4인조 K팝그룹은 프랑크푸르트 슈발바흐를 기점으로 결성되어 10년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다. 말로만 듣던 K팝을 눈으로 보며 열광했던 이날 춤의 배경음악은 에스파와 카라의 것을 합성한 것이었다 한다.
행사가 대단원으로 가면서 다시 가곡 무대가 펼쳐졌다. 테너와 바리톤 즉 김범진씨와 이장원씨가 김희갑 곡 ‘향수’를 부를 때, 희끗한 머릿결의 어느 재독 간호사 어르신은 굵고 주름진 손마디로 눈물을 훔쳤다.
모든 출연 솔리스트들이 함께 부른 홍난파곡 ‘고향의 봄’ 연주 때는 누가 가수인지 누가 청중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꽃 동네 새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목청껏 노래했다.
이날 내빈은 정성규 재독 한인회 회장, 한상원 남부협의회 회장, 김용길 재독한인회 사무총장, 박선유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 대표, 정귀남 하이델베르크 한인회장, 양희순 슈투트가르트 한인회장, 조윤선 비스바덴한인회장, 김춘토 마인츠한인회장, 이점순 아욱스부르크 전 한인회장, 한상원 남부협의회 회장,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부 회장, 요하네스 그라프-하우버 칼스루에 국립극장 홍보감독(Johannes Graf-Hauber Kaufmännischer Intendant )등이었다.
영광의 행운권 담첨 1등에 플로리안 게버씨, 2등에 김재옥씨 이은실씨, 3등당첨 유경애씨(당첨액을 즉석에서 한글학교로 기부)국립극장 오페라티켓은 박재우씨에게 돌아갔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amil.com

1399호 8면, 2025년 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