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글로벌재단(이사장 김덕룡)과 완도군(군수 신우철)은 ‘제10회 장보고한상어워드’ 대상에 권영호 스페인 인터불고 회장을 선정하고 9월 28일 시상식을 가졌다.

김덕룡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고, 돈을 잘 쓰는 것은 예술이다. 그 대표적 예가 권영호 회장이다”라며 권영호 회장의 업적을 높이 기렸다.
태평양에 김재철이 있다면, 대서양에는 권영호가 있다. 원양업계에서 한때 회자 된 말이다. 권영호 회장은 스페인 라스팔마스를 전진기지로 중부아프리카 대서양을 개척했다. 라스팔마스는 아프리카 서북부 카나리아제도의 7개 섬 가운데 그란카나리아군도의 수도다.
그는 1966년 국내 최연소 기관장으로 원양어선을 탔다. 그는 1979년 일본 폐선(廢船) 한 척으로 시작해 한때 자산 10조원대의 기업으로 키웠다. ‘스페인 선박왕’으로 불리는 그의 성공 스토리는 2015년 고등학교 인정 교과서 ‘진로와 직업’에도 실렸다. 고철 선박 한 대는 20년 만에 참치연승선 등 50여척의 대선단이 됐다.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이 태평양 사모아 기지를 근거지로 신화를 만들 때, 권 회장은 서부 아프리카 대서양을 주름잡았다.
그의 첫 승선지는 프랑스였다. 26세 때였다.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힘든 시절, 한국수산개발공사가 프랑스에서 인수한 참치연승어선을 타기 위해 프랑스의 한 조선소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김포공항에서 일본, 스위스를 거쳐 파리에 도착해 다시 기차를 타야 했다. 그 항해는 길고 외로운 항해였다. 그는 경상북도 울진에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바다가 나의 천직”이라는 선친의 피는 그에게 이어졌다.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그는 바다 색깔만 봐도 어떤 고기 떼가 얼마나 지나가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원양어업이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1970~1980년대, 대서양 어업은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는 1971년 대림수산 주재원으로 라스팔마스에 첫발을 디뎠다. 우리나라 원양어업 선구자, 대서양의 장보고, 선박왕 오나시스로 고기의 아버지로 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기까지 그는 휴가 한번 가 본 적이 없고 잠을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원양업계의 산 증인이다.
해외에서 번돈 조국에 투자하다.
그의 애향심은 남 다르다.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묻자 “바다에서 번 돈을 들고 와서 조국에 투자할 때,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할 때”라고 답했다. 그는 1986년 동영장학재단을 만들어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올해도 울진 출신 대학생 등 100여명에게 1억원을 지원했다. 39년째 지원규모가 1만9400여 명, 180억여원이다. 2008년엔 계명대에 임야 243만4500㎡(73만6000평 당시250억)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그는 1995년부터 조선족 선원을 채용하고 선장, 기관장을 양성했다. 선원들의 고향마을에 도로를 내주고 중국 지린대학에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대학 내에 식품공장을 만들어 그 수익금은 전액 장학금에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작곡가 안익태 선생(1906~1965)의 고택을 사서 정부에 기증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가족과 자신에게는 자린고비다. “쓸 것 다 쓰고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는가”
평생 그의 지론이다. 그의 아들은 난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한다. 수상소감에서도 그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가정 안전한 투자라고 했다.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조국의 사업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내 조국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정신적으로 극복했지만, 현업에서 물려나야 하는 시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의 전용차는 소형차에다 비행기는 퍼스트나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본 적이 없다. 바다에서 꿈을 키우고 위기를 배우고 삶을 이어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바다는 언제나 우리 것이고, 우리에게 그 대가를 돌려줄 것으로 확신한다”. 바다에서 건진 수많은 황금을 그는 고국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분은 삶은 진심이다.
오로지 남을 위해 희생한 삶, 장보고 대상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는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최수종에게 (장보고 영화 ‘해신’에 사용했던)선물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던 대도마저 장보고 한상 명예의 전당에 기증했다.
이제 우리 후손들이 완도 장보고한상 명예의전당을 방문할 때 마다 대서양의 장보고 권영호, 선박왕 오나시스, 바다의 아버지 권영호를 기억하고 그의 기업정신과 민족과 나라를 위한 애국심, 다 여기에 나열하지 못한 기부와 봉사정신은 영원히 우리에게 기억되고 전하여 질 것이다.
한편 ‘제10회 장보고한상어워드’에는 권영호 회장 외에도 국회의장상에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케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에 김종순 JS 홀딩스 회장(영국),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에 전미자 아카키코 회장(오스트리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에 박원규 넥스트트레이딩 회장(콜롬비아), 해양수산부 장관상에 하순섭 한파 그룹 회장(팔라우) 등 총 6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1429호 23면, 2025년 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