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한인 공동체와의 깊은 만남… “사랑으로 살아가는 신앙, 기쁨을 잃지 말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025년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독일 쾰른을 공식 방문해 독일 쾰른교구와 쾰른 한인천주교회를 찾아 신자들과 깊은 영적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방문은 쾰른한인천주교회 이정희 미카엘 주임신부(청주교구)의 초청으로 성사되었으며,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방문으로 공동체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유흥식 추기경은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성(현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되며 대주교로 승품되었고, 같은 해 8월부터 제65대 성직자부 장관으로 전 세계 성직자들의 양성과 사목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독일 방문은 유럽 한인 교회 공동체에 대한 추기경의 지속적 관심과 애정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11월 21일(금) 밤 10시 30분,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한 추기경은 쾰른 본당에서 마련한 숙소로 이동하며 짧게나마 공동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눴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환영을 나온 본당 신자들은 “쾰른 공동체가 오래 기다려온 방문”이라며 반가움을 전했다. 추기경은 “멀리 떨어진 해외 한인 공동체는 교회의 큰 보물”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방문 둘째 날인 11월 22일(토), 유흥식 추기경은 오전 10시 독일 쾰른 교구청을 방문해 라이너 마리아 볼키(Rainer Maria Woelki) 추기경과 약 한 시간 동안 환담을 나눴다. 두 추기경은 독일 천주교회의 현 상황, 해외 한인 사목의 도전, 성직자 양성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하며 교회의 보편성과 공동노력을 강조했다.
볼키 추기경은 특히 “쾰른 한인 공동체는 신앙 열정이 매우 살아 있는 특별한 공동체”라고 소개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정희 미카엘 신부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다. 유흥식 추기경은 한국 교회의 성장과 해외 동포 신앙 공동체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교구의 따뜻한 관심과 협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오후 3시, 추기경은 네비게스(Neviges)의 마리엔돔(Mariendom)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에 앞서 고해성사를 준 뒤, 강론에서는 로마 유학 시절을 회상하며 신학생으로서 겪었던 사제 소명과 신앙 여정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저녁 6시에는 쾰른 한인 공동체 사목회장 자택을 방문해 공동체의 현안과 향후 사목 방향에 대해 조용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11월 23일(일), 방문 마지막 날 아침, 유흥식 추기경은 랑엔펠트(Langenfeld)에 있는 쾰른한인천주교회에서 주일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에 앞서 고해성사가 있었고, 미사 중 세례성사(유아 3명·성인 1명)와 견진성사(성인 3명)가 거행되어 공동체의 큰 축제가 되었다.
전날 쾰른교구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하며 추기경은 “쾰른 한인 공동체는 교구에서도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동체”라는 볼키 추기경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복음 속 ‘회개한 강도’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해석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강도에게 직접 천국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리를 구원하시려 오셨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은 죄는 다시 꺼내 고통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이미 잊으셨습니다.”
또한 요한 묵시록 3장 20절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은 여러분의 마음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마음을 열 때, 주님은 여러분과 함께 자리에 앉아 식탁을 나누실 것입니다.”
강론 말미에는 이날 세례와 견진을 받은 이들에게 축복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신앙의 첫걸음을 오늘처럼 기쁘게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사는 온전히 약 두 시간 동안 경건하게 진행되었으며, 미사 후 전 신자들과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세례·견진 대상자들과 가족들도 기념 촬영을 이어갔다.
미사 후 12시 30분부터 40분간, 쾰른본당 평신도사도직회 주관으로 신자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다. 사전에 받은 질문지를 바탕으로 진행된 질의응답은 예정된 시간을 넘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추기경은 신앙·윤리·청소년 교육·사제의 삶 등 다양한 질문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깊이 있는 답’을 전하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 신앙학교 어린이가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모든 죄는 사랑을 잃어버릴 때 시작됩니다.”
대화 후에는 쾰른본당 성모회가 중심이 되어 신자들이 준비한 따뜻한 나눔이 이어졌으며, 본당 기타연주반의 환영 연주로 분위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오후 2시 35분, 추기경은 쾰른본당을 떠나 뒤셀도르프 공항으로 이동해 오후 5시 로마행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쾰른 한인천주교회 신자들은 “공동체의 역사 속에 오래 기억될 깊은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정희 미카엘 신부는 “추기경님의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에 신자들이 큰 힘을 얻었다”며 “쾰른 공동체의 영적 성장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편집실)
1436호 17면, 2025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