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 발표

시·단편소설·체험수기·글짓기(초등/중고등)·입양수기 등 6개 부문 34편 선정

강정희 재독작가, 시 부문에서 “우리 아버지”라는 시로 입상

재외동포재단(이사장 한우성)은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으로 총 34편을 선정했다고 9월 7일 밝혔다.

‘재외동포문학상’은 재외동포들의 한글 문학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우리 국민의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재외동포재단이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동포재단은 “올해는 59개국에서 1,329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국내 문단에서 존경받는 문인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성인 부문 대상은 중국동포 황연 씨의 시 ‘왜지나무’, 캐나다동포 김수연 씨의 단편소설 ‘혜선의 집’, 프랑스동포 김진아 씨의 체험수기 ‘슬기로운 이방인 생활’이 선정됐다.

청소년 글짓기 부문 최우수상은 중·고등부에서 김미혜 학생(중국)의 ‘가을비의 사랑법’, 초등부에서 신율 학생(중국)의 ‘별’이 선정됐다.

올해 신설된 입양수기 부문 대상은 하나 크리습(Hana Crisp, 호주)씨의 ‘Mother, Lost and Found’가 수상했다.

한글학교 학생들의 한국어 글쓰기를 장려하기 위한 ‘한글학교 특별상’은 중국 칭다오한글학교, 케냐 재케냐한글학교, 미국 다솜한국학교, 오스트리아 비엔나한글학교, 아제르바이잔 바쿠한글학교 등 5개교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는 체험의 치열성이 묻어나는 감동적인 작품들이 많았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과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경험담이 많았다”며 “독자들에게 재외동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독일에서는 강정희재독작가가 시 부문에서 “우리 아버지”라는 시로 입상하였다

재외동포 문학상 수상자 34명에게는 상패와 100~300만원의 상금이, 한글학교 5곳에는 50~2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각 부문별 시상은 수상자 거주국 관할공관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 34편의 전체 명단은 코리안넷(www.Korean.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제22회 재외 동포 문학상 수상작

우리 아버지

강정희

장손의 무건 지게 묵묵히 짊어지고

매운 눈물 알알이 소리 없이 젖는 밤

모래땅 단봉낙타의 터덕터덕 발걸음

아버지 목마 타고 어둥둥 바닷가에

물팔매 멀리멀리 수제비 물결 모양

보고픈 얼굴 그린다. 동그라미 속에서

퍼렇게 질린 언니 대담히 달려들어

빨아낸 독사 독에 까무러진 아버지

포기는 절대로 안 돼! 이제야 난 알겠다.

문고리를 흔드는 해 묵은 기침 소리

가 등 홀로 지키며 서러움 토하시던

문풍지 섧게 우는 밤 아버지 등을 본다.

‚올곧은 헤아림은 인생의 길잡이야‘

마음의 소리 되어 날 키운 평생 보배

고마운 그 목소리는 이어간다. 대대로

성실한 허수아비 수없이 많은 날을

올곧음 이식하여 쓰임을 다하셨다.

빈 마음 하늘 닮으며 그리움을 좇는다.

잔말을 아끼시며 기본에 충실하신

마음속에 각인된 영원한 나의 스승

슬픔을 먹고 웃으며 섧게 사신 한평생

무너지는 마음을 오래도 버티시며

대쪽의 꼿꼿함을 안고 사신 아버지

황소의 슬픈 눈동자 별이 되어 빛난다.

냄새 밴 가죽가방 손때 죽 반들반들

숨 죽은 초지일관 스며드는 그림자

영혼을 흔드는 기억 쓰리도록 그립다.

늦아침 수저 놓고 돌연히 멈춘 심장

감나무 주렁주렁 그 뉘도 못 한 배웅

가슴에 옹 매듭 하나 돌덩이 안고 산다.

봄이 오는 길섶에 아버지의 기일이

지금껏 들려오는 뚜벅뚜벅 그 소리

이렇게 문득문득 날 울리는 울 아버지!

한 아름 꽃을 안고 해당화 개천 따라

애써 눈물 감추며 어버이를 찾는다.

말끔히 벌초 끝내고 큰절을 올립니다.

1187호 14면, 2020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