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은 위성인가? 행성인가?
우리 주변의 천체들을 크게 분류하면 태양,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 행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으로 나눌 수 있다. 지구나 화성은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며 달은 지구의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족보로 따지면 태양은 아버지, 지구는 아들, 달은 손자(孫子)인 셈이다. 다시 달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가 발견된다는 그는 태양의 증손자가 될 것이다.
이로 보면 지구를 공전하는 달은 분명히 지구의 아들이다. 하지만 달의 특징을 보면 달은 처음에 태양의 아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먼저 태양계 내의 각 행성과 위성을 살펴보면 위성의 크기는 모행성에 비해 무척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 화성의 위성 데이모스는 화성 크기의 0.3%밖에 되지 않으며 목성의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는 목성 크기의 3.7%에 불과하다. 그런데 달의 지름은 지구의 27.3%나 된다. 이는 수성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며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보다도 큰 것이다.
태양계에는 50여개의 위성이 있지만 달은 그 중에서 5번째로 크다. 어떻게 지구처럼 자그마한 행성이 자기 크기의 4분의 1이나 되는 커다란 위성을 갖게 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학자들은 달이 태양의 한 행성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지구에 붙잡혀서 위성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당초 달은 현재보다 상당히 컸으며 태양의 4번째 행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달이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 지구에 충돌하게 되었고 충돌 직후 다시 그 일부가 떨어져 나가서 현재의 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달의 운동을 살펴보아도 달이 행성이었음을 암시해 준다. 태양계 행성들의 대부분은 거의 동일한 궤도면 상에서 공전하고 있다. 반면 위성은 각 모행성의 적도면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지구의 위성인 달은 지구의 적도면을 중심으로 공전하여야 한다. 하지만 달은 지구의 적도면에서 크게 벗어나서 행성들의 공전궤도면을 따라서 운동한다. 아마도 이것은 맨 처음 달이 태양의 4번째 행성이었고 따라서 행성으로서의 당초의 운동방식을 계속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구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던 달도 한때는 우리의 형제였을지도 모른다.
◎ 달이 없었다면?
달은 매우 크기 때문에 지구에 상당한 정도로 영향을 준다. 달의 인력으로 지구의 바다 물이 달 쪽으로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서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 또한 달의 인력은 지구의 자전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는 느려진다. 계산에 의하면 지구의 자전속도는 6만년마다 1초 정도씩 늦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맨 처음 지구가 생겨났을 때의 하루는 10시간 미만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달이 없어서 지구가 10시간마다 자전한다면 지구의 환경은 지금과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지구에는 항상 매우 빠른 바람이 불 것이며 따라서 생물들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지구가 빨리 돌면 지구위에서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오존층도 그대로 유지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지구에서 맨 처음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났고 이들이 육지로 진출하여 포유동물과 같은 고등생물로 진화하였다고 한다. 어쩌다가 해변으로 진출했던 물고기들이 썰물로 인하여 물이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었고 점차로 그들은 물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육상동물로까지 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이 없어서 밀물과 썰물이 없었다면 지구에서 생물의 진화가 매우 느려졌을 것이고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고등생물이 등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정말로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생물은 아직도 개구리나 도마뱀 정도로까지만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지구에는 지성을 갖춘 인간들이 있고 그들은 달을 보며 소망을 빌거나 달에 살고 있을 토끼를 생각한다. 하지만 달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아직도 희망이나 토끼를 생각할 만한 지적(知的) 생물 자체마저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 겨울밤의 달은 더 밝은가 ?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달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먼 곳에 있는 거울에서 태양빛을 반사하여 우리 눈에 비추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달이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아서 우리에게 반사해 준다면 우리는 밝은 달을 보게 될 것이다. 반면에 태양 빛을 비스듬히 받아서 반사한다면 희미한 달의 모습을 보게 될 뿐이다.
여름에 태양은 매우 높이 뜬다. 이렇게 태양이 높이 뜨면 태양빛도 강렬하게 비춘다. 하지만 달은 이와 정반대이다. 여름에는 낮게 떠서 지구를 비스듬히 비추는 반면 겨울에는 거의 직각으로 비춘다. 따라서 겨울밤의 달은 빛을 강하게 비추게 되고 따라서 여름밤의 달보다 밝은 것이다.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가위 보름달보다 정월 대보름달이 높이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밤에 전등으로 물건을 비출 때 비스듬히 비추는 것보다 직각으로 비추면 물건을 보다 환하게 볼 수 있다. 달의 모습도 이와 마찬가지다. 태양빛을 거의 직각으로 반사하는 겨울에는 매우 밝지만 태양빛을 비스듬하게 반사하는 여름에는 덜 밝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 달이 밝은 것을 보고 겨울 달이 여름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들은 겨울밤에 하얀 눈이 쌓인 산등성이와 거긴 뜬 달은 보면서 겨울밤이 더 밝다고 느낀 적인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밤을 보면서 흔히 하얀 눈 때문에 겨울달이 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만이 사실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흰 눈이 있어서 겨울밤이 밝은 것이 아니라 밝은 달이 있기 때문에 겨울밤에는 하얀 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차가운 겨울밤에 차갑게 떠 있던 달, 정월 대보름날 소망을 빌며 바라보던 달이 유난히도 밝게 보이는 것은 느낌이 아닌 실제의 사실이다.
1187호 22면, 2020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