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미의 절정, 발레 (3)
이번 호에는 고전발레의 구성하는 중요 요소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고전 발레는 극적인 내용을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단독으로 성립되지 않고, 여러 사람의 등장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인적 요소로 중심으로 본다면 하나의 발레는 솔리스트, 코르 드 발레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솔리스트(soliste)
발레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말한다.그러나 단독이라 해도 혼자만이라는 뜻은 아니다. 즉 솔리스트가 혼자서 추는 경우와 그 솔리스트가 둘 이상이 어울려 추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솔리스트 가운데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으면서 한 발레의 주역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제1무용수라고 부른다. 그것이 여성인 경우는 여성 제1무용수, 남성의 경우는 남성 제1무용수라고 한다.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발레 가운데에서 주요한 역할을 갖지 않는 군무(郡舞) 형식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가리킨다. 즉 ‘그 밖의 수많은’ 무용수 이다. 따라서 단독으로는 절대로 추지 않으며 언제나 많은 인원이 어울려 춘다.
코르 드 발레의 중요한 역할은 정경(情景)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예컨대 <백조의 호수>라 는 발레의 제1막에서 왕자 지크프리트의 성년식을 축하하여 마을의 남녀가 춤을 춘다.
또한 그 제2막 인 호반의 장면에서 백조들이 떼를 지어 추나, 그것들은 각각 특정한 성격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코르 드 발레의 군무로 전자는 화려한 성년식을 경축하는 분위기를 자아내어 그 정경을 만들고 후자는 백조가 사는 호반의 정경을 생생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코르 드 발레에 통제가 없고 함부로 난무(亂舞)할 때는 다음에 나타나는 솔리스트의 춤이 지니는 효과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 발레 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리스트의 춤이므로 그것을 효과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통제가 있는 연출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코르 드 발레는 대형(隊形)을 갖춰 질서 정연한 움직임이 부여되고 그 대형의 위치와 변화에 중점이 두어진다.
파 드 되(pas de deux)
이처럼 발레에서는 솔리스트의 춤을 중요시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역을 맡는 제1무용수는 발레의 중심인물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고전 발레에서는 이 주역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고안했다. 그 하나가 파 드 되라는 형식이다. 파 드 되는 제1무용수에 한정되지 않고 그 밖의 솔리스트들이 추는 경우도 있다.
이 고전형식은 19세기 후반에 완성된 것으로, 이 형식에 의해 발레는 완전한 모습을 갖췄다고 하겠다. 파 드 되 형식에는 엄격한 구조가 3단구조로 규격지어 있다.
우선 아다즈(아다지오라고도 한다)와 다음에 바리아시옹(바리에 이션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코다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고전 발레에서는 솔리스트의 춤은 모두 이 형식을 지니고 있다.
파 드 되란 ‘두 사람의 춤’이란 의미이다. 그 두 사람은 원칙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두 춤이다. 그것도 한 고전 발레의 중심은 여성 제1무용수와 남성 제1무용수의 두 사람이다. 고전 발레에서는 관객을 위해 반드시 이 파 드 되가 삽입된다. 이것이 없으면 고전 발레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반대로 현대 발레의 경우에는 파 드 되의 형식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파 드 되의 형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것이 고전 발레냐 현대 발레냐의 구별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발레 음악
음악을 수반하지 않는 발레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용은 음악의 템포나 리듬, 또는 그 소절에 따라 안무되고 추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음악은 무용을 규제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따라서 음악의 내용 여하에 따라 발레의 성과가 결정될 정도로 중요하다.
고전 발레의 명작이라는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뛰어났다는 점에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고전 발레의 음악은 교향곡의 형식으로 쓰이고 연주는 오케스트라에 의한다.
무대미술
무대미술에는 의상과 무대장치와 조명의 세 가지가 포함된다. 그 가운데 의상은 표현기교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있으며 나머지 둘은 극장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발레는 그 초기에는 궁정의상이 쓰였다. 즉, 여성은 바닥에 질질 끌리는 긴 옷자락의 의상을 걸치고, 팔이나 가슴 목 이외의 육체의 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팔만해도 긴 장갑을 착용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발레의 발달과 함께 기교는 차차 복잡해지고 고도화했기 때문에 옷자락을 짧게 하고 서서히 발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 무렵까지 사용되었던 가발이나 가면도 폐지했다. 그리고 또한 도약 등의 격렬한 운동을 수반하는 기교가 고도화함에 따라 긴 발을 노출시킬 필요가 절실해지자, 알몸 그대로 보이지 않기 위해 타이츠를 사용하게 되었다.
무대장치 또한 발레와 같은 무대예술의, 더구나 극적인 내용을 갖추고 있는 것에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막이 열리면 동시에 장면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인상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서도 무대장치는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연극이나 오페라 등의 장치와 다른 점은 무대 위에 춤추는 면적을 넓게 잡을 필요가 있으므로 필요최소한도로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명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그 극장이 지니는 기능으로 좌우된다. 조명설비의 좋고 나쁨은 당장에 조명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때문에 그 메커니즘은 가장 중요하다. 그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며 조명 플랜을 설계하는 것도 조명가라는 인간이다. 따라서 거기에서 예술이 생겨난다. 이와 같이 발레는 무용과 음악과 미술의 삼위일체에 의한 종합예술로서만 비로소 그 가치가 생긴다.
1280호 23면, 2022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