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31)

유럽연합 지식재산청 EUIPO (6): 유럽상표(EUTM)의 식별력에 대하여

상표는 시장에서 상품(또는 서비스업)의 출처표시로서 누구의 상품인지를 식별케 하는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서 거래상 자타상품 또는 자타서비스를 식별케 하는 힘을(distinguishing the goods or services of one undertaking from those of other undertakings) 식별력(distinctiveness)이라 하는데, 이러한 식별력의 개념은 시장에서의 표장의 자유사용의 필요성을 뜻하는 독점적응성의 유무를 포함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통상 상표 출원인(기업)은 지식재산청(‘유럽지식재산청(EUIPO)’을 전제로 한다)을 상대로 표장의 식별력과 관련하여 두 가지 상표등록 출원전략을 갖게 된다.

자신이 영위하였거나(used on) 또는 계속하여 영위하고자 하는 업무와 관련된 상품 또는 서비스를 보호받기 위해 본질적(本質的) 식별력(inherent distinctiveness)을 갖춘 표장을 출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애초부터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표장의 경우에 사용실적을 근거로 후발적(後發的) 식별력(acquired distinctiveness, secondary meaning)을 취득한 표장이 되었음을 입증 받는 것이다.

유럽상표법(EUTMR, European Union Trade Mark Regulation)은 상표등록의 요건으로 제7조(절대적 거절사유) 제1항 (a)호(제4조(상표의 정의)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표장), (b)호(식별력 없는 표장), (c)호(기술적(記述的) 표장), (d)호(관습적 표장) 등을 열거하여 본질적 식별력 유무의 판단대상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같은 호 (b)호, (c)호, (d)호 해당하는 상표라도 같은 조 제3항에 의해서 후발적 식별력 취득이 인정되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표 출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표법 제7조 제3항(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규정은 제7조 제1항 (b)호, (c)호, (d)호를 극복할 수 있는 보충적 선택 수단으로서 두 규정 간의 관계는 상반관계(trade-off)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성질표시 표장과 관련된 제7조 제1항 (c)호는 ‘상거래에서 종류(kind), 품질, 수량, 의도된 목적(intended purpose), 가치, 원산지 표시 또는 상품의 생산 시점 또는 서비스 제공, 또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기타 특징들을 나타내기 위해 쓰이는 표시 또는 표장으로만 구성된 상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된 같은 조 3항에 의하여 표장의 사용실적으로 후발적 식별력이 인정된다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여기까지는 미국, 일본, 우리 나라 등 거의 모든 지식재산청이 동일하다).

그런데, 유럽지식재산청의 성질표시 표장의 예시 중 ‘의도된 목적(intended purpose)’과 ‘기타 특징(other characteristics of the goods or service)’은 매우 독특한 규정인데, 구체적으로 유럽지식재산청 상표심사기준을 살펴보면 표장의 ‘의도된 목적’은 상품 또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그 표장의 의도된 사용으로부터 기능적으로 기대되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대, “ ‘Trustedlink’ 표장이 ‘신뢰할 만한 연결’을 의도하는(또는 의미하는) ‘IT 분야의 상품, 서비스’에 사용되는 경우에 그 상표는 성질표시 표장”에 해당된다고 한다. 표장의 ‘의도된 목적’이 상품에 적용된 랜드마크 케이스로 ‘레고 블록(intended technical result of the product – 상품류 구분 제28류 완구류)’ 표장 사례가 있다(Case C 48/09 P (2010), Para 39 (Intended technical result-versatile interlocking mechanism, 오른쪽 사진 참고).

그리고 ‘기타 상품 또는 서비스업의 특징(other characteristics of the goods or service)’은 ‘표장이 원칙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특징이라도 있다면 그 표장은 성질표시 상표에 해당된다(C-363/99, Postkantoor, EU:C:2004:86, § 102; 24/04/2012, T-328/11, EcoPerfect, EU:T:2012:197, § 41))’고 판단한다.

이번 글에서 설명이 너무 지엽적으로 흐르고 기술적으로 설명으로 된 것 같다. 그렇지만, 표장의 식별력 문제는 상표 출원인 또는 상표분쟁 관련 심판관계인들이 다투는 핵심적인 이슈중의 하나이고, 상표법에서 꼭 알아야 할 주제이기 때문에 소개하였다.

다음 회에서는 이런 상표법 쟁점들로 인해 유럽 진출 우리 기업들이 겪었던 실제 사례들과 유럽에서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최근의 상표법 이슈들을 좀 더 쉽게 소개하기로 한다.


하성태 심판관
변리사, 법학석사
KDI 공공정책학 석사
소속: 한국 특허심판원 심판 3부
(유럽지식재산청 심판원 파견근무, 2017년-2020년)
연락처: st5181@korea.kr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