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35)

유럽연합 지식재산청(10): 상표의 상품/서비스의 범위와 관련된 부정여부 (2)

(지난 호에서 이어 집니다.)

이 사건에 대해, (이 사건) 위원회 및 영국,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핀란드(위원회 보조 참가국) 정부는 법령 어디에도 상품 및 서비스의 명칭(specification)이 명확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요건이 없다는 이유로 위 쟁점 1)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따라서 쟁점 2)에 대해서도 답변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ADVOCATE GENERAL(CJEU의 최종 판결 전 당해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내는 CJEU의 판사)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표등록이 정당하지 않고 공익에 반한다는 법원(Referring court)의 의견에 동의하고, 그 논거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같은 상품명칭은 너무 포괄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상표의 출처표시(indication of origin) 기능과 양립할 수 없고, 특히 제3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서 사용의사 없는 상품(‘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해 부정(bad-faith)하게 상표 등록하는 것인지 여부를 법원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OPINION)을 개진하였다(사용의사 없는 부정 상표등록 된 상품/서비스에 대해서는 무효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었다)

(To the final point, as to whether bad faith ought to apply to the entirety of the specification, or simply to those goods and services for which no use was intended, the opinion concludes that bad faith on the grounds of lack of intention to use may invalidate only in relation to those specific goods and services.)(2019. 10. 16.).

한편, 유럽최고사법재판소(CJEU, 제4합의부)는 상기의 쟁점들에 대해 ADVOCATE GENERAL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상표는 등록된 상품/서비스를 지정하는데 사용된 용어가 명확성과 정확성이 결여되었다는 사유로 유럽상표 또는 회원국 상표를 전부 무효 시킬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만약 출원인이 통상의 관행과 달리 제3자의 이익을 훼손하거나, 상표의 기능에 반하는 다른 목적을 위한 독점권을 얻는 것을 의도하였다면, 그 상표출원은 사용의사 없는 상표출원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상품/서비스와 관련하여서만 부정(bad-faith)한 것에 해당되어 결국, 상표 출원서에 명시된 상품/서비스에 대해서 상표의 본질적 기능에 따른 상표 사용의사가 없는 경우, 그 상품/서비스와 관련해서만 그 상표 출원은 부정(bad-faith)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해당 상품/서비스에 대해서만 부정한 것으로 판단)는 취지의 관련 법조항들에 대한 유권해석을 하였다(2020. 1. 29.).

ADVOCATE GENERAL의 의견에 반하는 유럽최고사법재판소(CJEU)의 판결은 상품/서비스심사를 직접 수행하는 심사, 심판관(또는 판사) 및 상품/서비스 등록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충격이었고, 공정의 관점에서 이외의 판결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유럽최고사법재판소의 ‘상품/서비스’의 보호범위에 대한 현상유지(status quo) 판결로 인해 포괄명칭(예컨대, 상품류 구분 제7류의 ‘기계’, 상품류 구분 제25류의 ‘의류’ 등) 상품을 등록하고 있는 상표권자들은 당장은 안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의 새로운 상품/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상품/서비스의 실체가 점점 복잡하고 세부적으로 다뤄지고 그 영역이 모호해지는 추세에 비춰 보면, 언제까지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지 의문이다.

생각건대,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우리 기업은 상표를 통해 보호받고자 하는 영역에 대해 명확한 선택(접근)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고(Brands will need to take a more targeted approach to protect their trademarks and identify the market sectors in which they wish to protect.), 상표출원 당시부터 상품/서비스의 명칭을 보다 정확하고 명료하게 확정하여 상표등록출원 전략을 짜는 게 필요하다.

참고로, 유럽상표의 출원은 유럽지식재산청(EUIPO, 스페인 알리칸테 소재)을 상대로 일반적으로 전자출원(e-filing)을 통해 이루어진다.

상표 출원인은 통상 유럽지식재산청의 자동분류(Auto-Classification) 되는 상품/서비스류와 HDB(Harmonized D/B, 28개 EU회원국이 사용하는 유럽상품명칭목록으로, 약 72,000여개의 상품이 있다)에 의해 권장되는 상품명칭(Term description)을 안내받는데, 상품/서비스류 구분과 상품/서비스 명칭에 하자(Deficiency – ‘Vague or Imprecise’ etc.)가 있는 경우, 유럽지식재산청은 출원인과 함께 보정(amend)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Article 41(Examination of the conditions of filing) (8) EUTMR).

2018년말 통계에 의하면, 중국 상표 출원인은 상품/서비스 자동분류율이 96%, 일본 및 한국 출원인은 65% 전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에 걸쳐서 지금까지 유럽상표 제도에 대해서 몇몇 케이스를 통해 살펴보았다. 독자분들의 의견이나 지적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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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성태 심판관, 변리사, 법학석사, KDI 공공정책학 석사

소속: 한국 특허심판원 심판 3부, (유럽지식재산청 심판원 파견근무(2017년-2020년))

연락처: st5181@korea.kr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1223호 16면, 2021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