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에티켓, 개인정보 보호(8)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의 거리와 주택가, 그리고 직장 곳곳에서 CCTV 카메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안 강화와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내 공간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늘어나는 속도만큼이나, 개인정보보호법(GDPR/DSGVO) 위반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사유지 경계 밖을 비추는 가정용 CCTV, 직원 감시로 오해받는 회사 내 영상감시 등 일상 속 감시 장치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CTV는 분명 우리의 안전을 위한 장치다. 하지만 그 사용이 투명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잃는 순간,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기술보다 ‘법과 신뢰’가 CCTV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에 본 지면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CCTV의 법적 쟁점을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개인 가정에서의 CCTV 설치와 이웃 간 갈등 문제를, 그리고 두 번째 글에서는 직장 내 CCTV 운영과 근로자 감시의 한계를 살펴본다.

내 집의 안심, 이웃의 불안? CCTV 설치와 한계

독일 전역의 주택가에서 방범용 CCTV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편물 절도나 야간 차량 파손, 주차장 침입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내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설치한 카메라가 공공도로를 비추는 순간, 그 평범한 장치는 법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CCTV가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방범장치가 아니라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을 찍는 순간, 사생활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2019년 3월 27일, 독일 연방행정법원(BVerwG)은 한 시민이 자택 앞에 CCTV를 설치한 사건을 다뤘다. 그 카메라는 자신의 차고와 진입로를 비추고 있었지만, 동시에 인근 인도와 도로 일부도 함께 촬영하고 있었다. 이웃은 자신과 방문객이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며 감독기관에 신고했다.

법원은 명확히 판단했다. “공공 영역이 지속적으로 녹화되는 경우, 이는 더 이상 순수한 개인 활동이 아니며 DSGVO의 적용을 받는다.” 즉, 자기 집 담장 안에서 찍었다고 하더라도 도로와 이웃 출입문이 프레임에 들어오면 ‘공적 감시’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 이후 지방감독기관들에는 개인 카메라의 방향•범위 조정에 대한 민원이 폭증했다. 감독기관은 원칙을 명확히 했다. 촬영 범위는 반드시 사유지 안으로 제한해야 하며, 공공도로•보행자•이웃집 출입문이 포함될 경우 이는 비례성 원칙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당한 이익에도 한계가 있다

많은 시민들이 묻는다. “도난 방지나 안전 확보는 정당한 이유 아닌가?” 실제로 DSGVO 제6조 1항 (f)는 ‘정당한 이익’을 근거로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한다. 그러나 그 전제는 ‘비례성(Verhältnismäßigkeit)’이다. 감시의 이익이 타인의 인격권 침해보다 명백히 크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실제 사례에서 한 거주자가 반복적인 차량 파손 사건을 이유로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해당 카메라가 공용 보도와 이웃 정원을 함께 찍고 있었다. 감독기관은 즉시 ‘촬영 중단’을 명령했다.

감독기관들은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단순한 불안감이나 일반적 방범 목적만으로는 정당한 이익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당한 이익은 구체적이고 문서화된 피해 이력, 사건 빈도, 다른 수단의 실패 등 객관적 근거가 있을 때만 인정된다.

모형카메라도 위법이 될 수 있다

LG Hamburg(304 O 69/17)는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녹화 기능이 없는 ‘더미 카메라’라도 이웃이 감시 받는다고 느끼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감시의 외관(Scheinüberwachung)’이 문제였다.

판결문은 이렇게 명시했다. “감시받고 있다는 인식 자체로도 일반 인격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모형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Attrappe(모형)’이라는 문구를 표기 하고, 공공 영역이나 이웃집 방향으로 향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보존기간 준수하기

2023년 하노버 행정법원은 주유소 사업자가 CCTV 영상을 6~8주 동안 저장한 사건에서 감독기관의 72시간 제한 명령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영상 데이터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기간까지만 보관할 수 있으며, 72시간을 초과한 보관은 비례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가정용 CCTV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영상은 2~3일 내에 삭제되어야 하며, 장기 보관 시에는 구체적 사유와 근거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이웃과의 분쟁, 해결 절차는?

만약 이웃의 카메라가 자신의 집이나 마당을 비추고 있다면 세 가지 단계로 대응할 수 있다.

첫째, 우선 대화를 시도해 각도 조정이나 마스킹(화면 가림)으로 합의점을 찾는다. 둘째, 주 감독기관(Landesdatenschutzbehörde)에 민원을 제기한다. 셋째, 민사소송을 통한 금지청구(§§ 1004, 823 BGB)를 할 수 있다.

2010년 BGH(연방대법원, VI ZR 176/09) 판례에 따르면 ‘감시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감시당할 우려만으로도 금지청구가 가능하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안심과 불안의 경계선

CCTV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도구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을 위협하는 감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법은 ‘공공 영역을 비추지 말 것, 투명하게 알릴 것, 72시간 내 삭제할 것’이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그 균형을 유지한다.

안전과 인권의 경계선 위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 간 신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1431호 16면, 2025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