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 원장의 건강상식(31)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김종휘원장의 건강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김종휘원장은 베를린의 의학대학 Charité에서 의학과 졸업 및 의학박사 학위취득을 하였고, 독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HNO Privatpraxis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www.hnopraxis-frankfurt.de

독일의 예방접종 제도 우리 아이와 나를 지키는 예방접종 일정과 중요성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우리 아이나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예방접종(Impfung)을 맞아야 할지 고민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독일은 체계적인 예방접종 제도를 통해 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치명적인 감염병으로부터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독일의 공식 예방접종 일정과 제도의 특징, 그리고 예방접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독일의 예방접종 권장 사항은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obert Koch-Institut, RKI)의 예방접종 상임위원회(STIKO, Ständige Impfkommission)에서 제공합니다. 이 위원회는 최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예방접종의 종류, 접종 시기, 횟수 등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권장 사항을 발표합니다. 이 권장 사항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의사와 국민이 따르는 공신력 있는 기준이므로 반드시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접종표(Impfkalender)는 태어날 때부터 시작하여 성장 과정 내내 체계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생후 2개월부터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소아마비, B형 간염,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을 모두 포함하는 소위 ‘6가 혼합백신(Sechsfachimpfung)’ 접종이 권장됩니다. 이처럼 여러 백신을 혼합하여 접종함으로써 아이가 맞는 주사 횟수를 줄여 부담을 덜어줍니다.

또한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MMR)과 같은 필수 예방접종도 정해진 시기에 이루어지며, 이는 아이가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U-Untersuchungen) 때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아이의 발달 상황과 접종 일정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습니다.

성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릴 때 받은 예방접종의 효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추가 접종이 필요합니다. 특히 10년마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일해 추가 접종이 권장되며,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나 특정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폐렴구균(Pneumokokken) 백신이나 인플루엔자(Influenza)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60세 이상은 대상포진(Gürtelrose) 백신 접종도 권장됩니다.

독일의 건강보험은 예방접종에 대한 비용을 대부분 보장합니다. 공보험 가입자의 경우, STIKO에서 권장하는 모든 예방접종은 보험에서 전액 지원되는 예방 서비스(Vorsorgeleistung)이므로 본인 부담금 없이 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보험 가입자 역시 보험 계약에 따라 비용 전액 또는 일부가 보장되므로, 접종 전 보험사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접종 기록을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예방접종 수첩(Impfpass)이라는 작은 노란색 수첩을 가지고 있으며, 이곳에 모든 예방접종 기록이 날짜와 함께 기록됩니다. 이 수첩은 의료진이 환자의 접종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분실하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합니다. 이 기록은 아이의 학교 입학이나 성인의 특정 직업 활동 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기도 합니다.

예방접종은 개인의 면역력(Immunität)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합니다. 백신은 병원체의 약화된 형태나 일부 성분을 몸에 주입하여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스스로 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시킵니다. 예방접종률이 높아지면 특정 질병의 확산을 막아,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영유아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집단 면역(Herdenimmunität)이 형성됩니다. 이는 예방접종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도 예방접종은 매우 중요합니다. 임신 중인 산모는 백일해(Keuchhusten) 백신과 독감 백신을 맞음으로써 태아에게 항체를 전달하여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기가 스스로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또한, 특정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말라리아, 황열병 등 해당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한 여행 예방접종(Reiseimpfungen)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접종 비용에 대한 보험 보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접종을 받기 위한 절차는 간단합니다. 주치의(Hausarzt)나 소아과 의사(Kinderarzt)에게 전화로 예약을 하고, 예약일에 예방접종 수첩(Impfpass)을 가지고 방문하면 됩니다. 의사는 예방접종 전 환자의 건강 상태와 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백신의 효과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접종 후에는 미열이나 접종 부위의 통증과 같은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1~2일 내에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일의 예방접종 제도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과 노인, 특수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까지 맞춤형 예방 계획을 제공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사회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자신의 예방접종 수첩(Impfpass)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놓치지 않고 챙기시기 바랍니다.

1436호 25면, 2025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