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 비행기만 타면 귀가 찢어질 듯 아파요:
항공성 중이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거나 즐거운 휴가를 위해 비행기에 올랐는데,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더니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즐거워야 할 여행의 시작과 끝이 귀의 통증으로 얼룩지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도 며칠 동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고생했다는 환자분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뵙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비행기 안에서 자지러지게 우는 이유의 대부분도 바로 이 귀의 통증 때문입니다.

오늘은 비행기 여행의 불청객, 항공성 중이염의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 귀의 고막 안쪽 공간인 중이는 ‘이관’ 혹은 ‘유스타키오관(Eustachische Röhre 혹은 Ohrtrompete)’이라고 불리는 얇은 관을 통해 코 뒤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관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잠깐씩 열리며 고막 안팎의 기압을 조절하는 환기구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비행기가 고도를 바꿀 때 발생합니다. 이륙하여 하늘로 올라갈 때는 기압이 낮아져 귀 안의 공기가 팽창하는데, 이때는 공기가 이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므로 비교적 통증이 덜합니다. 하지만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는 반대 상황이 벌어집니다. 기내 기압이 다시 높아지면서 귀 안쪽이 상대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는데, 이때 이관이 제때 열리지 않으면 고막이 안쪽으로 심하게 빨려 들어가며 찢어질 듯한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감기나 비염, 알레르기가 있어 코 점막이 부어 있는 상태라면 이관 입구도 퉁퉁 부어 있어 공기가 통할 길이 막히게 됩니다. 마치 꽉 막힌 하수구처럼 압력 조절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 상태로 비행기를 타면 고막 안쪽에 피가 차거나 물이 차는 급성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코가 막힌 상태에서의 비행은 귀에 가해지는 고문과 같다”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미 잡힌 비행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우리는 이관을 인위적으로 열어주는 방법을 미리 익혀두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발살바법(Valsalva-Versuch)’입니다.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문 상태에서, 볼에 바람을 넣고 코 뒤쪽으로 숨을 ‘흥’ 하고 불어 넣는 동작입니다. 이때 “뽁” 소리가 나며 귀가 뚫리는 느낌이 든다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너무 세게 불면 오히려 고막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부드럽게 자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는 시점부터는 절대 잠을 자서는 안 됩니다. 잠이 들면 침을 삼키는 횟수가 줄어들어 이관이 열릴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껌을 씹거나 사탕을 빨아먹으며 계속해서 침을 삼키고 턱을 움직여 이관 주변 근육을 자극해야 합니다.

만약 평소 비염이 있거나 감기 기운이 있다면, 비행기 탑승 전에 반드시 약국이나 병원을 들러야 합니다. 독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비점막수축제스프레이(Abschwellendes Nasenspray; 독일에서는Xylometazolin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스프레이)가 비행기 여행의 필수품입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이 스프레이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뿌리는 것이 아니라, 착륙하기 약 30분 전, 기장이 “곧 착륙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안내 방송을 할 때 뿌려야 합니다. 그래야 코와 이관 입구의 점막이 수축하여 공기가 통할 공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하강 기압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유소아의 경우 이관이 성인보다 짧고 평평하여 기압 변화에 더 취약합니다. 아이가 비행기에서 울 때 젖병을 물리거나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빨게 하는 것은 아주 훌륭한 대처법입니다. 빨고 삼키는 동작이 이관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울음 자체가 복압을 높여 이관을 열어주는 효과도 있으니, 아이가 운다고 너무 당황해서 억지로 재우려 하지 마시고, 물이나 주스를 조금씩 자주 마시게 도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착륙 후에도 귀가 먹먹하고 본인 말소리가 울려서 들리는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합니다. 단순한 기압 차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고막 내 출혈이나 삼출성 중이염으로 진행되었다면 약물치료와 같은 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비행 후 발생한 귀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며칠간의 비행 금지를 권고하기도 하므로, 여행 일정에 차질이 없으려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비행기 여행은 설레는 경험이지만, 준비 없는 비행은 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코감기에 걸렸을 때의 비행은 귀 건강의 적신호임을 기억해 주세요. 작은 스프레이 하나와 적절한 이퀄라이징 요령만 있다면, 여러분의 귀는 구름 위에서도,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에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여행 가방에는 비상약 파우치에 코 스프레이를 꼭 챙기셔서, 아픔 없는 즐거운 비행되시길 바랍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김종휘원장의 건강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김종휘원장은 베를린의 의학대학 Charité에서 의학과 졸업 및 의학박사 학위취득을 하였고, 독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HNO Privatpraxis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www.hnopraxis-frankfurt.de

1446호 25면, 2026년 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