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0일은

강정희(시조 시인)

아침 일찍이 눈을 뜨자마자 바깥을 내다보니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뭄으로 걱정하던 차에 무척 반가운 단비였지만, 한편으로는 77주년 8.15 광복절 경축 기념식이 있는 날이기에 걱정스러웠다.

세계전통시인협회에서 주최한 제2회 광복 기념 유럽 한인 시조 백일장 시상식을 위하여 독일을 방문한 세계전통시인협회 영국 본부 임선화 회장님과 문화예술원 임형수 원장님, 두 분의 수상자들이 묵고 있는 뒤셀도르프 호텔에서 행사장Castrop – Rauxel로 이동하여 행사장이 도착하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화창한 날씨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오랜만에 개회식에 참석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각 지역한인회원의 입장, 국가에 대한 경례에 이어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 회장님의 기념사, 대통령 축사, 조현옥 대사님의 축사와 유럽한인총연합회 유제헌 회장님의 격려사 등은 옷깃을 여미게 했다. 테너 한상열 선창으로 다 같이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얼마 만에 불러보는 노래인가?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뒤이어 재독한인총연합회 최병호 고문님의 만세삼창이 있었는데 모두 함께 대한민국 만세! 평화 통일 만세! 재독한인연합회 만세! 는 콧등이 찡! 절여 왔다.

고약한 팬데믹으로 3년 이상 교민들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오랜만에 이루어진 이번 광복절 기념행사에는 독일 각 처에서 버스를 동원하여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달려온 천여 명의 교민들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터에는 한국 식품, 한인 농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채소를 내다 팔고 평소에 보기 드문 고향 음식도 사 먹으며 호강 호식하는 날이었다.

각 한인회에서는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 피우는 보기 좋은 모습, 정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연합회 임원님들이 차린 푸짐한 음식은 일품이었다.

저녁에는 2부 순서로 한국에서 초청된 가수들의 노래도 즐기며 회포를 푸는 시간, 교민들의 노래자랑, 경품 추첨으로 마치 한국을 떼어다가 독일에 가져온 축제의 분위기다. 어디 가나 기댈 곳 없는 남의 나라에 살면서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교민 단체에 고마운 마음이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쳐버린 실내에서 이루어진 차세대 우리말 겨루기 경연 대회와 어린아이들의 그림 그리기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아주 소중한 배움의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15.30시에 제2회 유럽 한인 시조 백일장 시상식이 있었다. 난, 몇 년 전부터 여러 장르에 비해 전통 시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창작 활동을 하다 보니 올 8월 1일 자로 세계전통시인협회 독일 본부 회장으로 선출되어 이번 유럽 시조 백일장 행사에 동참하여 작품 접수, 시상식까지 조합해 왔다. 시상식에서 영국 본부 임선화 회장님은 본인 소개와 왜 시상식을 독일에서 하게 되었는지의 설명, 전통 시조에 대한 소개를 하셨다.

시조 생활 131호 신인 문학상에 당선된 노미자 시인님의 사회로 상장과 부상 (1등 50만 원, 2등 30만 원, 3등 20만 원 장려상, 상품)이 전달되기 전에 임 선화 회장님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수상 작품을 낭송해 주셨는데 가슴 깊이 감동으로 와 닿았다.

1등 상은 영국 손선혜 <바람>은 유럽한인총연합회 유 제헌 회장님, 2등 상은 영국 임 옥 <어느 여름 아침에>는 전 독일 본부 민사무엘 회장님, 3등 상은 독일 황춘자 <보석 같은 쌀알>은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 회장님, 장려상 1, 영국 김주희 <유효기간>은 신임 독일 본부 회장 강정희, 장려상 2, 독일 박정자 <임플란트>는 재영 문화예술원 임형수 원장님이 시상해 주셨다

독일 문인들의 관심은 물론 많은 교민들의 관심을 모은 제2회 유럽 백일장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시조 세계화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독일에 사는 많은 분들이 잡념을 간수하며 일상을 닦으면서 생활을 민족의 꽃인 시조에 담아 긴 세월 가슴앓이를 위로받고 추스르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번 유럽 백일장을 주최해 주신 세계전통시인 협회 유성규 회장님, 김봉군 이사장님, 끊임없이 유럽에 거주하는 문우들을 위하여 수고해 주시는 줌. 강사님들께 감사드린다.

늘 사랑과 열정으로 유럽 본부를 이끌어 나가시는 임선화 회장님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함께하신 <독일 하이네 집> 문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유럽 백일장 시상식 장소를 허락해 주신 정성규 회장님과 시상식에 참석하셔 시상해 주신 유제헌 회장님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새로운 직분에 버겁기는 하지만 나, 또한 온 힘을 다하여 올곧은 신념으로 시조 세계화를 위하여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시조를>

첫술에 배부르랴 차근차근 느긋하게

구슬을 꿰어가요 한 알 한 알 예쁘게

속세의 티를 털어내며 맑고 고운 가슴으로

<고생도 꽃이 되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긋생긋 웃으며

가시를 다듬으며 마음 밭 갈앉혔다

고생도 꽃이 되었네 내 뜨락에 화알짝

*세계전통시인협회 독일 본부 : sijoeurope@gmail.com, 강정희 0174 7879 186

1280호 20면, 2022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