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희
2024년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이권행 담임목사님께서 개인 사정으로 사임하셨다. 부임하신 지 2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우리 성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 뜻을 받아들여야지..
묘한 분위기에서 성탄절을 보내며 임세혁 집사님을 청빙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담임목사님을 모셔오고자 모든 성도님의 간절한 기도로 우리는 2025년 8월 1일 자로 새로운 담임 목사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제7대 담임목사로 부임하신 박용환 목사님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교환학생의 자격으로 10년 전에 독일 드레스덴에 오셔서 드레스덴 한마음교회 청소년부 협동 목사로 일하셨다. 내일을 함께 꿈꿀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를 만나기를 간절히 고대하며 우리 교회에 지원하셨다고 한다.
목사님의 뚜렷한 목회 관은 단단한 본질을 기초로 신앙의 색깔을 펼쳐가는 교회, 즉 예배와 설교가 교회의 중심이 되고 교회를 구성하는 성도들이 소외됨 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 온 힘을 다하시겠다는 신념은 우리 뒤셀도르프 한인교회에 가장 소중한 목회 관이 아닌가 싶다.
까마득하기만 했던 8월이 냉큼 눈앞에 다가왔다. 8월 3일 주일날, 남편은 처음 부임하시는 목사님을 맞이하는 예의이자 도리라며 양복 차림으로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일찍부터 옷장을 열어 놓고 안 하던 일을 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주일날에 비해 반 시간 전에 교회에 도착했다.
드디어 11.30시에 주일 예배가 시작되었다. 정효숙 권사님의 따뜻하고 간절한 대표 기도, 늘 은혜로운 성가대의 찬양에 이어 박용환 목사님의 설교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노라‘라는 제목으로 구약성경 말라기 1: 1-5 본문에 맞춘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소망을 안겨주셨다.
신앙의 여정, 공동체로써 지난날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언제나 차근차근, 조목조목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향하여 나아가자는 온화하고 차분한 목소리 역시 편안함을 주었다.
목사님의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의지는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깊고 확고한 신앙생활을 잘해 나가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주의 종이심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 주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며 구멍 뚫린 작은 가슴으로 자갈길, 가시밭길 한평생 걸어왔습니다. 양 볼에 자리 잡은 곧고 굵은 주름은 눈물보다 더 값진 자리매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속옷의 고무줄처럼 힘을 잃고 노안이든 병이 든 친구처럼 껴안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라면 우리는 하나가 되어 행복은 합하는 것이리라 믿으며 서로 감싸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가 뒤셀도르프 한인 교회에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박용환 목사님과 박소현 사모님, 예준이가 이곳에서 잘 적응하며 소임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그동안 빈자리를 묵묵히 메워주신 김정훈 목사님과 나기호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임세혁 청빙 위원장, 윤영숙 권사님을 비롯한 운영위원회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끊임없이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성도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옷깃을 꼭 여미고 어둠 뚫고 피어나 새벽 햇살 담아내는 그런 바람 닮아가며 고개 들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노라 “
효린 강정희
안개가 가득히 낀 이정표가 희미한 길
이제는 정상으로 뜻깊게 돌아온 듯이
소망 속 빛의 줄기로 들이닿았습니다
1422호 15면, 2025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