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l.-Ing. WONKYO INSTITUTE
정원교의 귀띔,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국화폐를 말할 때 파운드(Pound) 라고만 말 하지만, 파운드 스털링 (Pound Sterling)이 맞는 말이다. 영국내에서는 퀴드(Quid)라고도 하며 1파운드는 100펜스이다.
스털링이라는 이름은 영국 동전에서 유래하는데 이 동전은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라고 하는 순 은(Fine Silver)으로 만들어졌고 이 동전에 붙여진 단위가 되었다.
지금도 스털링 실버라고 하면 순도 높은 은을 말한다.
1971년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계산하는 방법이 쉽지 않았는데 이는 8세기부터 시작된 주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화폐 단위 때문이었다.
영국에서는 서기 775년부터 화폐단위로 파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12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화폐 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2년부터 ‘원’이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는 길지 않은 화폐에 대한 역사이면서도 몇 번의 화폐개혁에 따른 변화를 가졌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50년 6월 12일에 조선은행권에서 한국은행권으로 바꾸면서 교환 비율을 1:1로 했다.
북한이 우리나라가 사용하던 조선은행권을 불법 발행하고 있던 이유로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한국은행을 설립함과 동시에 통화를 통일시켰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이 끝나던 1953년에는 ‘원’이라는 단위에서 ‘환’이라는 단위로 화폐개혁을 하면서 교환비율을 100:1 로 돈의 가치를 100배 높였다.
박정희 대통령 정부 2년 후인 1962년 6월 10일 다시 화폐개혁이 일어나면서 ‘환’에서 다시 ‘원’으로 바뀌었으며 교환 비율은 10:1 로 다시 10배 높였다. 기존의 ‘환’ 단위 화폐는 1975년 3월 22일까지 사용할 수 있었고 떨어진 화폐 가치를 올리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원’이 ‘환’으로 되었다가 다시 ‘원’으로 사용되기 이전에는 ‘상평통보’, ‘해동통보’처럼 철이나 구리로 만들어 진 ‘엽전’이 있었다.
‘동전’은 구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고려-조선 시대에 만들어 통용되었고 철전은 고려 철종 때 처음 만들어졌었다. 단위는 ‘량’, ‘푼’, ‘전’처럼 ‘한 량’, ‘한 푼’, ‘ 일 전’ 등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은화는 고종(1882) 때 발행된 대동은전 1전, 2전, 3전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불과 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1파운드 스털링은 20실링이었고 각 실링은 다시 12펜스로 나뉘어졌고 240펜스가 1파운드로 계산되었다. 그리고 실링의 절반 가치를 가진 6펜스와 같은 특별한 동전도 있었으며 왕관이 그려진 5실링, 60페니 또는 0,25 파운드도 있었다.
영국 지폐는 50, 20, 10, 5파운드짜리가 있고 앞면에는 여왕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지폐마다 다르며 모두 영국의 위인들 얼굴이 새겨져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폐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세계 230여개국중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물이 들어 있는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카나다, 호주 등 20여 개국이나 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는 고대 로마에서 사용했던 리브라 (Libra)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게단위로 쓰이던 리브라 폰도(Libra Pondo) 를 줄인 말이다. 이를 다시 파운드라고 줄여서 말하고 <lb> 단위로 표시하고 있다.
50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산업혁명 때 공을 세운 매슈 볼턴 (Matthew Boulton)과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왓트 (James Watt). 20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국부론” 을 쓴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 (Adam Smith) 10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5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윈스턴 처칠 수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영국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화폐사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지만 화폐사용에 익숙한 영국 사람들은 오히려 오랜 전통을 가진 그들의 화폐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8세기 때부터 사용해 오던 화폐단위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중의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질만도 했다.
그러나 많은 영국인들도 화폐 사용이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특히나 초등학생들이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혼동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에서 시계 보는 법을 배우듯이 영국화폐의 단위를 배우고 계산하는 방법도 배우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이를 깨우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1971년 2월 15일, 영국 화폐의 이와같은 복잡한 계산법은 끝을 보게 되었다. 영국은 다른 나라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십진법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오늘 날에는 이 날을 10진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파운드의 가치는 그대로 두고 하위 단위만 10진법으로 고쳤다. 이후 1파운드의 가치는 100펜스가 되었고 실링이라는 화폐단위는 없애 버렸다. 폐기되는 실링동전은 과도기 동안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영국인들은 10진법으로 쉽게 만들어 진 화폐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이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점점 사라지고 찰스 3세의 초상화가 새겨진 새로운 동전이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
2022년에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새겨진 구형 동전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 동전 수집가들의 애호품이 되어 줄 것이다.
1437호 22면, 2025년 1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