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화해를 향한 작은 바퀴, 평화를 향한 연대의 첫걸음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14일 토요일 오후, 독일 베를린 중심을 가로지르는 14km 구간에서 제4회 한반도 평화염원 자전거 투어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남북한이 평화의 의지를 함께 확인했던 6.15 선언과,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25가 함께 존재하는 6월에 열리며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베를린의 전쟁과 분단, 통일과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들을 돌며, 남북한이 분단과 대립을 넘어 신뢰와 화해로 나아가기를, 더 나아가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가 실현되기를 염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빠 손을 잡은 6세 어린이부터, 80세가 넘는 파독 간호사 출신 1세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출발해 브란덴부르크 문, 북한 대사관, 대한민국 대사관, 그리고 포츠담 광장까지 평화의 메시지를 싣고 자전거로 행진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Hop Spot 독일 청소년 케이팝 댄스팀의 신나는 퍼포먼스로 시작된 투어는, 평화를 노래하는 구호와 노래들로 도심 곳곳에 희망의 목소리를 울려 퍼뜨렸다.

특히 이날 북한 대사관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사관의 문도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3년 전 첫 번째 자전거 투어 당시에는 대한민국 대사관이 통일정이 있는 정원을 개방하고, 당시 총영사가 직접 참가자들을 맞이해 정원에서 ‘아리랑’ 플래시몹을 함께했던 기억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이제는 남북한 모두가 신뢰와 화해를 통해 서로의 문을 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모스크바에서 평양까지 다시 연결된 직행 열차가 언젠가 서울을 지나 베를린까지 이어지기를, 그리고 기차를 타고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선경 민화협 베를린 상임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연설 중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입니다.”를 인용하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대북전단 살포 중지, 대북 확성기 방송 및 대남 소음 방송의 중단은 다시 한반도에 신뢰와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는 의미 있는 조치”라며, “오늘 우리가 굴린 이 작은 바퀴 하나하나가 결국 큰 평화의 물결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민화협과 재독한국여성모임(대표 안차조), 한민족유럽연대(대표 서의옥), 베를린 벧엘교회(담임목사 나동주),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담임목사 조성호),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대표 정선경), 무악 베를린(지도 최윤희), 이지쿡아시아(대표 이민철), Hop Spot 케이팝 스튜디오, 교포신문 등 다양한 단체들이 협력해 개최했다. 이 행사는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가두방송은 한민족유럽연대의 서의옥, 최영숙, 그리고 아스콜트 히츨러(Askold Hitzler)가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겨울, 우리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맞서 싸웠습니다. 불법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민주적인 시도들에 맞서 연대하며 지켜낸 우리의 목소리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로 향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시대를 희망합니다.”
행사의 마지막 장소인 포츠담광장에서는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무대를 채웠다. 엄마, 아빠, 남동생과 함께 참가한 강나원 학생(14세)은 “지금 시민들은 평화롭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평화는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진심으로 평화와 남북한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14km를 달리면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던 최연소 참가자 황온유•황소유 어린이는 “전쟁이 없는 것이 평화다. 그래서 아빠랑 평화를 위해 나왔다”며 또렷한 목소리로 참여의 의미를 전했다.
또한 매년 빠짐없이 투어에 참가한 독일 참가자 귄터 마르크그라프(Günter Markgraf)씨는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보면, 한국의 평화는 단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에는 무악 베를린(지도 최윤희)의 한반도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기원무와 힘차게 맞이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의 시작 문을 여는 듯한 힘찬 모듬북 공연이 펼쳐지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작지만 강한 외침은 계속된다.
작은 바퀴의 움직임이 나비효과로 결국 큰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자전거 투어를 통해 ‘평화는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기사제공: 제4회 베를린 한반도평화염원자전거투어팀
문의 정선경 berlinpeacewal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