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2)

초기 르네상스 회화

시대적 배경

1400년대는 인문주의와 함께 자연과학이 크게 발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사물을 단순히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찰하고 탐험하여 분석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곧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들은 모든 자연현상의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들의 질서와 균형, 조화를 이론적으로 정립하여 일정한 규칙에 맞추어 표현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을 조화롭게 구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 시기 이탈리아는 아랍과의 지중해 교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쌓아올리게 된다. 부는 곧 예술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고 이탈리아 주요 도시국가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부각시키기 위해 예술을 이용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가문은 예술 부흥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여 피렌체시 전체에서 수많은 인재를 발굴해 내었다.

원근법의 발견: 신의 시점에서 인간의 시점으로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평면위에 공간감과 거리감을 표현하는 방법인 원근법의 발전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발견된 이 방법은 이후 500년 동안 서구 회화의 기초가 된다.

중세 시대 회화 작품들의 시점은 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다. 인물이나 사물의 크기 또한 거리에 관계없이 제각각인데, 주로 중요한 인물이나 사물들은 크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나 사물들은 작게 그려내곤 했다. 즉, 신이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이런 식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담은 시점으로, 중세 시대를 지배했던 신 중심의 가치관을 여실히 드러내는 시점이다.

이에 반해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을 사용한 회화는 기본적으로 인간 중심의 시점을 보여주고 있다. 원근법 중에도 특히 소실점을 중심으로 기하학적 도형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선 원근법이 이러한 시점의 변화를 잘 드러내고 있다. 선 원근법에서 소실점은 화가의 눈높이와 평행을 이루는 점으로 회화의 시점이 화가가 대상을 관찰하는 시점임을 표현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선 원근법 이외에도 다양한 테크닉을 통해 원근감을 표현했다. 사물이 뒤로 갈수록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색조를 흐리게 하고 세부를 간략하게 묘사하는 공기 원근법을 사용하기도 했고, 적극적인 인상을 주는 빨간색을 가까이 있는 물체에 칠하고 소극적인 인상을 주는 청색을 멀리 있는 물체에 칠하는 등 색의 심리적 효과를 화면에 응용하는 색채 원근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외에 중세 시대의 딱딱한 측면 초상과 격자식 배열에 맞춘 경직된 인물 배치를 모나리자 등에서 나타나는 피라미드식 구조 같은 조금 더 3차원적이고 생동감 있는 구도로 바꾼 것 등도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회화 기술 발전의 하나이다.

유화 물감의 발명과 명암 대조법의 발견: 회화 기법의 혁신과 벽화

르네상스 시대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회화에 큰 발전이 있었다. 유화 물감의 발명과 명암 대조법의 발견이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 가장 큰 기술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리를 곱게 갈아서 테라핀과 기름에 섞으면 유채물감이 되는데, 유채물감이 지니는 다양하고 풍부한 색채로 화가들은 색조의 단계적 변화를 무리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어 3차원적인 현태와 질감을 표현하는데 큰 발전을 이루게 됐다.

또한 여기에 평면으로부터 도드라져 보이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그림 속에 어두운 부분으로부터 밝은 부분이 떠오르듯 형체를 묘사해 나가는 회화 기법인 명암 대조법이 더해지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이전 시대의 기술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입체감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마사초와 보티첼리

그 예술가들의 선구자는 마사초(Masaccio)이다. 그는 15세기 초 건축가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에 의해 발견된 원근법을 그림에 도입하여 그림 속에 공간을 창출해냈다. 원근법은 당시 사람들에게 지금 시대의 3D와 같은 시각 혁명이기도 했다.

마사초는 지오토 이후 최초로 인체를 실제 인간처럼 묘사한 화가 중 하나로, 원근법을 사용하여 인간과 주변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의 ‘성 삼위일체’는 교회 성당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로 이 벽 앞에 선 사람들의 시선에 소실점을 맞추어 그렸다. 아마 이 시대 사람들에겐 실제 건물 속에서 성경 속 이야기가 재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기술에 집중한 나머지, 당시 그림들은 원근법을 이용하여 훌륭히 묘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제와 배경은 사실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한 세대 뒤에 이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피렌체의 몇몇 미술가들이 원근법과 조화로움을 함께 갖추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들 중 한명의 미술가였던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는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이를 실현하였다.

메디치가는 보티첼리를 가까이 두면서 많은 작품들을 의뢰했는데, <PRIMAVERA>, <수태고지> 등 을 제작하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걸작을 완성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티첼리는 원근법과 조화로움을 함께 그림에 표현하기 위해 인체의 표현을 왜곡시켰다. 그래서 그림에 등장하는 비너스의 몸에서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초기 르네상스 회화의 한계일 것이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207호 28면, 2021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