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산업전사 합동추모제
“모두를 위하여 추모합니다“

에센.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별세한 파독근로자들을 추모한 ‘파독산업전사 합동추모제’가 지난 8월 26일 중부독일에 소재한 파독광부기념회관 및 한인문화회관에서 엄수되었다.

이번 합동추모제는 정부에 의해 독일에 온 근로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사)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회장 최광섭), (사)중부한독간호협회(회장 최순실), (사)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이하 파세연. 회장 고창원) 3개 단체가 주관하였으며 각 지역한인회와 직능단체 등, 총 22개 단체의 참여와 재외동포재단, 킴스아시아, 푸라이제 장의사가 후원한 가운데 열렸다.

길이 8 m의 중앙 제단 위엔 영정사진들과 왼쪽에는 편안한 영면을 바라는 동헌 오수혁선생의 근조(謹弔) 걸개가 걸리고 영정 주변은 수백 송이의 국화로 장식되었다. 하단에는 추모제로 모신 78인의 한지 위패와 근조화환(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 이기자회장, 본분회 박찬홍회장, 민화협 이종걸의장, 문영희고문, 뒤셀도르프한인회), 근조기(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교포신문)가 자리했다.

이날 파독전사 합동추모제는 총 1시간 40분 동안 숙연함과 엄숙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제1부는 개제선언에 이어 국민의례, 회장인사, 파세연 연혁보고, 추모 78인 명단이 소개되었으며, 제2부로 및 헌화, 개신교와 불교의 추모제 집전, 추모사, 추모가, 유족인사, 회원헌화, 폐제선언으로 진행됐다.

사회자인 김옥순 부회장의 개제선언 이후, 국민의례에 이어 고창원회장은 먼저 추모제 인사에서 뜻깊은 파독산업전사 합동추모제에 귀중한 걸음을 해주신 파독산업전사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고창원회장은 이 시간은 조국근대화에 일조를 담당했으며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이별한 파독산업전사들을 추모하는 자리로 이전에 가졌던 그 어떤 행사보다도 숙연함과 함께 그 무게를 느끼게 되며 특별히 파독광부기념회관에서 합동 추모제를 거행하게 되어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고창원회장은 눈물과 땀이 뒤 섞인 근로와 삶의 현장에서 애 쓰셨던 수 많은 선배, 동료 분들, 끊임없는 도전과 패기의 정신으로 어려운 역경을 이겨 낸 파독산업전사들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지기와 동반자로 서로 힘이 되어주고 뜻을 함께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지난 1년 반 동안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우리 곁을 떠난 많은 분들의 비보를 접하고도 코로나 19로 마지막 길도 지켜드리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며 추모제를 통하여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분들께도 위안이 될 것을 바랐다.

마지막으로 최근 주본분관에 부임, 교민들과 첫 만남을 가진 허승재 총영사, 재독한인간호협회 문영희, 최수자, 윤행자 고문, 최미순, 최순실 중부한독간호협회 전,현회장, 재독총연 정성규수석부회장과 최정식 총연고문, 서봉석 중부지역한인회장과 중부지역 한인회장, 민주평통북유럽 이계방수석부회장과 박찬홍 본분회장 등, 여러 단체장들과 원로들을 소개하였다. 이어 김동경 수석부회장이 창립14주년이 된 파세연 연혁을 보고하였다.

2부 첫 순서로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합창단의 악기연주에 맞춰 주본분관 허승재총영사, 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 이계방수석부회장,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김갑호부회장, 중부한독간호협회 최순실회장, 유가족순으로 분향이 진행됐다.

에센 갈보리교회 최문규 담임목사는 성서의 말씀을 전하며 “독일에 근로자로 온 많은 산업전사들 가운데 먼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영혼들을 하나님 아버지 품에 안아 주시고 이 땅에 사는 동안 겪었던 모든 슬픔과 눈물을 닦아주실 것과 남아있는 유족과 우리 모두가 주님을 바라보며 하늘에 큰 소망을 두고 살게 해 줄 것을 간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의 추모법회는 혜유스님과 혜려 스님이 반야심경을 독경하였고, 한마음 선원 신도들이 추모 곡을 합창하였다.

이기자 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장은 이계방수석부회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추모제를 준비한 관계자 모두에게 깊은 감사인사를 전하고 허승재 총영사의 부임을 축하하였다.

이어 지난 60, 70년대 고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영광된 사명을 어깨에 메고 1천미터 땅속 어두운 곳에서 땀 흘려 일했고 현지인 환자들을 돌보며 힘겨운 일들을 해내신 간호사분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했다.

일찍이 파독산업전사님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움들을 참고 견디며 오직 나라의 경제발전, 잘살아보자는 하나의 신념으로 힘겹게 일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등지고 우리 곁을 떠나셨기에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주춧돌이 되신 산업전사들 앞에 옷깃을 여미게 되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영령님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며 추모했다.

부임 후 첫 공식행사에 참석, 여러 한인단체장과 교민 분들을 뵙고 인사하게 되었음에 고마움을 표한 주독일대사관 본분관 허승재 총영사는 추모사를 통해 “오늘 우리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유명을 달리하신 일흔여덟 분을 추모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만 하셨던 유가족 여러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리며 돌아가신 영령에도 삼가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빌었다.

허 총영사는 우리 재독 동포사회는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힘과 지혜를 모아, 상부상조하며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였으며 더욱 애정 어린 동포애를 발휘해 나왔다고 했다. 우리들은 일흔 여덟분의 돌아가신 분들을 결코 잊지 않고, 생전에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가슴에 간직할 것이라며 합동추모제를 주관한 3개 단체와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이기자 회장과 독일 곳곳에서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참석해 주신 여러 동포단체장들과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 총영사는 지난 주말 본에 부임하여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동포 여러분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전대미문의 코로나사태를 극복하는 점임을 밝혔다. 아울러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경제, 과학,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있기에 이러한 조국의 높아진 위상과 실력을 바탕으로 동포 여러분들과 함께 한국과 독일간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도 강조하였다. 끝으로 허총영사는 다시 한 번 유가족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리며, 일흔여덟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가는 최미순 소프라노가 장구가락과 함께 “친구의 이별”을 불러 추모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족인사로 이연희씨(고 권대희님 미망인)의 편지를 정운숙 뒤셀도르프한인회장이 낭독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본인에겐 맞지 않는 표현같다.라며,,아직도 남편을 먼저 보내드린 아픔과 외로움,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심정, 남편을 떠나보내며 이웃과 지인들조차 함께하지 못한 아픔과 미안함이 있었으나, 이번 합동추모제를 준비해 주심으로 큰 위안이 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듯한 감정을 갖게 되었음을 편지가운데 고백했다.

마지막 순서로 추모객들이 헌화하며 사회자의 폐제선언으로 파독산업전사 합동추모제의 모든 순서를 마쳤다.

한편 추모제후, 본분관 허승재 총영사와 이우철 공사참사관은 고창원회장의 안내로 재독동포역사자료실과 광산박물관을 돌아보고 명예관장 김계수 박사, 최광섭 회관장, 유상근 자료실장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했다.

허 총영사는 “뜻깊은 장소에 찾아뵙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방명록에 소회와 소감을 남겼다.

나복찬중부지사장 nbc@kodb.de

1233호 20면, 2021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