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 102회: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해로 노래교실의 베를린 산책

나이가 들면, 넘어져서 골절상을 입는 분들이 많아진다. 젊을 때와는 다르게 균형감각도 둔해지고 근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잘 걸을 수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발목을 삐끗하거나 다리를 다치면 바로 보행장애를 겪으면서 걷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누워만 있으면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 근육이 약해진다. 그만큼 걷기는 중요하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의 걷기만 해도 활동에 필요한 근력을 얻는다. 어르신들을 섬기면서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옛말을 인용하여 어르신들에게 걷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어르신들에게 ‘걷기’는 커다란 운동이 될 수 있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동이다. 걷기를 통해서 ‘심폐 기능 향상, 혈액 순환 촉진, 체지방 감소, 골밀도 유지 및 증진, 스트레스와 우울증 감소 및 면역력 향상’ 등의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시니어 건강전도사 이시형 박사는 “걸으면 뇌 기능이 활성화되어 치매도 예방이 되고, 또 걷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행복을 느끼게 된다”라고 하였다.

‘걷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운동이다.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온전한 직립보행을 하는 것은 사람이 유일하다.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걷기까지는 1년이 걸린다. 다리의 힘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걷는 것은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로봇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의 걸음걸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인간의 몸이 걷는 행위는 매우 신비롭다.

‘걷기’ 트렌드는 역사가 오래되었다. 고대엔 지도를 만들기 위해 방방곡곡을 누비며 어디든 걷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삶의 의미를 찾아서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걷기’에 대해서 이어령 교수는 “걷는다는 것은 내가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것을 지구 위에 새기는 황홀한 도전”이라고 했다.

걷기는 인간에게 매우 필요한 활동이지만, 문명의 발전으로 이동 수단이 편리한 시대가 되면서 신체 활동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운동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달리기’와 ‘걷기’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약해지게 되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약해지고 병들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걸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약보다는 음식이 보약이고, 음식보다는 걷는 것이 보약이 된다고 하였다.

5층 계단을 오르면 만 보를 걷는 것과 같은 근력운동이 된다고 한다. 만 보를 걷지 못하면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좋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를 기억하고, 나무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동네 한 바퀴 걷는 습관을 만들면 좋겠다.

해로에서는 어르신들의 ‘걷기’를 모든 프로그램에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모이는 “존탁스카페”에서는 모든 순서를 끝마치고 나서, 가까운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요즘은 걷기에 좋은 날씨이고, 해가 나도 나무 그늘이 많아서 덥지 않아 걷기에 좋다. 그리고 30분 이상 삼삼오오 소풍 가듯 걸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걷기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 더 멀리 여행도 다닐 꿈도 가지게 되었다.

“노래교실”에서는 앉아서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세 달에 한 번씩 ‘베를린 산책’을 나간다. 사실 베를린이라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 살면서도 구석구석 다녀보지 못한 곳도 많고, 다녔어도 무심코 그냥 지나쳤던 유적과 예술품들을 걸어서 찾아보는 시간도 갖고 있다.

6월 4일에는 박노영 선생의 안내로 시내 중심 베벨광장에 모여서 박물관섬을 거쳐 성마리아교회의 중세미술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에 몰랐던 역사와 예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어르신들 모두 두 시간의 걷기가 피곤한지 모르고 다니셨다. 어르신들의 체력과 안전을 생각하여 봉사자들이 세심하게 살피는 가운데, 두 시간 이내의 거리를 돌아보며 걷는 것이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커다란 운동이 된다고 믿는다.

또한 어르신들을 여러 행사에 초대하여, 걷고 몸을 움직일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다문화 행사에도 ‘시니어 합창단’으로 참가하여 흥겹게 노래도 부르고 한국문화를 알리기도 한다.

남자 어르신들을 위한 “핸드폰 교실”에서도 10주 교육과정 중에 야외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가까운 공원에 나가 핸드폰을 활용한 사진 촬영 실습을 하도록 하여 교육 중에 걷는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파독 1세대 어르신들 중에 막내가 70 중반의 연세가 되었고 평균 연령은 80이 넘었다. 100세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때가 되었다. 어르신들에게 행사와 교육, 여러 모임을 위해 집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걷기 운동은 시작된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어르신들에게 걷을 기회를 제공하여 건강을 증진하는 좋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함께 모여 걷고 이야기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노년의 행복이라 생각된다. 우리 어르신들이 집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오셔서, 해로와 함께 걸으며 건강한 노년을 보내시기를 바라며 기도의 손을 모은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과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요한삼서 1:2)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66호 16면, 2024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