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 131회: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뀝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관리할 때, 고장이 나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거나 점검한다. 사용 시간이 늘어가면서 부품에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갈수록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사람의 ‘노쇠지수’는 의학적으로 나이에 비해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말하는데, ‘노쇠지수’는 잘 관리하면 어느 정도 노쇠를 늦출 수 있고 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

신체적인 능력은 운동과 식사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 치매와 관련된 인지능력도 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치료를 통해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지만, 노화를 조금 늦추어 나이보다 더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 다소 힘이 들더라도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노쇠지수를 개선하여 건강한 노후를 보내야 하겠다.

노쇠지수를 개선하려면 먼저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반복된 행동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일상이 되어 그것이 인생이 되고 결국 운명이 된다. 따라서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해온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몸의 질병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프면 질병의 원인을 찾아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하고, 치료를 위해 약도 먹는 새로운 습관을 익혀야 치료된다. 결국 습관을 바꾸고 노쇠지수를 개선하면 병으로 고생할 운명을 건강하게 살도록 바꿀 수도 있다.

요즘 ‘해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봉사 중 하나는 우리 어르신들이 고령화 되어 가면서 많이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와 같은 인지능력의 저하와 치매이다. ‘해로하우스’에서는 어르신들의 뇌를 건강하게 하고 또 노화를 최대한 늦추어 드리기 위해, 8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와 인지장애가 있는 경증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많이 저하된 어르신들도 자신만의 ‘시간 습관’이 있어서 새로운 프로그램에 나오시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본인의 인지능력 저하를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전화를 여러 번 드려서 겨우 나오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해로까지 나오시는 길을 못 찾을까 하여 가까이 사는 분들과 함께 오시도록 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 어르신들의 새로운 습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은 작은 학교이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나누어 여러 과목의 공부를 한다. 첫째 시간은 체육 시간이다. TV 모니터에 나오는 체조를 따라서 하는 간단한 운동이다. 이름하여 ‘9988 체조’다. 강사가 “구구”하고 선창하면 “팔팔”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신다. 마치 신병 훈련소에 입소한 젊은 청년들처럼 아주 큰 소리로 복창한다.

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운동이다. 큰소리를 내면 호흡이 좋아져 몸도 건강해진다. “9988”을 외치는 소리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밝아진다. 몸이 건강해지는 ‘손가락 박수’도 치면서 몸 구석구석이 건강해짐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2교시는 국어 시간이다. 속담 맞추기, 그림과 글자 맞추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어휘 능력을 향상한다. 자꾸 잊어가는 단어들을 기억하는 연상 훈련도 한다.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력 감퇴를 막아주는 시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어르신들에게 고른 영양을 공급해 드리는 것은 뇌 건강에 필수적이다. 집에 혼자 계시면 식사하는 것도 잊어버리기 쉬운데, 봉사자들이 맛있게 준비한 점심 식사를 여럿이 함께하니 더욱 맛있게 드신다. 식사를 잘 드셔야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다.

나른해지기 쉬운 점심 식사 후에는 음악 시간을 갖는다.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동요와 가요, 찬송가를 함께 부른다. 오래전에 불렀던 노래지만 기억을 떠올리며 고운 목소리로 잘 따라 부르신다. 추억이 깃든 노래나 ‘엄마가 섬 그늘에’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다.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관련하여 연상되는 어릴 적 추억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해로의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

음악 시간에 이어 미술 시간도 있다. 태극기도 그리고 부채도 만들고, 여러 가지 그림에 색칠도 한다. 같은 그림재료에 색칠을 하지만 나름대로 그림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른 색을 골라 칠한다. 색칠 공부는 어르신들에게 집중력을 높여주고 성취감도 준다. ‘해로하우스’의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이 우리 어르신들의 좋은 습관이 되어 운명이 바뀌는 좋은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며 어르신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해로하우스가 시작된 지 5개월째가 되었다. 파독 어르신들을 섬기다 보니 새롭게 섬겨야 할 일들이 계속 보인다. 지금 ‘해로하우스’는 전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사람과 재정이 부족하지만, 해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 어르신들을 섬기려고 한다.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근 봉사자와 자원봉사자가 지혜를 모아 가장 좋은 봉사로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노년을 보내시도록 힘껏 도우려고 한다.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평화의 하나님이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흠 없이 완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데살로니가전서 5:2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24호 16면, 2025년 8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