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현옥
1.
클럽 회원들은 최연장자인 마셀을 존경했다. 그의 보수적인 생활 원칙을 인정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여 적응을 했다. 교정이 불가능한 이미 인쇄되어 나온 한 권의 책처럼 대했다. 읽지 않으면 되는데 구태여 시간 낭비해가며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식이었다.
2주에 한번 만나서 생활 철학에 대한 테마로 토론을 하는데 마셀에게 무대를 무한정 할애하고 관심을 주고 “너의 이상한 성격이 우리들에게 피해를 주는 점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쳐볼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 라고 은근하게 조언으로 설득 작전을 벌여봐야 소득이 없기에 무언의 약속으로, 모두 침묵을 지켰다.
클럽회원 모두가 무언의 약속으로 마셀을 의식적으로 무관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한 체 서로 편한 상태로 지내자는 마음으로 대했다. 초기부터 그랬을 것 같지는 않지만 거의 20여 년 동안의 세월이 가져온 결과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나이도 그렇고 경력도 그렇고 인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방치를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셀은 클럽 창설자로 회색 폐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불가침의 위치에 앉아 있었다. 또한 몇 번 언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특별하게 달라진 게 없기에 그랬다.
마셀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연락을 할 수 없다. 핸디도 없고 유선 전화 자동 응답기가 유일한 연락망이다. 그는 누군가가 전화를 했을 때,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갑게 전화기를 드는 것은 진실이 아닌 표면적인 대화라고 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통화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마셀은 자동 응답기에 녹음된 내용을 들은 후 심사숙고 하며 통화 준비를 한다고 했다. 이틀 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하여 전화한 이유를 물어봄으로써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급하게 뛰어가서 도와줄 수가 없다는 그의 생활 철학이다. 생명에 관계되는 위급한 경우는 112를 불러서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할 일이기에 오히려 시간 낭비라고 말 했다.
먼 남독 시골에서 태어나 대도시 베를린에 살지만 자녀도 없고 친구도 없기에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왔다. 급하게 전화를 한사람은 문제 해결을 했거나 지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단계의 시점에 이미 새로운 문제로 고민 중인데 전화를 했다. 이런 경험을 한 회원들은 마셀과의 통화를 피했다.
결혼하여 60년을 같이 사는 부인과 100년 된 고건물의 4층에 살았다 이 건물은 문화유물로 지정되어 건물구조를 고칠 수 없어 엘리베이터 설치가 금지되어있었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불평 없이 오르내리며 운동을 대치한다고 위로했다.
일 년 내내 변화 없는 사생활에서 독서로 살았다. 마셀은 88세로 고령의 나이지만 베를린 샬롯덴부르크에서 티어가르텐 아카데미 예술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클럽모임에 참석했다. 비가 올 때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왔다.
만년 청년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며 팔다리의 근육을 자랑할 때는 회원들은 “ 와우 ! 슈바아츠 에그 씨가 부러워 하겠는데 !” 하며 아첨에 가까운 말로 예의를 지켰다. 고령인 그의 피부 색깔도 그렇지만 탄력성을 잃은 근육의 모습을 보기가 민망했지만 장단을 맞추어 주어 그의 의기를 붙들어 주었다.
몇 년 전에 심장병이 생겼고 부부 불화가 있어 몇 달을 클럽 모임에 참석하지 앉았다
마셀이 자전거를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베를린의 곳곳에 가는 대신 그의 아내는 게으르고 담배를 피우며 TV 로 소일한다고 했다
부부는 정년 나이까지 일을 하여 적지 않은 연금이 나오기에 여행을 즐길 수가 있는데 아내의 흡연이 문제였다.
금연법이 정해지자 호텔에서는 흡연을 허용하는 몇 개의 방을 설치하여 애연가 손님을 받아드렸다. 독일 정부는 금연법 시험단계가 지나자, 금연법을 한 단계 더 엄격하게 올려 공포했다. 전호탤 방과 로비와 거실이 금연구역으로 되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호텔 구역을 나가서 길가에 서서 담배를 피워야 하기에 애연가 아내는 여행을 거절했다.
이런 사생활 이야기를 할 때면 마셀은 호감이 가는 노인이 되어 연민으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
그날의 논쟁은 예상하지 않는 성격이 조용한 크리스와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크리스의 제안을 반대하는 마셀의 단호한 반대가 원인이었다.
인공지능은 인류 역사를 뒤엎는 디지털 혁명이라고 말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 생활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하는 크리스를 단호하게 제지하여 언쟁을 불러일으켰다.
자동차와 핸드폰을 거절하고 컴퓨터 없이 사는 그에게 인공지능이 무슨 철학적 테마가 되느냐고 마셀은 주장했고,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의 변화를 무시하고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어떻게 비평을 할 수 있으며, 전연 알지 못하는 일을 일반적으로 거절을 해서는 안 된다는 크리스와 부딪쳤다.
한자리에 앉아 듣기만 하기가 거북한 클럽 회원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온 그의 고집에 대한 불만이 섞여 나왔다. 소리 높은 언쟁으로 발전했다.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는 마셀과 이미 몇 번인가 테마 제안을 거절당한 20년 연하의 크리스가 만만찮게 나섰다. 이번만은 자신의 의도를 관철 시키겠다고 작정한 태도로 그동안 지켜온 존경심을 내던지고 인정사정 안보겠다는 크리스의 태도가 위태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
상황이 점점 심해지자 시몬이 상 밑으로 크리스의 발을 밟으며 제지를 시도했다. 크리스는 일어나며 오늘 어차피 예약된 일이 있어 끝까지 있지 못하고 조퇴를 할 생각이었는데 좀 더 일찍 가겠다며 책과 노트를 챙겼다. 마셀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준비해온 인쇄물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마셀! 온 세상이 인공 지능의 개발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도 테마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심리학을 전공한 시몬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크리스가 마음을 풀지 않은 체 자리를 뜬 이후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묵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태도였다.
“….우리는 명색이 철학 클럽이야 ! 세상의 변화를 비판 의식 없이 동조하며 뒤따라 강수는 없어!”
마셀은 조금도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시몬의 재시도는 꺼져 가는 숯불을 향해 부채질을 하는 식이 되었다.
“새로운 발명과 발전에 대해 비판을 하고 우리의 자세를 갖추려면 우선 정보 수집을 해서 알고 해야 할게 아니야? 무조건 거절하면 격리되는 거야 !
얼마 전 TV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이 이해 할 수 있게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을 했어 !“
“너희 둘이 또다시 언쟁을 시작하면 나도 가야겠다”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바바라가 엄중하게 한마디 하여 질서를 잡았다.
마셀이 가지고 온 논문 기사는 “삶의 의미”라는 재목이었다. 마셀의 평생 테마로 벌써 몇 번이나 다루었다. 마셀은 세계의 사회 철학자가 이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면 코피를 해 와서 자신과 토론하기를 원한다.
주문한 커피가 도착하여 모두 가져온 쿠키를 꺼내어 상위에 올리며 잠시 정지를 했다.
3
논문을 읽어가며 토론 중에 그때까지 침묵을 지켜온 볼프가 시작했다.
“마셀 !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마 !,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생물체 중의 하나로 너는 인간으로 태어나 생각하는 동물로 살 뿐이고 생명력이 다하면 죽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 태어난 생명이 자리를 차지하는 거야!
뭐 그렇게 중요하게 자신의 존재를 높이 평가할 이유가 없어! 모든 생물은 다 그렇게 태어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거야 !”
“이런 세상에 태어나 살다 가게 되는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거 아니니? 우리와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니! 네가 생각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싶은 세상은 유토피아야 !”
마셀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조금도 그의 생각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렸다. 그의 얼굴이 전례 없이 비장한 모습 이었다.
“오늘 우리는 너의 다른 부분을 알게 되었는데, 너무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하게 검열하며 살 지마! 우리 모두다 선택의 결정 없이 태어나 살아가는데 뭘 그렇게 자신의 생에 무게를 두니? 88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시간에 대해 너그럽게 감사하게 대해야 될 거 아니니 ?”
“그러니까 나는 하루라도 더 연장하여 지구상의 자원에 더 축 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마셀이 의외로 힘없이 대답했다.
“그 무슨 소리야!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되면 너를 데리고 갈건대!”
마셀은 88년 전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했고 88년 동안 이 지 구상에서 잉여 인간으로 절대적인 존재의 가치를 부여 받지 못한 체 살아왔다고 했다.
그의 생은 인간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것 없이 중요한 지구상의 자원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의 양심으로 허용할 수 없는 잘못으로 무용지물의 인간으로 가치 없이 아무 보람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4
2주 후에 만나자는 말을 하며 모두 일어섰다. 마셀은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로 끌어안으며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가라고 당부했다.
회원들은 그가 크리스와 언쟁을 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고맙다는 인사에 덧붙여 마셀 자신도 조심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라는 말로 대답했다. 클럽 회원들은 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헤어나기 위해 모두 서둘렀다. 그날로 살아있는 마셀을 마지막 보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체 작별을 했다
마셀은 45분 후면 집에 도착한다며 시내의 자전거 거리는 밝은 가로등들로 밝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회원들은 마셀이 자전거 헬멧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각기 다른 생각을 했다. 2주 후의 만남에서 회원들은 이 순간을 회상하며 “마셀이 언제까지 자전거를 타고 클럽 모임에 올까”하는 생각들을 했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며 잘 가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2주 후에 다시 만나자고 누군가 다시 다짐을 반복했다 .
2주 후 클럽 회원들은 처음으로 마셀을 기다렸다. 거리로 향한 대형 유리창을 지켜보며 그를 기다렸다. 언제나 제일 먼저 와서 자리를 확보하고 기다리는 그가 전례 없이 늦어지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며 혹시 누구한테 결석 연락을 했는지 물었지만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관리실 직원이 와서 전화를 받아보라고 했다. 피트가 일어났다. 회원들은 불길한 예감으로 마음을 졸였다. 마셀의 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원들의 번호를 알고 있는 마셀이 직접 전화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짧은 대화를 끝내고 피트는 백지의 얼굴로 쓰러질듯 비틀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셀의 아내가 남편의 사망을 알렸다고 했다. 마셀의 아내는 클럽 회원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었다. 회원 중 누구와 친하게 지냈는지도 몰랐고 마셀은 전화번호를 기록한 수첩도 남기지 않았다. 마셀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는 이름과 함께 암기하고 있었다
아내는 클럽 회원들에게 알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오래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회원 모두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했다. 회원들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
크리스가 참을 수 없는 침묵을 깨뜨리며 핸디를 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확인을 해야겠어!” 자동 응답기에 저장되어 있던 귀에 익은 마셀의 목소리가 흘려 나왔다 .
클럽 회원들은 크리스가 핸디를 끄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끝)
1455호 14면, 2026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