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한국의 1인 가구 세대수가 1천만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의 1인 가구가 1,012만 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체 2,411만 세대의 약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2인 가구도 601만 가구로 늘어난 데 비해서 4인 이상 가구는 394만 가구로 줄어들어, 이제는 4인 가구가 더 이상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1인 가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 이상이 207만 세대로 가장 많았고, 60대는 189만 세대로 집계됐는데, 60대 이상 1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 수의 약 40%에 달한다.
1인 가구의 증가를 촉발한 요인으로 주택 청약 제도가 그 시발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1가구 다주택자에게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고, 주택을 소유한 세대에게는 신축 아파트청약을 제한하는 대신, 무주택자에게 청약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생기면서, 유리한 조건에서 주택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자녀들이 독립하여 세대 분리를 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2023년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대해 2020년 34.0%가 동의하였는데, 2023년에는 47.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연예인들이라서 일반화는 힘들지만, 1인 가구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라는 방송이 있을 정도가 되었고, 결혼하지 않고 1인 가구로 혼자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적 고립에 따른 외로움과 고독,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 경제적인 취약점과 조기 사망의 증가라는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베를린에는 홀로 살고 계신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다. 연세가 고령이 되어서 배우자가 먼저 돌아가신 분도 있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거나 일찍 이혼한 분들도 있다. 사단법인 해로가 섬기고 있는 분들의 대부분이 이런 홀로 살고 계시는 환자분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홀로 살고 계시는 분 중에는 자녀가 없는 분들도 있고, 자녀가 있어도 직장 때문에 옛날 서독 지역의 도시에 살거나 외국에 사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로 어르신들이 위기를 만나도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경우,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외국에 사는 가족들은 위급한 상황을 알고도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일찍 도착하지 못하기도 하고, 독일에 사는 자녀들도 거리와 직장 사정 때문에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랜 분단으로 독일의 지역 격차가 만들어낸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혼자 사시다가 암과 치매 등으로 요양원 등에 입원하시는 어르신들의 경우는 해로의 특별 돌봄 대상이다.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것은 외국인 이주자인 우리 어르신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독일 요양원에 들어가면 어릴 때부터 먹어온 한식을 전혀 먹을 수가 없고, 한국말로 대화를 나눌 대상이 하나도 없는 외롭고 고립된 환경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해로가 이분들의 병세를 호전시켜 드릴 수는 없지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드리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할 수만 있으면 매주 한식으로 작은 도시락을 싸서 요양원을 방문하여 맛있는 한식을 드시도록 봉사하려고 한다. 어르신들의 상황을 살펴 가면서, 봉사자의 도시락까지 같이 준비하여 함께 식사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식사를 많이 못 드시는 어르신들도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아~ 맛있다!” 하시며 잡수시는 모습은 봉사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수고로이 찾아간 봉사자의 발걸음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항상 식사를 잘하시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운이 없어 계속 주무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밥을 드실 수 없어 따로 죽을 준비해 가기도 한다. 독일 요양원이기에 음식 냄새가 드러나지 않는 반찬으로 신경 써서 준비한다. 식사를 매개로 하여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산책도 하면서 좋아하는 찬양과 옛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한다.
자녀가 없는 분들에게는 가족이 되어 주기도 하고, 자녀가 먼 곳에 살기 때문에 자주 올 수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자녀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어르신들도 방문 횟수가 늘어갈수록 봉사자를 가족처럼 대하며 반겨주신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사돈의 팔촌까지 촌수와 항렬을 따지기 좋아하고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민족이다. 그러나 아무리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척이라고 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살면 위급할 때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속담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고 했다.
가까이에 사는 이웃은 혈연관계로 볼 때는 남이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면 ‘이웃사촌’이라고 부른다. 이웃도 가까운 혈족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다. 먼 가족보다는 가까이에 있으면서 서로 돌아보며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이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
우리 해로와 해로의 봉사자들은 홀로 살고 계시는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돌봐 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봉사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봉사가 되는 ‘봉사의 선순환’을 꿈꾸며, 가장 모범적인 봉사를 목표로 계속 전진하려고 한다. 해로와 함께할 더 많은 봉사자의 참여를 기다린다.
“네 친구와 네 아비의 친구를 버리지 말라.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나으니라.” (잠언 27:10)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70호 18면, 2026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