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우리나라의 반도체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가 연간 수출 1조 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금까지 수출 1조 달러를 한 나라는 미국 중국 독일뿐이었는데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도움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어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때가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돕는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잘 사는 나라가 되는 성장 동력을 만든 시대적 모멘텀은 월남 파병과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파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무엇도 할 수 없었던 가난한 우리나라에 외국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고생한 분들 덕분에 외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공장이 세워지고 고속도로가 닦였고 경제가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분들의 노고가 밑 거름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특별히 월남 파병에서는 우리 군인 5천 명 이상이 전사했고 1만 1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희생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전쟁 때 도움을 받은 일이 있기에, 미국의 요청으로 자유 진영인 월남을 지켜주기 위해 빚진 자의 마음으로 참전하였다.
당시로서는 냉전 시대가 낳은 불행한 역사였지만, 남북으로 갈라져서 싸웠던 베트남은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이런 일로 한동안 우리나라와 베트남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베트남 정부에 직접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 정부를 세운 북베트남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은 남베트남의 공산당 소속 베트콩과 전쟁만 했고, 북베트남과의 교전은 없었다고 하며 불필요한 마찰을 원치 않아, 지난 일을 묻어둔 채, 경제개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였다.
이후 양국과의 관계는 크게 발전하여 지금 베트남의 경제는 한국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50% 이상이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고, 삼성전자 제품이 베트남 수출의 1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무역도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베트남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과거에는 피차 아픈 상처가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관계로 발전하였다.
독일에도 베트남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동네마다 베트남 식당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독일에 거주하는 베트남계 인구는 22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우리나라 교민보다 4배나 많다. 이들은 주로 월남전쟁 이후에 보트 피플로 서독에 왔거나, 노동자로 동독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고, 베를린에도 약 2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30일에는 베트남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자원봉사자 수료식이 해로에서 있었다. 사단법인 해로는 베트남 공동체와 함께 베트남 이주민을 돌보기 위한 자원봉사자 교육을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진행하였는데 이날 수료식을 한 것이었다.
이번 교육 과정은 10여 년부터 노인 돌봄으로 봉사해 온 베트남 교민인 탄 하 팜(Fr. Thanh Ha Pham) 선생이 자국민에 대한 노인 돌봄의 필요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매월 한국 일본 베트남의 동아시아 3개국 어르신들이 모여서 교류하고 여가 활동을 함께하는 “CHA CHA’ 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결실을 보게 되었다.

베트남 자원봉사단은, 베트남 이주민들도 우리 파독 근로자들보다는 10년 정도 늦게 이주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민들의 노령화에 따른 지원과 돌봄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고, 자국민을 돌보는 해로의 다양한 봉사활동에 동기부여가 되어, 해로의 자원봉사자 커리큘럼을 따라 교육을 받게 된 것이었다.
자원봉사자 교육에서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특별히 베트남 노인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교육하였다. 자원봉사에 필요한 내용들을 배우며 실습도 하였고, 일상생활 지원, 간병 요령, 치매의 이해, 환자와의 의사소통, 독일 사회복지 시스템 등, 관련된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참가자들은 헌신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교육 시간마다 열정적으로 참여해서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들은 새로운 만남과 함께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간의 신뢰가 쌓였고, 소중한 인연으로 점점 하나가 되어 갔다.
마침내 8월 30일, Pangea Haus에서 베트남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 지원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축하하면서 11명의 교육생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수료식은 따뜻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수료증과 꽃다발을 증정하였고, 지난 몇 달 간의 소중한 추억들을 영상으로 함께 나누었다. 또한 수료식은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베트남 전통 음식을 함께 나누는 만찬의 시간이 되었다.
특히 다음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참석하였고, Leipzig와 Hannover 같은 도시에서도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자원봉사자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베트남 실무담당자에게 연락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해로의 교육 과정과 한인 공동체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점이 매우 기뻤다.
독일은 인구의 1/4이 이민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다양한 소수민족 이민공동체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환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베트남 공동체를 시작으로, 독일 전역에 있는 이주민 공동체마다 환자와 노인들을 섬기는 모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누가복음 10:36,37)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74호 16면, 2026년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