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고(故) 한호산 감독님을 기리며

오늘 우리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신 분을 떠나보내며, 깊은 슬픔과 감사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고(故) 한호산 감독님.

독일 유도계에서는 ‘타이거 한(Tiger Han)’으로 불렸고, 한국과 독일 양국의 체육계에서는 한호산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1965년부터 2001년까지 독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36년간 독일에 안겨 준 메달은 200개가 넘었고, 그 가운데 금메달만 56개에 달했습니다.

독일 체육계는 독일의 7대 명감독의 한 분으로 고인을 선정하며, 독일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와 함께 독일 명예감독으로 추대되는 영예를 부여했습니다,

이렇듯 고인은 독일체육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고인은 ‘한호산 감독’이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분이 아닙니다. 고인은 재독동포사회의 역사 한가운데 함께 했던 분입니다.

파독광부 1진이 아직 독일에 도착하기도 전인, 1963년 8월, 젊은 유도인 한호산이 독일로 왔습니다. 그때부터 그분의 63년에 걸친 삶은 우리 재독동포사회가 걸어온 역사가 되었습니다.

우리 동포들에게 고인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계셨습니다.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와 경조사에 늘 함께했고,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조용히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고인은 영웅이셨습니다.

고인의 삶에는 많은 훈장과 명예가 함께 했습니다. 1961년 대한민국체육상, 1999년에는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2004년에는 독일정부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 가운데 하나인 1등 십자공로훈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큰 훈장은 그런 상장이나 메달이 아닐 것입니다. 고인이 남긴 진정한 유산은 사람입니다.

고인의 손을 거쳐 성장한 수많은 선수들, 고인에게서 유도를 배운 지도자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교류했던 체육인들, 그리고 독일에서 고인과 함께 삶을 일구어 온 수많은 동포들이 고인의 그 영웅적 삶의 유산을 이어갈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시대의 영웅 한호산 감독님을 떠나보냅니다. 하지만 고인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유도장에는 고인의 가르침이 남아 있고, 세계 각지의 제자들에게는 ‘타이거 한’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체육계에는 고인이 만들어 놓은 교류의 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재독동포사회에는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소중한 어른의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한 시대를 힘차게 살아오신 고(故) 한호산 감독님.

당신께서 걸어오신 길은 한국과 독일을 잇는 길이었고, 유도와 사람을 잇는 길이었으며, 한인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 길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한호산 감독님,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1473호 12면, 2026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