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무랑루즈 (Moulin Rouge)개관

정원교의 귀띔 –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Dipl.-Ing. WONKYO INSTITUTE

불란서 파리의 몽마르트 (Montmartre) 언덕 근처에 있는 클리시 거리 (Bouevard de Clicy) 를 걷다 보면 눈에 띄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건물 하나가 보이는 데 바로 무랑 루즈 건물이다.

넓고 복잡한 거리에 온통 붉은 색의 건물에 붉은 색의 풍차까지 세워져 있어서 자연히 눈에 띄게 되는 건물이다. 붉은 색 건물이라고 하니 부드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주 원색적인 빨간 색에다가 밤이 되면 네온사인 불빛으로 주변을 대낮같이 밝히고 있는 건물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파리에 가면 ‘무랑 루즈’ 든지 ‘리도(Lido)\ 쇼든지 둘 중에 하나는 볼만하다는 말을 들어오다가 1980년 대 초에 파리로 출장 갈 기회가 생겨 무랑 루즈 쇼를 구경하려고 했었다.

당시 무랑 루즈의 입장료는 240 마르크였다. 출장비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어서 관람을 포기하고 주변 거리를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무랑 루즈 앞을 지나가는데 입구에서 빨간 유니폼에 빨간 모자까지 쓴 안내자가 18마르크에 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 무희들이 맨가슴을 들어내어 놓고 반라의 몸으로 추는 춤을 한 편 반 정도 구경하고 나온 경험이 있다.

240마르크짜리 입장권이 18마르크까지 내려간 것은 빈 좌석으로 두기 보다는 그나마 수익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값에라도 끝판 한 장면을 보여 주는 값이었을 것이다.

1889년에 세워진 무랑 루즈는 빨간 풍차라는 뜻이며 작은 무대를 가지고 있던 카바레였다. 1915년 대화재 때 전소된 것을 1921년에 재건축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건물이다. 프랜치 캉캉(Franch Can Can) 이라는 춤의 기원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캉캉 춤은 퇴폐적인 춤으로 치부되고 있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무대 위의 무희들이 긴 치마를 치켜들어 올리고 다리를 펄쩍펄쩍 들어 올리며 추는 춤은 관객들에게 무희들의 팬티를 슬쩍슬쩍 보여 줌으로서 자극을 시키려는 의도에서 추는 춤이었다.

경찰들도 이런 춤을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춤이라며 단속을 나오기도 했지만 치마를 걷어 올리고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이 아니라면 구속을 시킬 수 없었던 것은, 무희들이 들어 올렸던 치마를 손에서 놓기만 하면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말부터 파리의 보헤미안들은 이곳에서 요란하고 퇴폐적인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보헤미안 (Bohemian)이란 원래는 체코 공화국의 서쪽 지방을 가르키는 말이지만 전통적인 사교 규범이나 예의범절을 따르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예술가나 문학가, 지식인을 가리키는 말로써 불란서에서는 이러한 집시 집단을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다.

이 밤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파리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물랑 루즈 파티장에 간다는 것은 곧 방탕한 밤문화를 즐기러 간다는 말이 되고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보헤미안들이 즐기던 파티도 인기를 잃어 가기 시작하면서 무랑 루즈에서의 퇴폐적으로만 즐기던 파티들도 질서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무랑 루즈도 변화를 따르지 않을 수 없어서 즐거움을 주는 오퍼레타(희곡)가 공연되는가 하면 영화 그리고 곡예사와 광대들의 놀이도 볼 수 있게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캉캉 춤은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 (Jacques Offenbach)가 1858년에 작곡한 오퍼렛테 “(Orpheus unter der Welt, 올페우스의 지하 세계)“ 중에서 지옥의 갤럽(Galop Infernal) 에 나오는 현란한 춤이다. 올페우스의 지하 세계는 파리에서 초연되었으며 2막으로 된 짧은 오퍼레테 (Operette)이다.

신화속의 올페우스와 에우리디케(Eurydice)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풍자한 희곡으로 경쾌한 음악들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 주는 캉캉 춤이 무랑 루즈 무대에 오르면서 스페인이나 이태리에서도 캉캉 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올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잘 노래하고 하프(Harp)를 연주하는 신의 이름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아리스타이오스(Aristaius)의 유혹을 피해 달아나다가 독사에게 물려 지하세계(저승)로 떨어지게 되었다.

올페우스는 지옥의 왕 하데스를 찾아가서 에우리디케를 풀어줄 것을 애원해 보지만 한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올페우스는 하데스에게 하나의 조건을 제시했다. “내가 하프를 켜면서 노래를 부를 테니 마음에 들면 에우리디케를 풀어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돌려보내 주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하데스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일이라 그러자고 답했다.

올페우스는 자기가 지금껏 부른 노래 중에서 제일 잘 부르고 하프 연주도 제일 잘 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노래하며 연주했다. 하데스도 지금껏 지하 세계의 왕으로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와 멋진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음악으로 하데스를 감동시킨 올페우스는 애인 에우리디케를 지옥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하데스는 올페우스처럼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지하 세계를 완전히 벗어 날 때까지는 절대로 뒤를 돌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뒤돌아 볼 때는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 세계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

올페우스는 한시라도 빨리 지하 세계를 벗어나고 싶은 급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바위에 막히면서도 올페우스는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

뒤따라오는 에우리디케가 험한 길을 걷다가 넘어져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일어나라고만 말 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지상의 세계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우리들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올페우스는 에우리디케에게 “조금만 참고 힘을 내라, 지상의 세계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지 않았느냐”며 용기를 주며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두세 발자국만 더 가면 지상의 낙원에 발을 딛는 순간이 되었다.

그 순간에 에우리디케가 다시 넘어졌다. 다리가 아파서 일어설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페우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두세 발작 정도만 더 가면 되는데. 훌쩍 뛰기만 해도 닿을 수 있는 지상 낙원인데. 다 온 거나 만찬가지가 아니냐.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사랑하는 여인이 넘어져 고통을 호소하는 데도 한번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던 것에 미안하고 죄책감마저 들기도 했다.

하데스의 함정같은 조건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걸었다만, 이제는 지상 세계의 문이 바로 코 앞에 있는데 한번쯤 아픔을 호소하는 애인을 돌봐줄 수 있지 않겠는가.

올페우스는 에우리디케의 고통을 보살펴 주려고 돌아 섰다. 에우리디케는 어디에도 없었다.

무랑 루즈는 오늘 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버라이어티쇼(berühmtesten Variete der Welt) 중의 하나라는 자부심으로 오늘날까지 공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