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회장 한지형)가 주최하고 재외동포청이 지원한 ‘2026 재독 한글학교 청소년 우리말·우리문화 집중교육’이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4박 5일간 헤센주 멩게르스키르헨(Mengerskirchen)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독일 각지 한글학교 학생 55명(여 26, 남 29)과 교사 17명, 협의회 임원 등 70여명이 참가해, 한국어 실력 향상은 물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교류와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는 행사기간 동안 교사들과 학생들이 느낀 4박 5일간의 현장의 열기와 감동을 후기 형식으로 전해왔다.
교포신문은 2회 걸쳐 ‘제34회 재독한글학교 청소년 우리말·우리문화 집중교육’ 후기를 독자들께 전달한다 – 편집자주
학생에서 교사로, 다시 선 그 자리
– 차세대교사 이도현
어릴 적 학생으로 참여했던 ‘우리말 우리 문화 집중교육 캠프’에, 몇 년이 지나 교사의 역할로 다시 서게 된 경험은 제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같은 장소를 다시 찾은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생으로 참가했던 당시의 저는 그저 캠프가 즐겁고 설레는 자리였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고, 한국어로 소통하며 우리 문화를 접하는 모든 순간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캠프가 끝난 뒤에도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제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에는 교사로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제 모습을 발견하며, 그때의 설렘과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친구들과 금세 가까워지는 모습, 그리고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캠프의 의미를, 교사의 입장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캠프는 단순한 교육의 장을 넘어 ‘연결의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고, 그 속에서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저는 ‘차세대’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무언가를 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기억과 교사로서의 경험이 이어지며, 저 역시 이 캠프와 함께 성장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소중한 경험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저 또한 우리말과 문화를 전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설렘 속에서 시작된 집중교육
– 한국어 뿌리반 서은지
3월 29일, 설렘 속에서 시작된 집중교육. 처음 참가한 학생들과 여러 차례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는 긴장과 기대가 공존했다. 이름을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색함은 점차 설렘으로 바뀌어 갔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한국어 수업과 문화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스스로를 이해해 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나’를 표현하고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사물놀이, 태권도, 립덥 영상 제작, 로봇 제작 등 문화반 활동에서는 3일간 각자의 분야에 몰입하며 협력과 소통을 경험했고, 그 결과물은 마지막 발표회에서 빛을 발했다.
마지막 날, 한국어 퀴즈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짧다면 짧은 4박 5일이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는 깊은 정이 쌓였다.
무엇보다 이번 집중교육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 준비와 현장 진행은 쉽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교실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적극적인 참여를 보며 그 힘듦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아이들이 하나의 단어를 이해하고, 한 문장을 완성하며, 스스로를 표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과의 거리감은 좁혀졌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쌓여 갔다. 처음의 어색함이 어느새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해 가는 과정은 이 교육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집중교육이 학생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배움과 경험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지식을 넘어, 기억으로 남는 시간
– 한국어 줄기반 전수연
집중교육 한국어반 참여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전에 참여한 선생님의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청소년들과 깊이 교류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고, 재독한국인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을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어느 한 곳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 그러나 동시에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과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었다.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이 경험하게 될 감정과 순간들이 어떤 형태로 남게 될지 고민했다. 작은 기억 하나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수업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를 더 오래 붙잡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먼저 이 길을 걸어온 선생님들께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조언해 주셨다. 이 마음을 아이들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지,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시간이었다.
‘지식을 남기기보다 기억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 수업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교실 속에선 긴장 대신 기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15명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국어라는 익숙하면서도 서툰 언어를 통해 교차했고, 그 단어 하나하나가 만든 흐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었다.
수업은 교사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교사는 그저 흐름을 이어 주는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었고, 학생들은 그 질문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어느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핍이 아닌 가능성이다. 우리의 언어, 한국어는 그들의 세상을 그리고 가능성을 확장시킬 자랑스러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하나의 틀로 정의하기보다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조각들을 천천히 발견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때 우리의 역할은 그들이 이미 가진 빛을 스스로 드러낼 수 있도록 기다리고 함께 궁금해하는 것. 그 조용한 과정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청소년 우리말 우리문화 집중교육 최고!
– 프라이부르크한글학교 나카이 준야
안녕하세요? 저는 프라이부르크 한글학교에 다니고 있는 나카이 준야입니다.
청소년 집중교육은 독일에 있는 한글학교 친구들이 모여 우리말과 문화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매년 부활절 방학에 열리며, 독일 여러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독일 학교에는 한국 친구들이 한 명도 없고, 한글학교에서도 거의 매주 똑같은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집중교육에서는 평소에 만나기 힘든 한국 친구들을 한 번에 많이 만날 수 있고, 한국어로 이야기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한국어를 계속 듣다 보면 “여기가 독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함께 수업을 듣고 지내다 보면 금방 친해집니다. 이번에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정말 기뻤고, 집중교육이 끝난 후에도 계속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는 한국어반 수업을 합니다. 수업을 통해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우고, 한국어로 말할 기회도 많아서 집중교육이 끝나면 한국어가 더 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은 평소보다 한국어를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살짝 복잡해질 때도 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오후에는 문화반 수업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여러 가지 활동을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 캠프에 여러 번 참여했는데,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4박 5일 동안 계속 독일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한국 간식을 먹기도 하지만,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다 보니 한국 음식이 더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했지만, 매년 참여할수록 한국 문화가 점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내년에는 어떤 수업을 하게 될지, 또 어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독일에서 한국을 더 배우고 느끼고,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청소년 집중교육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청소년 우리말 우리문화 집중교육 최고! 내년에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이 만남이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기를
– 카셀한글학교 배선우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우리 말, 우리 문화’ 집중교육 캠프에 세 번째로 참가한 학생입니다.
이번 2026 집중교육의 주제는 ‘정체성 헌터스’, 즉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5일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서는 더욱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집중교육에서 한국어반 선생님들께서 준비해 주신 다양한 활동과 깊이 있는 수업,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제 정체성의 윤곽을 조금이나마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성장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물놀이, 립덥 영상 제작, 로봇 제작, 태권도까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다시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캠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와 배경을 넘어 서로 웃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던 저에게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서로를 버티게 해 주는 약속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말, 우리 문화’ 집중교육 캠프는 제게 단순한 교육을 넘어, 삶을 지탱해 주는 하나의 소중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벅찬 마음을 글로 모두 담아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이 자리를 빌려 이 캠프를 준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만남이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끝)
1455호 20면, 2026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