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회-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육상 스포츠는 아시아인에게는 취약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높이뛰기 선수인 우상혁 선수는 2022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기록하였고, 세계 실내 선수권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금도 대회 때마다 시상대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1cm가 짧았다고 한다. 하지만 달리기를 좋아해서 육상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그를 지도한 감독은 그가 발차기가 뛰어난 것을 보고 달리기 종목보다는 높이뛰기를 해보자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우상혁 선수가 모든 육상의 기본인 달리기와 발차기를 잘하고, 연습을 충분히 했더라도, 신체적 핸디캡 때문에 포기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었다. 우리도 혹시 결과가 잘못될까 염려하여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무언가를 계획했다면, 시작해야 그것을 이룰 수 있다.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목표가 더욱 분명해지고 동기부여가 되어 점점 더 발전하게 된다. 재능과 자원이 넉넉하더라도 계획한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사단법인 해로가 봉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시작할 때도 아무것도 없어서 용기가 필요했지만, 늘어나는 봉사활동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제 때가 되어 다른 지역으로 봉사의 지경을 넓히는 일을 시작하였다.

독일에서 반세기 넘게 살아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 세대가 고령기에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병원 이용과 요양등급(Pflegegrad), 재활, 치매, 장기요양 서비스와 사회복지제도 등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우리 어르신들이 아주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단법인 해로는 어르신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의 지원을 받아 파독 근로자 건강•장기요양 Care Navigation 시범사업을 NRW 지역에서 시작하였다.

Care Navigation 지역활동가 교육

그 첫 단계로 8월 11일과 18일 뒤셀도르프에서 Care Navigation 지역활동가 교육을 시작하였다. 이번 교육에는 뒤셀도르프를 비롯해 보훔, 랑엔펠트, 아헨, 에센, 본, 겔젠키르헨 등 NRW 여러 지역에서 참여하였다. 참가자들의 배경 역시 사회복지, 심리상담, 번역을 비롯해 여러 직업과 다양한 활동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폭넓게 구성되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파독 1세대뿐 아니라 중간세대와 청년세대가 20명이 참여했다.

특히 대사관 본 분관에서는 실무자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도록 배려하며 지역 교민의 노후와 돌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순복음교회를 비롯한 지역교회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파독 1세대와 중간세대, 젊은 세대가 함께 참여했다.

이번 교육은 한국인의 독일 이주 역사와 파독 1세대의 삶, 그리고 HeRo가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고령 한인들을 돌본 경험을 나누며,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어서 고령의 이민자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 Care Navigation의 개념, 독일의 건강•요양 및 사회복지제도의 기본 구조를 공부했다.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룬 것은 제도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르신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먼저 발견하고,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찾아 연결한 뒤,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Care Navigation의 중요한 역할임을 함께 배웠다.

봉사자가 전문기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발견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나누어 주고, 필요한 경우 HeRo의 Care Navigation과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지역의 첫 접촉점이 되는 것이다.

이번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몇 명의 ‘전문가’를 새롭게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파독 1세대와 중간세대, 청년세대 그리고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어르신을 함께 살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새롭게 만나기 시작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돌봄은 누군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HeRo의 Care Navigation과 사례관리를 통해 전문기관 및 독일 제도권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그리고 교민사회와 독일의 의료•요양•복지체계를 연결하는 것이 Care Navigation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뒤셀도르프에서 지난 7월부터 HeRo의 지역 거점(Anlaufstelle) 운영을 시작했다. 베를린에서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온 HeRo의 경험이 이제 NRW라는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함께 어르신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NRW 각 지역의 활동가들과 연결망을 넓혀가며 상담과 사례관리, 지역 정보모임과 네트워크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교육의 수료는 끝이 아니라, NRW 지역에서 함께 만들어갈 돌봄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NRW 지역에서 봉사를 시작하는 지역활동가들의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힘차게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거둘 때가 올 것입니다.”(갈라디아서 6:9).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72호 16면, 2026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