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혼자 식사하지 마세요!”

80세의 노년이 되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나는 성공한 삶을 살았는가?’ 하고 질문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인생의 성공은 내 주머니에 무엇을 더 채웠는가 보다는 사람들과 내 가슴 속에 무엇이 오래 남아 있는가로 성공을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큰 성공도 함께 업적을 만든 ‘사람’이 빠지면 공허해진다. 오늘 나와 함께하는 사람과 이어온 좋은 관계가 큰 성공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혼자 앞서가는 성공보다 곁의 사람들과 함께 만든 관계가 더 오래가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성공은 혼자 힘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만들어 준 열매다. 그래서 관계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결국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사람으로 연결된다. 사람을 얻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고 성공이며, 반대로 사람을 잃는 것은 큰 손실이고 슬픔이다.

하지만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늘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성공은 나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다르다. 성공은 혼자 쟁취한 전리품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은 열매라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관계는 좋은 부부 관계와 같이, 함께 식사하고 함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함께 희로애락의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밥 한번 먹자’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만남과 관계가 쌓일 때 만리장성과 같은 든든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쌀독에서 인심 나듯, 작은 식사 자리에서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전화번호부나 카톡에 있는 연락처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중에 몇 명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매일 혼자 식사하는 것은 좋은 친구나 인간관계가 없다는 증거다. 혼자 식사하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정성을 다한 작은 식사 자리에 누군가를 먼저 초대하여 함께 식사하기를 권면한다. 이런 작은 만남 가운데서 행복한 관계가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해로의 주요 모임에는 식사가 포함된 프로그램이 많다. 존탁스카페와 해로 하우스의 각종 프로그램마다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내 가족을 위한 식사를 만들 듯 맛과 영양을 고루고루 생각하여 정성껏 준비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해로의 점심 식사 한 끼만 드셔도 하루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짜고 준비한다.

매일 30명, 많을 때는 50명의 식사를 준비하니 주방에서 섬기는 봉사자들의 일이 늘 많다. 은퇴하신 시니어 봉사자들이 김치와 밑반찬을 만들어 놓으면, 상근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그날의 식단을 따라서 음식을 만들어 날마다 풍성한 식탁으로 대접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가족을 의미하는 식구(食口)는 한집에서 살면서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식사를 같이하면서 점점 한 식구가 되어 가는 것이 기쁘고, 봉사자들이 수고하여 우리 어르신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드리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해로하우스의 Tag der offenen Tür

우리 어르신들이 식사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해로의 밥이 최고 맛있다며 늘 칭찬하신다. 맛과 정성과 영양을 고루 갖춘 식사를 그것도 무료로 대접하니 얼마나 좋은가! 밥값을 받으면 대접이 아니다. 사랑으로 대접하니 매일 감사가 넘쳐난다. 해로의 분위기가 늘 활기차고 웃음이 넘쳐나는 이유는 바로 식사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해로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면서 했던 HeRo 오픈하우스 (Tag der offenen Tür)를 동네 주민들을 초대하여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진행하였다. 자주 이런 모임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 해로 하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일이 많아서 자주 못하는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다.

올해는 오픈하우스를 한글날에 맞추어 한글의 우수성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테마로 준비하였는데, 봉사자들과 우리 어르신들이 평상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준비한 여러 가지 한글 작품과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활동 작품들을 잘 준비한 덕분에 참석한 주민들이 더 많은 관심과 반응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이 한글을 체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독일 이름을 한글 발음으로 직접 써보도록 하였고, 한글 이름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단어를 준비된 재료에 적어 자신만의 이름표와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매우 좋아했고 인기가 많았다.

해로 하우스의 코너마다 한국의 전통 물건들을 전시하는 부스를 만들어 한국을 소개하는 행사도 준비하였고, 한국 음식과 한국의 도시와 자연을 소개하는 영상을 계속 방영하여 한국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하였다.

해로의 Tag der offenen Tür에 한국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독일 이웃들이 좋아하는 잡채와 김밥, 만두, 두부 요리, 김치를 푸짐하게 준비하여 오시는 이웃들에게 대접하였다. 음식을 드신 여자분들은 김치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강좌를 열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마침 해로에서 11월 21일에 김치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드리고 참가하도록 안내하였다.

마지막으로 해로에 바라는 것을 색종이에 적어 붙이도록 하였는데, 한국 요리 배우기, 함께 노래 부르기, 영화 보기, 더 자주 만나기 등 다양한 희망 사항을 적어주셨다. 언젠가 이런 바람들을 이웃과 함께 자주 할 날들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웃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더불어 행복한 섬김을 하는 해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거든 먼저 남을 대접하여라. 이것이 곧 율법과 예언자들의 가르침이다.” (마태복음 7:12)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80호 16면, 2026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