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로 빚어낸 평화의 울림 “역사의 상처, 예술로 치유하다”

2026 제주-베를린 국제평화예술포럼 성료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과 독일의 분단•냉전 역사를 조명하고 평화를 모색하는 ‘2026 제주-베를린 국제평화예술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와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가 협력 기관으로 함께한 이 포럼은 도레미컴퍼니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며 한•독 양국 문화예술인들의 뜻깊은 교류를 이끌어냈다.

개회사로 포럼의 문을 연 정선경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 대표 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장은 제주 4•3평화공원의 모녀상 「비설」과 베를린의 「피에타」 조각상을 비교했다.

정 대표는 “총알로부터 딸을 지키려는 제주의 어머니와 죽은 아들을 품은 베를린의 어머니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으려면 평화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오늘 포럼이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는 무겁기만 한 말이 아니며,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함께 나누고 대화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포럼이 지향하는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박영서 주독일 한국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그 어떠한 것도 불가능하다”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명언을 인용하며, “베를린 장벽을 예술로 바꾼 이스트사이드갤러리나 4•3의 기억을 화합의 선율로 바꾼 예술가들의 울림처럼, 예술은 가장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도구”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포럼 준비를 위해 애쓴 정선경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 대표와 고정은 도레미컴퍼니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정희 갤러리 누보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발제 세션에서 김산 지휘자는 ‘기억을 듣다: 음악, 제주4•3,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제주 4•3을 기억하는 음악회를 준비했던 경험을 나누며 “평화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는 가운데 서로의 소리를 듣는 아주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는 ‘분단 너머로 내미는 손’이라는 제목으로, 2019년 상하이에서 북측 소프라노 김송미 씨와 ‘아리랑’을 함께 연주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남북 청소년 음악가들이 하나의 보면대를 나누어 쓰며 서로를 신뢰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꿈을 전했다.

베를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 전 예술가협회 회장인 카니 알라비(Kani Alavi) ‘장벽이 갤러리가 되기까지’를 주제로,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직후 장벽 사이로 파도처럼 밀려 나오는 군중을 그렸던 자신의 벽화 작업 배경을 회고했다.

그는 냉전의 상징이었던 콘크리트 벽을 세계 최대의 야외 갤러리로 탈바꿈시키고 지켜온 치열한 과정을 전하며, 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의 곰 조각상을 비롯해 한국에 남겨진 장벽 조각들이 지닌 연대 메시지를 되새겼다.

예술가이자 퍼포머인 프레데릭 크라우케(Frederic Krauke)는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 아래 한국과 독일을 잇는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했다. 그는 2018년 철원 옛 노동당사 앞에서 촛농을 활용해 희생자를 기렸던 추모 퍼포먼스를 회고하고, 2023년 한•독 작가 교류전 ‘유토피아? 피스!(UTOPIA?!PEACE)’의 성과를 나눴다.

또한, 강원도 고성 DMZ 폐초소 유리창에 남북의 풍경을 경계 없이 그려낸 ‘로스트 보더(LOST BORDERS)’를 한국 미술관에 영구 전시해 평화의 상징으로 삼고 싶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진 종교인평화봉사단 이사장은 ‘음악으로 다름을 잇는 평화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목사, 신부, 스님, 교무 등 4대 종단 성직자가 모인 ‘만남중창단’의 경험을 통해 종교의 벽을 허무는 평화 운동을 소개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쟁•빈곤•상처의 현장에서 평화와 나눔, 치유를 노래하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세계 곳곳에서 노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선경 대표는 ‘평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요’라는 주제로 평화를 무거운 정치적 담론에 가두지 않고 일상으로 가져오려 했던 노력을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그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된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의 평화를 꿈꾸는 일은 매일의 일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무겁고 정치적인 주제라며 거리를 두는 현실을 보며 평화를 만나는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문화예술 평화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19년부터 지속해 온 한반도 평화음악회를 비롯해 유토피아?피스! 전시회, 4.27기념행사, 평화염원 자전거 투어, 평화김치나눔축제 등 다양한 프로젝트 및 올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개해온 38점프챌린지, 4.27km 및 6.15km 달리기, 9.19km 자전거 투어 등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직접 행동으로 동참할 수 있는 생활형 문화예술 평화운동 실천 사례들을 소개했다.

포럼이 끝난 후 프레데릭 크라우케 작가는 정선경 대표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 “평화를 위한 일은 작은 일상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너의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선별된 예술 작품들과 함께 대화하듯 풀어낸 방식이 정말 설득력 있고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포럼이 전하고자 했던 일상 속 평화 실천의 의미에 깊이 공감하고 행사에 함께한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해왔다.

예술을 매개로 한반도와 베를린을 잇고 일상 속 평화 실천의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한 이번 포럼은 참가자들의 깊은 여운 속에 막을 내렸다.

기사제공: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

1480호 13면, 2026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