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부르크 한인학교 홍혜정 교장

지난 9월 20일 함부르크 한인학교는 임시총회를 열어 홍혜정 신임교장을 선출하고 학예회 행사를 통해 학부모들과 후원회 등 내빈들 앞에서 취임인사를 했다. 전 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갑자기 취임하게 된 홍혜정 신임교장의 교육관과 한인학교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포부를 듣기 위해 교포신문사는 홍혜정 신임교장과의 인터뷰를 했다.

교포신문: 지난 5월 장기근속 교사로 제직하며 표창장을 받으셨는데요, 18년 동안 한인학교에 몸 담으시며 한국어 교육과 한국인의 정체성 교육을 위해 애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고 계신 학생들을 향한 나름의 교육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홍혜정 신임교장: 교육 심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에릭슨(Erik. H. Erikson)은 사람의 일생을 8단계로 나눈 인간 발달 이론 즉,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에는 정체성 형성의 과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역할에 대해 혼돈스러워지며, 그 결과 20대에 이루어야 할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에릭슨의 인간 발달 단계에 대한 이론을 여러 사건을 보면서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외국에서 자라는 한인 2세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아는 것은 청소년기의 과제인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점에서 한인학교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학교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교포: 자신과 가족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신다면? 함부르크에 언제, 어떻게 오시게 되었으며, 한인학교에 근무하게 된 배경 등은 무엇이 있을까요?

홍혜정: 저는 한국에서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함부르크로 오게 되었으며 함부르크 대학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대학공부를 마친 두 아들은 현재 하노버와 라이프찌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역사를 전공하였기에 2000년도 초 함부르크 한인학교에서 한국사 수업을 한번 해줬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한인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교포: 1974년 창립되어 4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함부르크 한인학교가 재외 동포 한국인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홍혜정: 지난 45년간 많은 수고를 하신 교장 선생님들, 운영회, 교사, 학부모들의 2세 교육을 위한 노력이 쌓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포: 전임 교장의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사퇴로 갑작스럽게 교장에 취임하게 되셨는데, 9월 20일 임시총회에서 교장으로 선출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시총회에서의 결정 배경과 동기를 설명해 주신다면?

홍혜정: 한인학교는 지난 몇 년 동안 3세들의 입학이 급격히 증가하고 외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재학생 수가 200명에 육박하는 큰 학교가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지금까지의 학교 운영 방식으로는 갑자기 커진 학교를 운영하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큰 학교 운영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컨셉트를 제안했고 이 컨셉트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와 신뢰가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교포: 오랜 기간 교사의 입장에서 가졌던 한인학교에 대한 생각과 교장이 된 후 느끼는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홍혜정: 교사로서는 저의 관심 분야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만 보였지만 교장이 되고 나니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보이고 효율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포: 오랜 기간 학교에 계시다 보니 학교의 교육 과정이나 교사, 학사 관리 등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 보는데, 한인학교가 극복해야 할 한계가 있다면, 즉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홍혜정: 한인학교가 주말학교이다 보니 교사들은 매 금요일 수업과 때마다 있는 행사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말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각 교사가 가지고 있는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더욱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수업 외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학교 행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셋째, 중고등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독일 학교 수업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한국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독일 학교 시스템 내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의 위상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로써 중고등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교포: K-Pop 등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성인반 학생수가 많이 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성인반을 맡고 계신 걸로 아는데,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나, 혹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하고 계신지요?

홍혜정: 우리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대부분은 기초과정을 배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로서 우리 학교를 찾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학교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향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기초를 놓을 뿐 아니라 교사를 통해서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어 수업과 동시에 각 단원 과제와 관련되는 한국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포: 재외동포 자녀들의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한국의 역사 교육과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길지 않은 수업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그 부분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홍혜정: 현재 한인학교에서는 <한국어>, <한국 역사>, <한국의 지리>에 대해 교육 과정을 새로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한정된 시간 내에 모든 역사적인 사건을 다룰 수 없으므로 어떤 중요한 사건을 다룰 것인지를 추려서 초등, 중등, 고등 교육과정에 담으려고 합니다. 적어도 한 학기에 한 역사적인 사건의 의미라도 알게 된다면 12년 동안 한국사의 줄기는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과거를 알 때 현재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역사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포: 지금 한인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재외동포 자녀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홍혜정: 독일에 살면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정서를 가진 친구들을 학교에서 만난다는 것은 성장기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듯이 성장기에 해야 할 일은 어른이 되어서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특히, 청소년기는 또래집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므로 한국인 또래 집단을 한인학교에서 만나고 사귐의 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포: 한인학교의 발전과 더 나은 교육과정을 위해 신임교장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앞으로 나름의 계획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행해 나가실 건지 포부를 밝혀 주시면?

홍혜정: 학교가 커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봉사직인 교장이 운영하기에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학교의 다양한 행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수업의 질을 더욱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이를 동료 교사들과 함께 협력하여 한 가지씩 해 나가고자 합니다.

교포: 학교의 발전에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 교사들, 운영위원들, 후원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각각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홍혜정: 한인학교가 도착해야 할 항구는 1)질 높은 한국어 교육 제공 2) 한인 2세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함양 3)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향한 징검다리 입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이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서 한 배를 탔습니다. 이 항구를 향해 가다 보면 풍랑이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항구를 생각하며 모두가 각각 있는 위치에서 제 역할을 잘 감당하면 성공적으로 항구에 도착하리라 생각합니다.

교포: 지면을 통해 함부르크 한인사회의 교포들 혹은 단체장, 재외동포 기관에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홍혜정: “함부르크 한인학교”는 명칭에서 보듯이 한글학교가 아니라 “한인학교” 입니다. 이처럼 지난 45년 동안 모든 함부르크 한인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한인학교가 성장해왔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교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함부르크 한인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박은경 기자 ekay03@naver.com

2019년 11월 8일, 1146호 16-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