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하나 된 한독 우정

바덴국립극장서 대구시 수성구 교류 음악회 ‘대성황’

칼스루에. 칼스루에시에 위치한 국립바덴극장에서 지난 7월25일, 한국의 대구시 수성구청과 독일 칼스루에시 간의 자매도시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특별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국립극장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음악회는 국립바덴극장이 지난 2025년 한국 대구시에서 실시한 오디션의 우승자인 테너 조규석씨가 독일 무대에 처음으로 서는 자리이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지 1년여 만에 유럽 정상급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 그의 첫 데뷔 무대인 셈이다.

특히 이번 데뷔가 다른 곳도 아닌 오디션을 주최한 국립 바덴극장, 무대에 서기까지 강도 높은 언어·연기 훈련과 현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맞추기 등 짧지 않은 준비 기간을 거친 것으로 전해지며, 이날 공연은 그 결실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연 전부터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우리 오디션 출신 후배가 마침내 큰 무대에 선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객석에는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김은정 총영사,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회장을 비롯해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여러 한국인 기관장, 그리고 40여 명에 이르는 한인 동포들이 초청돼 자리를 함께했다.

국립바덴극장장 피름바흐(Christian Firmbach)씨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국립극장이 올해 상반기 마지막으로 준비한 대형 행사였던 만큼, 시작 전부터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 오디션 우승자 조규석씨 독일 데뷔 성공적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오디션 우승자 조규석씨는 휴식 시간이 끝난 뒤 2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먼저 샤를 구노(Charles Gounod)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2막에 나오는 아리아 ‘아, 떠올라라 태양이여(L’amour… Ah! Lève-toi, Soleil!)’를 독창으로 선보였다.

이어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막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부르는 이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Un dì, felice, eterea)’을 극장 소속 소프라노성악가 마르타 에선(Marta Eason)씨와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유럽 무대 데뷔라는 부담이 무색하게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조규석씨에게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조규석씨는 한국 계명대학교 성악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피렌체극장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재원으로 알려졌는데, 노래하는 내내 큼직한 무대 제스처를 아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다소 위축될 법도 한 첫 해외 무대였음에도 오히려 여유 있는 몸짓으로 극적인 감정을 표현해내면서, 노래 실력뿐 아니라 무대 장악력까지 갖춘 성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무대에는 조규석씨 외에도 다수의 한국인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국립극장 오케스트라에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등 여러 파트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이날 공연에도 다수가 참여해 무대를 뒷받침했다.

특히 테너 솔리스트 김범진씨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악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친 실력파로, 드레스덴 시 국립극장을 거쳐 이곳 바덴극장에 발탁돼 이적한 성악가다. 이날 공연 전반에 걸쳐 독창과 이중창 무대를 잇달아 소화하며 관객들의 깊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후 만난 현지 관계자들은 그씨가 이미 이 극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성악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입을 모았다.

앙코르(Zugabe) 무대서 터진 감동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

공식 순서가 모두 끝난 뒤 이어진 앙코르, 이른바 ‘쭈가베(Zugabe)’ 무대는 이날 행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좀처럼 그치지 않자 김범진씨와 조규석씨도 다른 솔리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특히 이들 두 한국인 성악가들은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를 이탈리아어 외에도 우리말 가사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로 시작하는 익숙한 한국어 가사가 국립극장 무대에 울려 퍼지자, 객석에 앉아 있던 한인 관객들 사이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고 일부는 낯선 이국땅에서 듣게 된 우리말 노래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가볍게 움직이며 함께 따라 불렀다. 독일 관객들 역시 곡의 낯선 언어에도 불구하고 두 성악가의 열창에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현지 동포사회에서는 이날 앙코르 무대가 “정식 프로그램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마음에 남는 순간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오페라 아리아로 실력을 증명한 두 한국인 성악가가 마지막 순간 고국의 정서가 담긴 노래로 관객과 하나가 되면서, 이번 음악회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자리였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수년간 이어진 도시 간 우정수성구 구청장이 교류에 박차

독일 칼스루에 시와 한국 대구 시의 인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두 도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문화,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류를 이어왔으며, 매년 6개월씩 구청 직원을 상호 파견하는 교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은 것은 김대권씨가 대구 수성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김대권구청장은 과거 대구시에서 문화체육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1년간의 안식년을 독일 칼스루에 시에서 보낸 인연이 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수성구 구청장에 당선돼 3선까지 이어가며, 독일과의 문화 교류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행정가로 평가받는다.

김대권 구청장은 재임 기간 내내 한독 양국 도시 간 교류에 앞장서 왔으며, 이번 음악회 역시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음악회로 확인한 한독 교류 성과칼스루에 바덴 국립극장의 2027년 대구시 토스카공연도 확정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극장장 피름바흐씨는 현지에서도 ‘한국통’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도 무대 사회를 맡은 그는 능숙한 한국어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 객석에 자리한 한인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진행 중간중간 “김치” 등 한국어 단어를 섞어가며 친근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현지 관계자들은 극장장 피름바흐씨의 이 같은 모습이 단순한 이벤트성 멘트가 아니라, 오랜 기간 한국 성악가들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애정의 표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또한 전 근무지였던 북독일 올덴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이곳 바덴국립극장으로 옮겨올 당시 한국인 바리톤 성악가 레오나르도 리씨와 윤기훈씨를 함께 데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공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범진씨와 베이스 가수 이동혁씨의 배역 고정에도 피름바흐씨의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그는 바덴국립극장 단원들을 이끌고 직접 한국의 대구를 찾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2025년에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그리고 지난 7월 17일에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대구 오페라 무대에 올리며 세 차례에 걸쳐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세 공연 모두 현지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월 한국 공연 당시에는 칼스루에 시 부시장 알베르트 코이프라인(Dr. Albert Käuflein) 박사와 칼스루에 시립미술관장 슈테파니 파트루노(Stefanie Patruno)를 비롯한 시 행정가들이 대거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방한 기간 동안 두 도시 간 향후 연주 및 전시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교류의 연장선에서 바덴국립극장은 오는 2027년 7월 16일과 17일 이틀간 한국 D시에서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밑에서 뛴 이종원한인회장과 한독 문화교류 새 국면

두 도시 간 교류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물밑에서 실무를 조율해온 인물로는 바덴국립극장 단원이자 현 칼스루에한인회 이종원회장이 꼽힌다. 수년간 양국 도시 간 협력 사업을 조율해온 그의 활약은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종원회장에 따르면, 양측은 지금까지 이어온 교류의 틀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주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바덴국립극장이 실질적으로 협업해 별도의 캐스팅 오디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원회장은 “한국에는 재능 있는 성악 인재들이 많다. 이들이 유럽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이번 교류를 통해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한독 양국 도시가 수년간 쌓아온 신뢰와 우정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한국 성악가가 독일무대에서 인정받고, 나아가 양국 문화 교류가 제도화된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같은 협력 모델이 다른 지자체 간 교류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mail.com

1469호 20면, 2026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