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8세기경부터 그리스의 각지에는 폴리스라 불리는 도시 국가가 세워지는데 그중 제일 강한 두 도시가 있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였던 그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치 단결한 적이 있는데 페르시아 전쟁 때였다
페르시아는 메소포타미아 중동지역은 물론, 인도에서 트라키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강력한 제국이었다. 그들이 그리스를 침범한 것은 에게해의 상권을 장악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들이 섬기는 조로아스터교가 그리스의 신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영토전쟁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종교전쟁이었다. 우월한 종교를 가진 민족이 열등한 종교를 가진 민족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페르시아군은 기원전 490년부터 480년까지 10년에 걸쳐 침공을 단행했다. 바로 490년의 마라톤 전투와 480년의 살라미스전투이다. 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그리스 측의 전령이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서 단숨에 아테네까지 달려 .온다 그리고 이것이 기념이 되어 오늘날 마라톤 경기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연이어 승리의 여신은 그리스 편이었다.
페르시아의 위협을 종식시킨 그리스는 언젠가 다시 쳐들어올 페르시아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체제로서 델로스 동맹을 결성했다. 당연히 동맹의 주도권은 페르시아를 격파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아테네가 차지했다. 이때 등장한 아테네의 위대한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범 그리스 지역의 200여 개나 되는 도시국가에게 군비분담을 요구했다.
그 결과 아테네는 짧은 기간 내에 에게해의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군비 분담금으로 모인 풍부한 재정 덕분에 아테네 시민들의 생활은 풍요로웠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동맹 도시 국가에도 점차 퍼져나갔다. 각계 각층의 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들어 아테네는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테네의 중심은 그 남서에 있는 아크로폴리스(Acropolis)이다. 아크로는 높은 곳을 의미하며 폴리스는 도시 국가를 의미한다. ?높은 곳의 도시?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적의 침입에 대한 방어는 아크로폴리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고대 도시의 모든 곳에서는 거의 아크로폴리스가 발견된다. 그러나 그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일 것이다.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적당한 장소로서 언덕이 선택된 것은 페르시아 전쟁 이전 부터이다. 그러나 페르시아 전쟁에서 아크로폴리스는 손상되었고 폐허가 되었던 아크로폴리스를 페리클레스는 다시 한번 재건한다.
유네스코(UNESCO, 국제 교육 과학 연합)에서 인류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파르테논 신전은 이때 건축된다. 전쟁을 승리로 끝낸 후 문화예술진흥에 뜻을 둔 페리클레스의 야심 찬 사업이었다.
건축 사업에 들어가는 분담금이 너무 커지자 아테네 시민들의 비난의 소리를 들은 적 도 있었다. 그러나 페리클레스는 이전의 독재자 참주(Tyrannos)가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정치가였으며 건축역사의 기념비적인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쳐진다.
파르테논 신전은 해발 156m 높이의 아크로폴리스 중심에 세워진다. 기원전 447년부터 432년에 걸쳐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워진 것으로서 당대 최고의 건축가 익티노스와 최고의 유명조각가 피디아스의 공동작품이다.
파르테논신전의 최고의 미는 단순미
파르테논 신전은 전면이 8개의 도리아식 기둥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그리스양식의 건축물이다. 이런 양식의 건축물은 그리스와 로마의 옛 도시 터라면 어디에 가도 한 두개쯤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으뜸으로 꼽히는 건축물이 바로 이 파르테논 신전이다.
과연 파르테논 신전을 그렇게 돋보이게 하는 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고 육중하면서 무거워 보이지 않고 반복적이면서 지루하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것이 파르테논 신전의 특유의 아름다움이고 그 비결의 핵심은 비례에 있다. 그리스 특유의 건축요소인 단순함과 특히 파르테논 신전만의 숨은 미적 비례는 무엇일까?
파르테논 신전은 10,4m 높이의 거대한 기둥 46개로 이루어진다. 건축물의 평면도를 보면 폭이 30.8m, 길이가 69.5m의 제법 큼지막한 넓이를 자랑하며 규모 면에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숨겨진 첫 번째 비밀은 기둥에 있다. 얼핏 보면 모든 것이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리스 건축물이지만 알고 보면 완벽한 직선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부분에 보일 듯 말듯 한 곡선을 이용해 빚어낸 것이 파르테논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인들 특유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직선처럼 보이는 무뚝뚝한 도리아식 기둥은 모두 엔타시스기법(배흘림 양식)을 사용해 시작과 끝보다 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와 은근한 곡면 처리를 하였다. 또 46개의 기둥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감이 당연하고 또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직 기둥은 단 한 개도 없다. 모든 기둥은 올라가면서 건축물 안쪽으로 기울어졌다. 시각적인 안정감을 꾀하기 위해서이다. 파르테논의 위쪽에 910m 상공의 한 점에서 만나도록 설계했다고 하니 2500년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그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겉 보기보다 숨겨진 시각 보정정치가 많이 고안되어 있다. 얼핏보면 수평으로 보이는 대리석 기단부도 그러한 한 예이다. 기단부는 가운데를 돌출시켜 외곽으로 물매를 만들었고 이와같은 원리는 기둥 위의 엔터불러쳐(수평대들보)도 예외는 아니다. 또 모두 똑같아 보이는 기둥의 두께는 알고 보면 다양한 굵기로 구성된다.
네 귀퉁이의 기둥은 나머지 기둥의 두께보다 약각 굵게하여 시각적인 안정감을 부여하는 등 뭐 이런 식이다(모서리 기둥은 1,948m, 나머지 기둥들은 1,905m). 근대에 들어와 파르테논의 숨겨진 비밀에 대하여 탐구하는 건축가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연구할수록 밝혀지는 미적 요소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님이 밝혀진다.
파르테논 신전은 후세에 모든 그리스건축의 귀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이 아테네인들을 열광시킨 것은 후대가 아니었다. 이미 당대에 대단한 평가를 받았는데 이것은 파르테논 신전의 외형적인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 만들어진 높이 12m의 거대한 석상 ?아테나 여신상? 때문이었다.
기원전 5세기가 가기 전에 정치적, 군사적 수명을 다한 아테네, 그러나 그 예술은 후대 모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아테네, 그런 아테네의 건축과 예술에 대해서 다음호에도 계속해서 알아보자.
사진: 파르테논신전 정면상 : 8개의 배흘림식 기둥으로 이루어 졌으며 기둥높이와 폭, 기둥과 기둥의 간격등에서 수많은 황금비례가 관찰된다.
2020년 6월 26일, 1176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