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115)

염증성 장 질환

어느 한 부위에만 통증이 있어도 인간은 건강했던 날을 그리워하며 하루 빨리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물며 현대의학에서 불치병이라 말하는, 다양한 증상이 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염증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도 다른 부위가 재발되는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할까를 생각해 본다.

설사, 메스꺼움 및 구토, 출혈, 피로, 빈혈, 복통, 발열, 식욕상실, 체중감소, 영양실조, 피부발진 등의 여러 증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젊은 사람들이라면 삶의 의욕이 없어지며 희망을 잃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morbus crohn)과 궤양성대장염(colitis ulcerosa)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크론병은 10, 20대 환자가 많으며 식도, 위, 소장, 대장과 항문까지 소화기 어느 부위에서나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은 여러 곳에 다발성으로 생기는데 2/3가 대장과 소장에서 염증이 생기는데 특히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부분에 흔히 발생하는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국한되어 생기고, 주로 장 점막의 얕은 부분에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이다.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크론병이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서, 뚜렷한 예방법도 없는 실정이며, 학계에서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보고 있다. 단지 유전, 환경, 면역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하며,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서구화된 식습관과 감염, 흡연, 소염진통제 등이 염증성 장 질환 증가의 가설로 언급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부터 확실한 진단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걸린다. 보통 크론병은 1년 이상, 궤양성 대장염은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장염, 치질 등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에, 만일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혈변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나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 영양 장애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장 폐쇄, 협착, 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은 일반인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증상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치료의 주축은 약물치료와 수술이다. 약물로는 면역조절제, 항염증제, 생물학제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을 사용한다. 수술은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장협착, 천공, 대장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시행한다.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수술은 염증 부위를 온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치료 효과는 있지만, 다른 곳에 다시 재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치료는 대체로 자가면역질환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면역 억제 약물인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주로 사용하여 치료효과를 노리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으니, 평생을 정도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질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염증성장질환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소화가 잘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되,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카페인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개별화된 식사 계획을 세워, 증상을 악화하는 음식은 피하면서 균형 있는 식사로 영양 결핍을 예방함으로써 장 점막의 상처 회복을 돕고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거칠지 않은 곡류와 부드럽게 조리한 육류, 생선류 등이 권장되며 이를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적당한 산책이나 수영과 같은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향상할 뿐 아니라 질병의 활동성을 줄이면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권장된다. 그러나 과격한 근력 운동은 오히려 설사나 복통을 악화할 수 있어 피할 것을 권한다. 침과 뜸 치료는 통증을 조절하고 소화관의 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뜸 치료는 만성적인 냉성 통증을 없애는 데 탁월하다. 온열 자극이 도움이 되는 복부 부위는 중완(명치와 배꼽의 가운데), 천추(배꼽 양쪽), 관원(배꼽과 치골 사이)이 대표적이다. 온기를 장부로 전달하기 위해, 뜸 치료가 권장되는 부위로 관심만 있다면 가정에서 가능한 치료방법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다른 질병처럼 단기간에 치료가 되진 않은 질환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치료를 한다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필자는 주로 한약위주로 치료를 하는데 치유가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

2주전에는 남독에 사는 14살의 여자아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크론병을 앓고 있었던 자기 딸을 치료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단다.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없었지만 현대의학에서 포기한 질환들을 않고 있었던, 그 여성의 남편, 언니, 형부, 어머니, 어머니의 남친 등이 전화로 진단을 해서 한약을 보내주는 방법으로 치료를 해서 다들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가족이다. 물론 그 가족들이 소개했다며 난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Wilhelmshaven, Bayern 등, 원거리에서 사는 환자들도 참 많이 다녀갔다.

필자가 사용하는 처방을 소개한다.

黃芪(황기) 黨蔘(당삼) 白朮(백출) 茯苓(복령) 山藥(산약) 乾薑(건강) 訶子(건강) 肉荳蔲(육두구) 草果仁(초과인) 丁香(정향) 肉桂(육계) 附子(부자) 黃連(황연) 砂仁(사인) 陳皮(진피) 厚朴(후박) 甘草(감초) 生薑(생강) 大棗(대조)

김재승 한의사 T. 06173 9677 564

1218호 25면, 2021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