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하루 종일 꽂고 있는 이어폰, 내 귀의 수명을 앞당깁니다

김종휘 원장의 건강상식

요즘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면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출퇴근길에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고, 일을 할 때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심지어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수면 유도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만 생기는 병이라고 여겨졌던 난청이, 이제는 20~30대 젊은 층의 진료실 방문 사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우리의 청력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는 소음성 난청(Lärmschwerhörigkeit)과 올바른 이어폰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의 귀 깊숙한 곳에는 달팽이관이라는 소리 감지 기관이 있고, 그 안에는 찰랑거리는 림프액과 함께 소리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미세한 털 세포(유모세포; 독일어로 Haarzellen)들이 수만 개 존재합니다. 이 세포들은 부드러운 음악이나 대화 소리에는 잔디처럼 유연하게 흔들리며 반응하지만,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해 고음량의 폭발적인 소리가 귓속으로 직접 쏟아져 들어오면 마치 태풍을 만난 갈대처럼 꺾이고 쓰러지게 됩니다.

가장 치명적인 비극은, 한 번 손상되거나 죽어버린 청각 세포는 피부나 근육과 달리 평생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음성 난청이 무서운 이유는 통증이 전혀 없고 서서히 진행되어 본인이 자각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경고 신호는 바로 이명(Tinnitus)입니다. 조용한 방에 있을 때 귀에서 ‘삐-’ 하는 기계음이나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면, 이는 청각 세포가 손상되어 살려달라고 지르는 비명과도 같습니다.

초기에는 4,000Hz 이상의 고음역대부터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에는 무리가 없지만, 시끄러운 식당이나 카페에서 상대방의 말을 자꾸 되묻게 되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점점 높이게 된다면 이미 난청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어폰이 스피커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소리가 나오는 발원지가 고막과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 이비인후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85데시벨(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 손상이 시작된다고 경고합니다.

스마트폰의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면 약 100~105dB에 달하는데, 이 정도 크기에서는 불과 15분만 들어도 청력 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길거리나 지하철의 외부 소음(약 80dB)을 이기고 음악을 듣기 위해 볼륨을 올리다 보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90dB 이상의 폭음 폭탄을 고막에 쏟아붓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어폰을 사용해야 할까요?

전 세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권장하는 절대 원칙은 바로 ‘60/60 법칙’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오디오 기기의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만 듣고, 한 번 이어폰을 착용했다면 연속해서 60분을 넘기지 말고 귀에 휴식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눈이 피로하면 눈을 감고 쉬듯, 귀도 시끄러운 소리에서 벗어나 완벽한 조음 상태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장시간 착용이 불가피하다면, 귀를 꽉 막는 커널형 이어폰보다는 귓바퀴 전체를 덮는 헤드폰이나 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이어폰이 고막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압박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ing)’ 기능은 양날의 검입니다. 외부 소음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에 볼륨을 작게 틀어도 음악이 선명하게 들린다는 점에서는 청력 보호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에 의존하여 장시간 귀를 꽉 틀어막고 있으면 귓속 습도가 높아져 외이도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더 큰 위험은 보행 중이나 자전거를 탈 때입니다. 다가오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나 위험 신호를 전혀 인지하지 못해 심각한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야외 활동 중에는 절대 사용을 금해야 합니다.

만약 클럽, 록 콘서트, 혹은 시끄러운 작업장에 다녀온 후 귀가 먹먹하고 솜을 꽉 틀어막은 것 같은 느낌이 다음 날까지 지속된다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난청’으로 진행될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이때는 지체 없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스테로이드로 약물치료를 하여야 청력 상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청력 치료에도 명백한 ‘골든타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00세 시대에 우리의 귀는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호기로운 볼륨업이 노년의 고립되고 외로운 침묵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지금부터 귀를 아껴주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쯤은 이어폰을 빼고 집어넣은 뒤, 뺨을 스치는 바람 소리,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 소리 등 자연이 들려주는 편안한 백색소음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침묵과 자연의 소리야말로 지친 여러분의 귀를 치유하는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처방전입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김종휘원장의 건강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김종휘원장은 베를린의 의학대학 Charité에서 의학과 졸업 및 의학박사 학위취득을 하였고, 독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HNO Privatpraxis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www.hnopraxis-frankfurt.de

1466호 25면, 2026년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