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넘어 만남으로: 전남대 학생들의 독일 대학 탐방
대학의 국제교류는 오랫동안 학생들의 학문적 경험을 확장하고 서로 다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교육적 기회로 여겨져 왔다. 해외 대학에서 일정 기간 공부하거나 현지 학생들과 직접 교류하는 경험은 단순히 새로운 국가와 대학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교육과 문화의 전제를 낯선 환경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국제교육 연구에서 상호문화적 만남, 상호문화학습, 상호문화역량 등의 개념으로 논의되어 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한 학기나 일 년에 걸친 장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해외 체류라도 다른 교육적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 현지 구성원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성찰이 결합되면 학생들의 상호문화역량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지 해외에 머문다는 사실 자체가 상호문화학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체류 기간의 길이가 아니라, 학생들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관찰하고 누구와 만나며 낯선 경험을 자신의 기존 관점과 어떻게 연결하는가이다.
지난 여름학기,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학생 두 명이 일주일간 독일을 방문하고 그중 이틀을 루르 보훔대학교 한국학과에서 보냈다. 학생들은 한국어 수업과 연구 프로젝트 수업을 참관하고, 독일 대학의 교육환경과 수업 방식을 관찰했으며, 한국어와 한국학을 공부하는 현지 학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흥미롭게도 이 짧은 방문에서는 뜻밖의 방향으로 문화적 교차가 일어났다. 한국의 교육학과 학생들은 독일 대학을 보기 위해 왔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인 ‘한국어’가 외국어이자 학문적 대상으로 가르쳐지는 모습을 마주한 것이다.
반대로 독일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온 두 학생과의 만남은 교실에서 배운 한국어를 실제 또래 화자와 사용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루카(Luka)는 “처음의 어색함도 여러 명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필요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서로 도우며 한국과 독일에서의 문화와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교실에서 배운 언어가 실제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독일 대학에서 마주한 ‘낯선 한국어 교실’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이정길 학생에게 한국학과의 교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었다. 한국에서 매일 사용하는 한국어가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습득해야 하는 외국어이자 대학에서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적 대상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다소 낯설고 제한적인 관심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직접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이 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예상은 빠르게 바뀌었다.
“실제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 과목이 아니라 학생들의 문화적 관심, 학문적 호기심, 개인적 진로 고민이 함께 담긴 학습 대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 이정길,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이틀 동안 두 학생은 여러 수업을 참관했다. 독일 학생들의 한국어 말하기•읽기•쓰기•듣기 수업은 단순히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짝을 지어 예문을 연습한 뒤 복도로 나가 두 줄로 서서 상대를 계속 바꾸어가며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활동은 이정길 학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어를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로 익혀가는 과정이었다.
다음 날 참관한 고급 쓰기 수업에서는 자연 개발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고 근거를 구성하여 600~700자 분량의 글을 쓰는 활동이 진행됐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에게도 쉽지 않은 수준의 글쓰기였기 때문에, 독일 학생들이 한국어를 매우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배우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해외 한국어 학습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 이정길,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김세한 학생 역시 수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어를 배우는 독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고 회상한다.
“발음이 서툰 학생도 있었지만 모두가 자신감 있게 한국어로 대답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배움의 열정은 언어를 넘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김세한,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두 학생은 실제 연구가 진행되는 수업에도 참여했다. 「NRW 한국어 가시화 연구」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지역의 거리와 상업 공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어떻게 드러나고 해석되는지를 직접 조사하고 있었다.
각자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논의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수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연구 회의처럼 다가왔고, 수업과 연구를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해 왔던 이정길 학생에게 이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흥미롭게도 ‘낯선 한국어’를 경험한 것은 한국에서 온 두 학생만이 아니었다. 한국학과 학생들에게도 교실에서 배운 한국어를 실제 한국의 또래 대학생들과 사용하는 것은 평소 수업과 다른 경험이었다.
카리나(Carina)는 이를 “한국어 실력을 실제 대화에서 사용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했고, 알리사(Alyssa)는 소규모 그룹으로 대화했기 때문에 “문법을 너무 걱정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표현이 막힐 때는 서로 도왔고,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로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한국어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실제 세계’가 된 순간이었다.


독일의 교실에서 한국의 교실을 생각하다
한국학과 수업을 지켜보던 두 학생의 관심은 곧 한국어에서 ‘교육’으로 옮겨갔다. 두 사람 모두 전남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가 만큼이나 어떻게 배우는지, 교수자는 수업을 어떻게 이끌고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입시와 내신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업이 시험 내용 전달과 암기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물론 보훔 루르대학교의 수업 역시 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결이 달랐다. 시험을 위한 문장을 배우면서도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말할 수 있도록 반복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익히는 과정이 중심에 있었다.” — 이정길,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김세한 학생은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뿐 아니라 교수자와 학생 사이의 관계, 그리고 질문과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교실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대학의 분위기였다. 한국의 대학과 달리 학생들이 교수님과 매우 편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었다. 수업이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활발한 토론과 질문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들은 책에서만 배웠던 ‘학생 중심의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었다.” — 김세한,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물론 이틀간의 수업 참관만으로 두 나라의 대학 수업을 일반화해 비교할 수는 없다. 제도적 환경도, 전공과 수업의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서 중요했던 것은 어느 교육 시스템이 더 우수한가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교실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에게 익숙했던 교육 방식 역시 여러 가능한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 있었다.
이정길 학생은 이번 경험을 통해 좋은 수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고 말했다.
“좋은 수업이란 단순히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왜 배우는지 스스로 느끼고 실제로 사용해 보게 만드는 수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이정길,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이러한 배움은 독일 학생들에게도 일어났다. 지한(Cihan)은 한국 학생들과 실제로 한국어로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한국어 수업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법이나 문장 구조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어휘는 서로 도우면서 “우리 모두가 좋은 팀이었다”고 회상했다. 수업이 끝난 뒤 시작된 대화 속에서 이번 방문은 그렇게 ‘관찰’에서 ‘관계’로 넘어갔다.


낯선 곳에서 다시 발견한 나의 교실
일주일은 한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짧은 경험이라고 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진 배움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두 학생에게 남은 것은 독일 대학에 관한 지식만이 아니라, 낯선 환경을 통해 자신이 익숙하게 생각했던 교육과 앞으로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김세한 학생은 이번 경험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을 “시각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 김세한,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전남대학교의 두 교육학도, 이정길과 김세한은 다른 교실을 보기 위해 독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결국 자신의 교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변화는 루카, 카리나, 알리사, 지한을 비롯한 보훔 루르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함께 만들어진 것이었다. 대학 간 국제교류의 진짜 가치는 결국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 얼마나 오래, 멀리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함께 발견했는가. –
두 학생은 독일에서 답을 얻어 돌아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라는 좋은 질문을 안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그들이 서게 될 한국의 교실에서 계속될 것이다.
1473호 14면, 2026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