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정당국가’라고 칭해질 정도로 정당의 법적·정치적 위상이 높은 국가이다. 이러한 정당의 높은 위상은 독일 민주주의와 나치즘의 역사, 그리고 선거와 국가체제 등 제도적 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낳은 결과이다. 세계에서 정당정치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독일정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먼저 독일 기본법상의 정당과 정당의 역사를 살펴보았고, 연방의회에 진출한 각 정당을 창당 순서로 살펴본다.
동맹 90/녹색당(Büdnis 90/Die Grünen) ②
독일이 통일된 1990년, 서독 녹색당과 동독지역 시민·민주화운동세력이 주축이 된 ‘동맹90’은 선거연합을 통해 ‘동맹 90/녹색당’으로 거듭났다.
녹색당의 특징
창당 당시 녹색당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뜻으로 ‘반정당 정당(Anti-Parteien-Partei)’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들을 전개하였다.
고위당직자들의 관료주의를 방지하기 위해 그 자리를 명예직으로 한다든가, 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자리에 대표나 위원장을 대신하여 대변인만을 두는 체제, 의회의 임기를 둘로 쪼개어 의원들을 교체하는 의원순환제, 당직과 선출직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겸직금지제 등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것들 가운데 살아남은 것이 공동대표제, 여성할당제, 완화된 겸직금지제 정도이다.
가장 최근의 녹색당 강령은 2002년 “미래는 녹색(환경)이다”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3년간의 논의를 거쳐 당원 90%의 찬성으로 개정된 것이다. 이를 통해 녹색당은 80년대 강조하였던 반자본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경제정책에서도 더 이상 사회주의적 요구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녹색당은 비례대표제 명부, 대표부 구성, 발언권 등에서 철저하게 여성할당을 적용하고 있다. 즉 같은 공직이나 선거명부에서 최소한 절반의 자리를 여성에게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명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있을 경우, 최소한 2자리는 여성에게 배당된다. 혹시 그 2자리 중 1자리를 채우고 남은 1자리에 적절한 여성을 찾지 못할 경우, 그 자리를 공개해 남성도 지원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당 대표, 연방 및 주 위원회의 위원장, 대변인, 원내대표 등에 남녀가 각 1명씩 참여하는 공동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여성거부권’이라는 장치가 있어서 회합에 참석한 여성들이 다수의견으로 의결안건을 다음 회기로 연기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거부권은 각 사안에 대해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녹색당 약사
198년10월 함부르크시, 헤센주 등의 주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을 누르고 제3당으로 부상하였고, 1983년 3월 연방의회 총선에서 5.6%의 지지를 획득, 최초로 연방의회 진출했다.
독일통일 후 최초의 연방의회 선거인 1990년 12월 총선에서 5% 하한선에 미달, 연방하원 진출에 실패하였다. 당시 5% 제약을 받지 않는 구동독 지역에서 8명이 연방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1993년 말 동독 지역 자매당과 통합, 당명을 Bündnis 90/ Grünen으로 개명하고 이듬해인
1994 10월 총선에서는 49석을 차지, 제4당으로 부상하였다.
1998년 9월 총선에서는 47석을 차지하여 사민당(SPD)과 연정 구성하여, 창당 이후 최초로 연방정부에 참여, 외교・환경・보건부 장관 등 3명의 각료 배출하였다.
한편 1999년 3월 에어푸르트 전당대회에서 피셔 외교장관의 당개혁안이 당내 좌파세력의
반대로 좌절되었고, 연정 참여 이후 지지율 하락으로 주의회 선거에서 계속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2000년 3월 칼스루에 전당대회에서 유르겐 트리틴 환경장관이 제안한 원자력발전소 완전
폐기안이 다수로 채택되어, ‘원자력발전 반대’가 당론으로 결정되었으며, 2002년 1월 2020년까지 추진할 기본 이념을 밝힌 신정강 채택하고, 과거 반전·평화라는 핵심 이념을 수정하여 정당한 무력 사용 인정하였다.
2002년 9월 총선에서는 55석을 획득, 사민당과 함께 재집권 성공하였으며, 슈뢰더의 결정으로 치러진 2005년 9월 조기총선에서 51석을 획득(제5당)했으나, 기민/기사연합-사민당의 대연정수립으로 야당으로 복귀하였다.
2013년 9월 총선에서 기대에 못 미친 8.4% 획득 63명의 연방의회 의원을 배출했으며,
2017년 9월 총선에서는 8,9%를 획득 67명의 의석을 획득했다.
지지율 상승곡선 탄 녹색당
2017년 이후 녹색당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8년 치러진 바이에른,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각각 지지율 17.5%와 19.8%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으며, 2019년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21%를 얻어 사민당을 밀어내고 제2당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올해 3월 14일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이 32.6%를 득표해, 24.1%를 득표한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제 1당으로 위치를 공공히 하였으며, 같은 날 치러진 라인란트팔츠 주의회에서도 9.3%를 획득, 연정의 가능성을 높였다.
3월 17일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에 따르면 녹색당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하였다. 2017년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8.9%) 때보다 2배 이상으로 상승했으며, 사회민주당(SPD)의 16% 지지율을 5%나 뛰어넘는 지지율이다.
총리후보 지지율에서도 로베르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는 22%를 기록, 메르켈 총리 후계자로 거명되는 라셰트 기민당 대표(21%),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15%)를 제치고 총리후보 지지율 1위를 달성했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1212호 29면, 2021년 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