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46)

독일의 법제도(4): 위임입법, 자치법규

현행 기본법 제80조제1항은 “연방정부, 연방장관 또는 주정부는 법률에 의하여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법률로써 위임된 권한의 내용, 목적 및 범위를 확정하여야 한다. 법규명령은 그 법적 근거를 명시하여야 한다. 위임받은 권한을 재위임할 수 있음을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때에는 위임받은 권한의 위임을 위한 법규명령이 필요하다”라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의 취지는 명령권의 위임은 오로지 형식적 법률에 의하여 행할 수 있음을 밝히는 한편, 위임의 법적 근거를 법규명령 가운데 명문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본법 제80조제1항에 규정되고 있는 “법률”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그것이 연방법률만을 지칭하는가, 아니면 주법률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제80조제1항의 규정자체에서는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부여되고 있지는 않으나 그 점에 관한 제한을 특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 본다면 연방법률, 주법률의 어느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동조가 제7장(연방의 입법) 가운데 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연방법률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하여 제80조에 의거하여 연방법률에 의한 수권을 받은 주정부는 주법을 정립하는 것인가 아니면 연방법을 정립하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비스마르크헌법시대의 통설은 개개의 주에 있어서 연방법의 위임에 의하여 발해지는 법규명령을 실질적으로는 연방법으로, 형식적으로는 그 비준이 각주의 지배권에 기인한다는 이유로 주법이라고 하였다. 바이마르헌법시대에서도 이러한 경우에는 연방법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였으며, 현재의 기본법해석도 같은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기본법 제80조제1항의 법률에는 기본법 제78조에 의하여 통상적인 입법방법에 의하여 성립한 법률 외에 제81조의 입법긴급사태와 관련하여 성립한 법률도 포함하는가가 문제된다.

이 문제는 제81조의 입법수단에서도 제80조에 의한 입법권의 위임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경우 제81조제3항에 의하여 6개월의 한정된 입법긴급사태의 시기에 있는 정부는 제80조에 의거한 수권법으로 당해기간을 넘어 입법적 처리를 확보할 수 있음과 아울러 부정한 자기책임이 합법적인 형식으로 가능하게 된다.

독일에서의 위임입법은 엄격한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하여 의회는 위임된 권한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입법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은 입법자로서의 그 책임의 포기로 간주하며, 행정부는 명령정립에의 불명확한 수권에 의거하여 의회에 대신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원칙하에 정립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치법규

독일에서는 기본법상 연방과 주의 2단계의 국가구조라 할 수 있으며, 자치단체는 주의 내부조직에 편입된 집행권의 담당자라 할 수 있다. 자치단체는 기본법에 의한 자치가 보장되고 공공사무를 자기의 책임하에 처리하기 위한 분권화된 행정조직이며, 자치권은 기본권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권력분립을 구성하는 의회(Parlament)란 연방과 주의 의회를 지칭하며, 자치단체의 그것은(Geneinderat) 행정기관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기본법 제28조제1항에서는 국민은 자치단체(Gemeinde 및 Kreis)에 있어서 보통․직접․비밀․자유․평등선거로 선출된 대표기관(Vertretung)을 가진다고 정하여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유럽공동체를 구성하는 국가의 국적을 가지는 자에 한하여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부여되어 있다.

제28조제2항에서는 단체자치의 제도적 보장하에서 사무배분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즉, “게마인데에 대하여는 범률의 범위에서 지역적 공동체의 모든 사항을 자기책임으로 규율(regeln)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게마인데연합도 그 법률상의 임무영역의 범위내에서 법률의 기준에 따라 자치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법은 지역자치의 대상사항으로서 전권한성(Allzuständigkeit)의 원칙을 기초자치단체인 게마인데에만 보장하고 있으며, 또한 자치행정의 성격으로서 그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자기책임성(Eigenverantwortlichkeit)의 원칙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법은 게마인데에게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항을 자기책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률의 범위내라는 제약원리하에 배분한 것이다. 물론 법률의 내용은 무제한이 아니라 그 한계를 획정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의 핵심적 본질적 영역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자치권의 침해가 된다(역제한).

또한 핵심적 영역이외에의 침해는 헌법상 과잉금지등의 입법상의 제약이 기능한다. 게마인데는 기본법에 보장된 전권한성의 원칙에 따라 당해구역을 대표하는 법인으로서의 행위능력을 행사하는 권한을 필두로 재정고권, 조직고권, 인사고권, 계획고권, 조례제정고권과 당해지역공동체에 관한 사무의 전반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사무고권을 가진다.

독일에서 조례란 “일반적으로 법률의 하위규범으로서 일정한 정규의 절차로 제정되는 법규로서, 이 법규는 공법상의 법인(또는 입법권을 부여받은 공법상의 기관)에 의하여 그 자율권의 범위내에서 일정한 지역에 대하여 또는 입법권의 주체에 소속하는 자에 대하여 실정적으로 발령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조례제정권의 범위 등에 관한 상세한 사항은 주의 지방자치법(Gemeindeordnung, Kreisordnung)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들 지방자치법에서는 그 고유사무의 처리에 관하여는 “법률이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한” 조례로서 이를 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개괄조항(Generalklausel)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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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호 29면, 2021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