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2015년에 시작된 HeRo(해로)는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늙어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코멘트에서 출발했다. 해답은 늘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도움활동의 필요성으로 귀결되었다. <해로>의 입술로 연재를 시작하지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재독 동포들의 목소리를 그릇에 담으려 한다. 이 글이 고단한 삶의 여정을 걷는 이들에게 도움의 입구가 되길 바란다(필자 주)

6/ 마스크 사랑백신

2020년의 서막이 열리던 날, 똑 떨어지는 숫자의 조합에 고무되었다. 국가는 새로운 해에 대한 아젠다를 발표했고, 사업가, 직장인, 학생은 긍정의 언어를 남발했다. 희망도, 절망도, 삶도 죽음도 우리 몫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자만심은 한낱 미세한 바이러스에 거세당하고 순식간에 무너졌다.

인류는 실험대 위에 두 손이 묶인 채 일정 간격을 두고 누워 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떨며 악몽같은 이 시간이 지나가길 소망한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창밖은 벚꽃이 한창이다. 흩날리는 벚꽃은 인간을 우롱하듯 잔뜩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계절은 비소를 흘리며 인사했다. 인간의 나약함의 상징적 보고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체가 자못 실감되지 않지만 현실은 지엄하다. 전 세계를 하루 길에 달려갈 것 같았던 하늘길도 봉쇄되었다. 뜨거운 포옹으로 사랑을 표시했던 인사도 ‚민폐‘의 응대법으로 치부되었다. 지근거리에 살던 자식도 경계를 풀지 않는다. 여행을 위해 돈을 벌었던 독일인들은 3월 17일부터 시행된 여행주의보가 6월 14일까지 연장되자 망연자실해 있다. 극복될 수 없을 거라는 자괴감이 더 두렵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전염병과의 전쟁에선 모두다 패자다. 아무리 항거한다해도 전염병은 인간의 우위에 서서 육체를 점령한다.

독일에서 3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5월 현재 17만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수가 기염을 토하자 독일 정부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실시했다. 독일 전체 16개 주가 발의한 법안은 4월 27일부터 착용 의무가 확정되었다. 어길 시에는 벌금이라는 규제책도 마련했다. 마스크 착용을 터부시했던 독일인들도 그제서야 천마스크를 만든다며 재봉틀을 만졌다.

한국은 이미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된 일상이다. 일치감치 재독 한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시작했다. 마스크는 남을 위한 예방과 배려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이러스 전쟁에 가장 취약한 영역은 환우를 돌보는 자원봉사단체다. 재독 한인 어르신들을 돕는 사단법인 <해로>에서도 사태의 위중함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저할 수 없는 것은 대상이 외로운 환우이기 때문이다. 노년의 언덕을 넘은 한인 어르신들은 이러한 격리와 고립의 상황에서 더 깊은 고독을 호소한다. 그러기에 <해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도움활동을 전개했다.

이미 3월부터 환우들을 위한 마스크와 소독약 배달이 시작되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장보기 서비스와 요양급여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 작성 등을 무료 대행했다. 그들을 홀로 두지 않고 함께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코로나 기간에 도움될 만한 정보를 담은 <코로나 특별호> 회보도 제작했다. 이러한 도움활동이 알려져 힘을 보태 준 이들도 있었다. 주 독일 대사관의 정범구 대사를 통해 따스한 기증도 받았다.

고국의 환우가 직접 만든 마스크로 정성이 깃든 물품이었다. 또한 킨트오(Kindoh) 업체는 환우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물티슈를 제공했다. 前 독일 슈뢰더 총리의 아내인 슈뢰더 김 소연 여사가 직접 만든 천 마스크는 환우들의 감탄과 환영을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한 봉사는 노구를 이끌고 천마스크를 만들어준 1세대 어르신이었다. 그는 이름을 알리지 말라며 해로 측의 감사인사에도 손사래를 쳤다.

나눔은 주는 이나 받는 이의 마음을 치료하는 특효약이었다. ‚자원봉사는 위기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해로>의 자원봉사자들은 팔을 걷어부쳤다.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할 있는 동력은 바로 봉사자들의 희망과 의지와 연대였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인물인 타루는 도시의 이방인이었지만 그 자리를 탈출하지 않고 자원봉사의 삶을 살았다. 우리 모두 이 땅의 이방인이다. 위기의 자리에서 의기소침하지 않고 남을 위해 발걸음을 떼는 행위는 결국 부메랑처럼 나를 위한 선물로 되돌아온다. 이 글공간을 빌어 사단법인 <해로>에 관심과 성원을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박경란/ 사단법인 <해로> Alltagshilfe 자원봉사팀장

후원문의: 이메일: info@heroberlin.de/ 홈페이지: www.heroberlin.de

2020년 5월 22일 , 117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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