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회: “우리 이모님들은 무대 체질!”

“쇼맨십”의 사전적 의미는 조금 특이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는 기질인데, 때로는 남을 현혹하여 그때그때의 효과만을 노리는 얄팍한 수완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쇼맨십은 리더십과 같이 경영학이나 교육학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으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적절히 사용하면 설득력, 리더십, 인간관계 모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워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열정은 식게 되고 목표도 점차 희미해지게 된다. 이런 때는 자신을 자극하는 작은 ‘연출’이 필요하다. 하루를 시작하며 평소보다 더 단정하게 옷을 입거나, 계획표나 작은 목표를 적어 냉장고나 벽에 붙이는 것, 운동이나 일을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쇼맨십이다. 이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나를 위한 연출이며 나를 위한 쇼맨십이다.

쇼맨십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유쾌한 분위기로 만들고, 작은 일에도 감탄과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표현하면 함께 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순간으로 바뀐다. 자녀들에게 하는 칭찬도 환한 표정과 밝은 목소리, 박수 같은 제스처까지 더하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더 크게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동기를 얻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경험한 일들의 총합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일에 쏟은 감정과 의미가 많을 때 그것이 내 삶의 기억이 되어 오래 남는 것이다. 따라서 적당한 쇼맨십으로 우리의 삶에 색깔을 입히면 더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쇼맨십은 나의 삶을 위한 양념이 되는 것이다.

쇼맨십이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한 과장이나 허세가 되면 오히려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생은 무대와 닮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다면 때로는 조금 과감하게 자신의 무대를 연출해 보는 것도 좋다. 진지하게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적당한 쇼맨십은 우리의 삶을 즐겁게 만들고,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의욕을 깨우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우리 해로 노래 교실 이모님들이 예쁜 한복을 입고 음악회 무대에 서셨다. 지난 10월 5일 저녁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제8회 평화음악회에 출연한 것이다. 음악회는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여 평화를 상징하는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카이저빌헬름 기념교회에서 열렸다.

해로 어르신 합창단 (평화음악회)

올해 평화음악회는 가난을 이겨내 보려고 60년 전 독일 땅에 온 간호사들이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독일통일을 보면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한다는 테마로 음악회가 구성되었다. 분단과 통일의 현장인 베를린에서 음악을 통해 우리나라의 평화로운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염려하는 준비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어르신들이 살아 계실 때 통일이 되어 통일 축하 음악회에서 다 함께 노래하는 자리까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어르신들은 평화음악회에 4년 연속 출연하고 계셨고, 맨 마지막 순서에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나와서 음악회 최고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앞서 출연한 젊은 음악가들의 수준 높은 노래와 연주에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이런 소중한 무대에 함께 설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즐기시는 모습은 5,60년전 낯선 독일 땅을 밟을 때와 같은 긴장과 도전의 시간으로 돌아온 듯한 표정 같았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자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피아노와 현악의 반주에 맞춰 집중하여 노래하셨고 무대를 즐기시는 모습이 표정마다 나타나 보기 좋았다.

모든 출연자와 함께 마지막으로 등단한 우리 어르신들이 부른 노래는 장차 이뤄질 통일 조국을 꿈꾸며,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기뻐하며 경배하세)와 ‘홀로 아리랑’을 합창했다. 이날 최고의 박수갈채를 받으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어르신들의 평균 연세가 80세가 넘었음에도 합창 소리는 교회당을 가득 채운 청중들이 놀랄 정도 곱고 힘찬 목소리로 노래하셨다. 각자 간직해 온 가지고 예쁜 한복을 입으시고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음악과 몸이 하나 되어 노래를 부르셨다.

우리 어르신들이 노래 교실에 오시는 이유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며 더 건강하게 사시기 위해서다. 노래를 하면 호흡이 좋아지고 밥맛도 좋고 신진대사도 좋아진다. 걸어서 나오시니 건강해지고, 노래를 하다 보니 저절로 기분도 좋아진다. 그래서 해로 노래 교실에 나오는 발걸음이 항상 즐겁다.

이번과 같이 특별한 음악회에 출연하는 것은 무료하기 쉬운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한 맛깔나는 양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시간에 함께 하는 것을 통해 여전히 쓸모 있는 인생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해가 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마음은 청춘으로 돌아간다. 무대가 주는 힘이 아닐까 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지금처럼 건강하셔서 파독 70주년에도 아름다운 한복을 입으시고 무대를 빛내주시길 기도한다.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하늘 아래서 하나님께 허락받은 짧은 인생을 무슨 맛으로 수고하며 살 것인가?” (전도서 8:15)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78호 16호 2026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