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 원장의 건강상식
한국 뉴스에서 건강 검진 통계를 보면 여성암 발병률 1위로 늘 거론되는 암이 있습니다. 바로 갑상선암입니다. 독일에서도 진료를 보다 보면 한국 여성 교민분들이 유독 갑상선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고, 실제로 초음파 검사를 요청하시는 빈도가 높습니다.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인 갑상선, 도대체 왜 한국 사람들에게 유독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그리고 “착한 암”이라며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정말 사실일까요? 오늘은 우리 몸의 보일러 역할을 하는 갑상선과, 그곳에 생기는 불청객인 갑상선 결절(Schilddrüsenknoten)에 대해 알려 드리려 합니다.
먼저 오해를 하나 풀고 가야겠습니다. 한국인에게 갑상선암이 폭발적으로 많은 이유는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발달된 건강검진 시스템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젊은 나이부터 초음파 검사를 통해 1cm 미만의 아주 작은 결절까지 찾아내는 빈도가 높습니다. 반면 독일에서는 증상이 없으면 굳이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계적으로 적게 잡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요오드’와의 관계입니다. 독일은 토양에 요오드가 부족한 대표적인 요오드 결핍(Jodmangel) 국가라 과거에는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부어오르는 ‘갑상선종’ 환자가 많았던 반면, 해조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은 요오드 과잉으로 인한 문제나 자가면역 질환이 더 흔하게 관찰됩니다.
갑상선에 생기는 혹, 즉 결절은 성인의 약 20~40%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합니다. 길 가는 사람 10명 중 3~4명은 갑상선에 물혹이나 결절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이 결절들의 95% 이상은 암이 아닌 양성 결절입니다. 이들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크기가 너무 커서 기도를 누르거나 미용상 보기 싫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치료 없이 주기적인 관찰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5% 미만에서 발견되는 악성 결절, 즉 갑상선암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갑상선암을 두고 “착한 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치료 예후가 좋아 5년 생존율이 100%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착하다”는 말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갑상선암도 방치하면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고, 드물게는 폐나 뼈로 퍼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으로 진단되면 크기와 위치, 환자의 나이를 고려하여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면 병원에 가기 전 내 갑상선 건강을 체크해 볼 방법은 없을까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자가 진단법이 있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목을 약간 뒤로 젖힌 상태에서 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습니다. 그리고 물을 꿀꺽 삼키면서 목 앞쪽(울대뼈 아래)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갑상선은 침을 삼킬 때 기도와 함께 위아래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때 목 앞쪽에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덩어리가 보이거나, 양쪽의 대칭이 맞지 않고 한쪽이 더 부어 보인다면 갑상선 결절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손으로 만졌을 때 딱딱한 멍울이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병원에서의 진단 과정은 매우 심플합니다. 내과 혹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가 가장 정확합니다. 초음파상 결절의 모양이 위아래로 길쭉하거나, 경계가 불분명하고, 내부에 하얀 석회화가 보인다면 암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 경우 가느다란 주사기로 세포를 뽑아내는 세침 흡인 세포검사(Feinnadelpunktion)를 통해 암 여부를 최종 확진합니다. 독일 병원에서도 Hausarzt(가정의학과) 의뢰를 통해 이비인후과나 핵의학과(Nuklearmedizin)에서 이러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도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입니다.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고 추위를 많이 타며 체중이 늘어난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반대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더위를 참지 못하며 살이 빠진다면 기능 항진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는 혈액 검사만으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으며, 약물로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면 금방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 계신 교민분들 중 유독 피로감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단순히 타지 생활의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한 번쯤 점검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지휘자이자, 목소리 신경과 맞닿아 있는 섬세한 기관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 떤다”는 핀잔을 들을까 걱정하지 마시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멍울이 만져진다면 당당하게 검사를 요청하십시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어릴 때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정기 검진은 필수입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자 김종휘원장의 건강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김종휘원장은 베를린의 의학대학 Charité에서 의학과 졸업 및 의학박사 학위취득을 하였고, 독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현재는 프랑크푸르트 HNO Privatpraxis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www.hnopraxis-frankfurt.de
1450호 25면, 2026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