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살해와 성폭력을 끝장내는 베를린 액션 위크

코로나가 우리 일상 전반을 바꿨지만,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페미사이드(여성살해, femicide), 미소지니(여성혐오, misogyny)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에서부터,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강간, 스토킹, 데이트 폭력, 성추행 및 성희롱 등 성폭력은 수 세기 걸쳐 인간이 멈추지 못하는 범죄행위다. 이같은 성범죄의 다수의 피해자는 여성이며, 이것은 피를 흘리는 전쟁터에서부터 가장 가까이 가정 안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지난 7월 베를린의 그루네발트와 포츠담의 바벨스베르크 숲에서 조깅이나 산책 중이던 여성들을 강간한 연쇄 강간범 남성이 붙잡혔다. 여성들은 조깅할 때도, 산책할 때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독일 베를린에서 8월 첫 주부터 둘째 주까지 약 2주 동안 “여성살해와 성폭력에 대항하는 자기 결정(Self-determined against feminicide and sexualised violence)” 주제로 액션 위크가 시작됐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여성 단체들이 연합하여 진행하고 있는 이 행사는 올해로 3번째를 맞았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예년에 비해 많은 이벤트가 기획되지 않았지만, 함께하는 여성 단체들과 여성들의 용기와 열정, 연대 의식은 해를 더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올해는 베를린 인터네셔널리스트 페미니스트 연맹(Internationalist Feminist Alliance Berlin), 코리아협의회 산하 위안부 소모임인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AG Trostfrauen in Korea Verband e.V.), 야지디 여성위원회(Ezidischer Frauenrat e.V.), 쿠르드 여성위원회(Dest Dan e.V.) 국제여성공간 (IWS, International Women* Space), 미투 아시안스(Metoo Asians e.V.) 사회주의 여성연합(SKB, Sozialistischer Frauenbund), 수단 부흥을 위한 여성들(Women of Sudan Uprising) 등의 단체들이 함께했다.

이번 액션 위크를 공동으로 주최한 코리아협의회의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는 2009년 결성되어 교육과 홍보 사업, 캠페인을 통해 독일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다. 매년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으로 이후 2012년 지정된 날)”에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평화 침묵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 그룹에는 중국, 독일, 일본, 한국, 태국,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 중에는 한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2018년 만들어진 미투 아시안스도 있다. 미투 아시안스는 독일 내 한국 여성들이 마주하는 성범죄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한국 여성들과 아시아 여성들이 마주하는 성폭력과 인종차별에 대응하고 피해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2일, 코리아협의회에서 열린 사진전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IS(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에게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야지디 여성들에 관한 것이다. 2014년 8월 3일 IS 세력은 북부 이라크 지역의 신자르(Sinjar)를 공격해 그곳에 살고 있던 40만 명의 야지디인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 중 6000여 명의 야지디 여성들과 소녀들, 어린아이들이 강간당하고, 감금되었다가 성노예로 팔렸다.

난민으로 떠돌던 야지디인들 중 약 10만 명이 다시 신자르 지역으로 돌려보내진 상황에서, 이번 전시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이라크 현지에서 만난 생존 여성들과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주로 탈출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삶에 관하여(ÜBER LEBEN)”라는 주제의 독일어는 “생존(Überleben)”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전시는 이번 달 21일까지 코리아협의회의 무언다언 박물관에서 진행된다.

8월 8일에는 베를린 인터내셔널리스트 페미니스트 연맹에 속한 여러 여성 단체들이 모여 함께 네트워킹하고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액션 위크의 마지막은 8월 14일(금) 오후 5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리는 세계위안부의 날 평화집회로 마무리된다.

코리아협의회 위안부 소모임, 베를린 일본 여성 이니셔티브(Japanische Fraueninitiative Berlin),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 in Germany), 미투 아시안스 외 20여 개의 여성 단체들이 참가하는 이번 집회는 코로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기억하며 현재도 여전한 여성을 향한 살해와 폭력을 끝장내고자 한다. 약 100여 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다. “여성은 보호받는 성(性)이기를 그만둘 것입니다.(<자기만의 방, 1929>)” 물론 더이상 보호받기를 거부하는 여성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남성은 언제나 환영이다.

* 이 기사는 한-독 리서치 네트워크 소나기랩(https://sonagilab.com/)과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사진 /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 손어진

자료 제공 / 코리아협의회

사진 : 코리아협의회에서 열린 야지디 생존 여성들에 관한 전시회

2020년 8월 17일, 1182호 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