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권도 대부 고의민 대사범 별세… 향년 81세

한국은 물론 독일에서 태권도 세계화에 기여한 고의민 사범(전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장)이 1월 21일 밤 반평생을 바친 독일에서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1년여 동안 폐렴 증세로 투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팔순이 넘은 고인은 유명을 달리하는 그날까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마지막 날까지도 그는 태권도장을 찾았다. 직접 차를 타고 도장을 방문해 수련생을 격려하고, 손자들과 시간을 시간을 보냈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일주일 전에는 재독대한태권도사범협회 정기총회에도 참석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했다.

1942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의민 사범은 무덕관 출신으로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인천 선인고, 천호상전, 광성고 등에서 김세혁 감독 등 국내외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다. 제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 코치로 종합우승을 이끈 경기 전문 지도자이다.

1974년 10월, 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을 맡아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것은 그였다. 당시 1, 2차 선발전의 관문을 뚫고 선발된 한국대표팀 각 체급 선수는 핀급 윤창옥, 플라이급 하석광, 밴텀급 주상헌, 페더급 박원, 라이트급 이기형, 웰터급 김철환, 미들급 양영관, 헤비급 최정도. 그 중에서 윤창옥과 하석광, 주상헌, 박원 등 4명은 그의 제자였다.

대회 전 선수들은 그의 지도 아래 2주 동안 국기원에서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하며 8체급 석권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그는 방어에 대한 철저한 주의를 강조하며 공격거리 확보와 공격을 위한 활발한 발놀림(스텝), 공격과 방어를 혼합한 연결동작에 주안점을 두고, 경기 당일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1977년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또 다시 한국대표팀 코치를 맡은 그는 정만순 코치(전 국기원장)와 힘을 합쳐 종합우승을 일궈냈다.

1978년 독일 뮌헨으로 이민을 와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그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세계태권도연맹(WT) 기술위원장을 지내며 전자호구 개발과 겨루기 경기규칙 개정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꼿꼿한 인품이었던 그는 태권도 관련 정치적 발언에도 거침이 없었다. 2009년 WT 총재 선거를 앞두고 격랑에 휩싸이자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태권도연맹의 샤키 아타나시오스 프라갈로스 회장,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 겸 IOC위원인 낫 인드라파나, 박수남 부총재 등 3명이 담합해 조정원 총재 체제를 무너뜨리고 WT를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며 “총재 후보로 출마한 이들 3명은 태권도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온 인사들로, 이런 사람들이 총재로 당선될 경우 태권도 발전에 장애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9월, 당시 제자였던 김세혁 삼성에스원 태권도단 감독(현 KTA 부회장) 주도로 서울 신촌에서 제자들이 마련한 칠순잔치에 아내와 함께 동행하는 등 시간에 날 때마다 귀국해 각종 태권도 행사에 참석했다.

2016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태권도진흥재단이 주관한 ‘해외 지도자 초청 태권도 포럼’에도 참석해 열변을 토했다.

이날 태권도원 운영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포럼에서 그는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국기원 해외 정책 재검토와 오류를 지적하는 ‘해외 태권도 지도자들의 태권도원과 국기원에 대한 입장과 요망’을 발표했다.

팔순에도 그는 건강하게 활동했다. 1년 전 폐렴에 걸려 온전하게 회복을 못했지만 생활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날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도장에 나와 수련생들을 지켜보고 손자들과 지냈다. 그러다 1월 21일 밤 9시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재독태권도사범협회 유승석 회장은 “독일 뮌헨에서는 사범님을 기리는 시간을 가진 후 화장(火葬)을 해 한국으로 유골을 옮겨 선산에 모실 예정”이라며 “한국에서는 김세혁 감독을 비롯한 제자들이 모든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석 재독태권도사범협회회장은 “지난 66년간 태권도를 위해 바치신 사범님의 열정은 과거에도 있었고 오늘도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해서 남을 것입니다. ‘백발이 되어도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 되겠다’ 라는 말씀 가슴 깊이 새겨 사범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언행일치가 되는 사범이 되겠습니다. 사범님, 그 열정 저희 후배 사범들이 이어 받겠습니다. 이제 내려놓으시고 편히쉬세요“라며 고인을 추모하였다

한편 재미 김재호 사범이 도장에서 제자들과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에서 추모 열기를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재호 사범(김세혁 부회장 제자)은 도장에 고인의 영정 사진을 준비해 수련생들과 추모했다.

또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은 25일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본부에 평생 경기 태권도 발전에 기여한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분양소를 설치했다.

고인의 제자 주상헌 사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항상 마음의 수호신으로 영원할 줄 알았는데, 제자의 도리를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영면하셨으니 회한만 남는다”고 애석해 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1월 28일 독일 뮌헨에 위치한 고인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는 ‘MASTER KO TAEKWONDO’에서 가족, 세계 각국의 태권도 관계자와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1300호 17면, 2023년 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