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루헤. 칼스루헤한인회(회장 이종원)의 신년회가 지난 2월 25일 칼스루헤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고품격 고전음악회를 방불케 했던 행사에 독일 각지로부터 수많은 교민들이 참석하였으며 독일에서 활약 중인 다양한 전공의 우리 음악인들이 출연하여 행사를 빛냈다.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이날의 행사는 김수동 회원의 사회로 우리말과 독일어로 2023년 칼스루헤 한인회의 신년회 개회를 선언하였으며 첫 순서로 국민의례가 시작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들을 향한 묵념이 차례로 진행되었으며 이어서 칼스루헤 한인회 이종원 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이종원 회장은 “2023년, 잘 출발하였습니까?” 라고 좌중을 향해 안부를 묻고는 이 해가 벌써 2개월이 지났음을 각인 시켰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건강이 중요시 되고 있는 작금이다. 너무 앞만 보고 사는 것 대신 때로는 늦더라도 신중하게, 양 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살았다면 내려놓는 홀가분함으로 살기를 바란다”는 인생의 지혜를 당부하며 신년인사에 임하였다.
이어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김태형 영사가 축사를 하였다. 같은 날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순회영사 업무를 주도하였던 그는 현지에서 교민들을 직접 만난 감회로써 말문을 열었다. 김태형 영사는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자랑을 전하겠다” 하고서, 전 세계 한국 영사관의 평점이 76점인데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은 86점을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하였다. 이 같은 성과는 유럽의 한국영사관 평점을 3점이나 웃돌며 한국영사관 세계 순위에서도 10위권 내에 드는 쾌거라면서 굳이 이 것을 홍보하는 것은 교민들의 민원에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열심히 성의껏 일하고 있음을 알리려 하는 것이라고 부언하였다.
김태형 영사는 또한 재외동포청의 신설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지금의 재외동포재단이 정부 산하 ‘청’으로 신설, 인터넷 비대면으로 민원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한독 140주년 행사를 공간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으니 교민들께 기대와 관심도 당부하였다.
이어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 회장은 이날 행사 준비에 노고가 큰 칼스루헤 한인회장과 임원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행사의 성공을 빌었다.
다음으로는 남부한인회장협의회 최영근 회장의 축사가 진행되었다. 칼스루헤에서 1985년 처음 시작한 유학생활을 회상하며, 오래 전부터 친숙한 사람들과의 재회와 환대에 감사하였다.
최회장은 2023년이 다산, 풍요, 지혜를 상징하는 토끼의 해이니 용궁에 잡혀들어도 꾀를 내어 빠져나올 만큼의 탁월한 지혜로 잘 사는 한해가 되라고 축사를 마무리하였다.
감사장 전달순서에서는 칼스루헤 한인회의 정송자 회원이 프랑크푸르트 고경석 총영사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칼스루헤 한인회를 위해 다년간 봉사해온 공로가 인정되었으므로 수여된 것이다.
1부 공식행사의 말미엔 부산엑스포2030 홍보영상이 상영되어,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자 세계적 항국도시의 위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2부 순서는 피아니스트 홍지흔씨가 ‘B장조 발라드 2번(리스트 작곡)’을 연주한 뒤 카운터 테너 어창훈씨가 한국가곡 ‘봄처녀(홍난파 작곡)’를 부르고, 리코더 주자 김규영씨가 크레머의 ‘변주곡 18번’을 연주하였다.
이어 테너 김사무엘씨가 우리가곡 ‘내 마음의 강물(이수인 작곡)’을, 임현진(Sop), 이하결(Bar)씨가 이중창 ‘Lippen schweigen (Lehar작곡)’을 부른 뒤 피아노트리오 이예진(Fl), 이성창(Fagt), 정은혜(Kla)씨가 함께 한 ‘4계절 중 봄’을 경쾌하게 연주가 끝나자 우리음식으로 차려진 저녁 뷔페를 즐기는 순서가 열렸다.
어린이나 여자일 경우에도 두려움 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태권도 호신술이 펼쳐지고 저녁식사 후 곽금식 사범이 이끄는 우리의 국기 태권도 시범이 시작되었다.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 태권도 유단자들의 시범이 곽금식씨의 세세하고 유익한 해설을 곁들여 펼쳐졌다.
예상치 못한 범죄적인 침입이 있을 경우, 비록 어린이거나 여자일 경우에도 태권도 기술로써 두려움 없이 방어하고 제압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어 올림픽태권도의 시범과 독일 흑림산 나무판을 손과 발로 힘차게 격파하는 장면들을 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해의 행운을 비는 신년회답게 우리의 사물놀이 공연도 펼쳐졌다. 이영숙씨가 이끄는 영남사물놀이단은 독일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날은 놀이단의 대표 이영숙(장구)씨 외 강민찬(꾕가리), 강유안(북), 송명선(징)씨가 연주하였다.
2부 문회행사가 시작되기 전, 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 박선유 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한편 박선유 회장은 먼저 칼스루헤한인회 신년잔치 개최를 축하하며,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점을 함께 기뻐하였다.
2023년 계묘년에도 모두들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을 것을 기원하는 새해 덕담으로 축사를 마쳤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출연자들에게 청중이 한층 고무되었다. 무대는 다시 성악으로 채워지고 바리톤 이하결씨가 ‘마중(시/허림,윤학중 작곡)’을, 소프라노 임현진씨가 ‘첫사랑(김효근작곡)’을 불렀다.
첫사랑 노래의 애절한 가사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듣는 이들은 노래에 집중하였는데, 특히 ‘마중’에서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께,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라는 노랫말에 어느 백발의 어르신은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바이얼리니스트 박예지씨의 ‘바이얼린 소나타 18번 G 장조(모차르트 작곡)’가 연주될 땐 너댓살 짜리 예쁜 소녀가 청중석에서 별안간 일어나 산뜻하고 발랄한 즉흥춤을 추어 음악의 기쁨을 몸으로 표현하였으며 카운터 테너 어창훈씨의 ‘Morgen(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이 연주될 때는 카운터 테너 특유의 섬세한 감성에 박수가 터졌다.
임현진씨의 ‘보리밭’, 이하결씨의 ‘뱃노래’, 김사무엘씨의 ‘Dein ist mein ganzes Herz(Lehar작곡 )’가 불려질 때 객석에선 조용히 따라 부르거나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는 가운데 칼스루헤 신년회 잔치가 절정에 이르렀다.
칼스루헤 신년회는 행사의 기획과 내용에 있어 기존의 것과 매우 달랐다. 행사의 순서와 연주 제목, 불린 노래의 가사와 이미지가 앞에 비치된 화면에 실시간으로 안내되었다. 우리말 가사는 물론 독일어로 번역되어 현지인들의 이해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런가 하면 톰불라 추첨 번호도 색상 알림과 함께 화면으로 바로 알렸다. 배려하며 준비한 기획력이 진가를 발휘했다고나 할까.
이 외에도 이번 칼스루헤 신년회가 특별했던 것은 행사 내내 고급 고전음악을 실연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현 이종원 회장이 독일에서 활약하는 중견 음악인이라는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날 외부 인사로는 재독한인총연합회 정성규 회장, 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 박선유 회장,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김태형 영사, 남부한인회장단협의회 최영근 회장, 다름슈타트한인회 한상원 회장, 비스바덴 한인회 조윤선 회장, 하이델베르크 한인회 김인옥 회장, 비스바덴간호사회 김수정 회장,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최완 회장 등 많은 외부 인사들도 함께하였다.
한편 복권추첨에서 도보여행사가 제공한 복권 1등의 영예는 칼브에 거주하는 교민 베르너 하우저(Werner Hauser) 씨가 차지하였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행사 직전인 4시까지 진행된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순회영사 업무에는 지역동포 30여명이 방문, 여권문의, 공증, 재외국민등록, 번역공증 등의 영사업무를 보았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