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특별인터뷰]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김홍균 대사를 만나다

교포신문사는 부활절을 맞아 주독 대한민국 대사인 김홍균 대사와의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교포신문(이하 교포): 먼저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교관으로 큰 활동을 해오신 김홍균 대사님이 지난해 주독대사님으로 부임하셔서 독일 동포사회에서는 많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김홍균 대사: 작년 10월 이곳 독일에 대사로 부임한 김홍균입니다. 부임후 여러 동포단체 지도자들을 만나뵈었지만, 이렇게 서면이나마 동포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독일 동포사회는 유럽에서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동포사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1960년대에 광부 및 간호사로 독일에 진출한 근로자 동포분들이 동포사회의 근간을 이루면서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많이 수고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수고는 독일 동포사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직, 간접적으로 공헌하신 우리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땀과 눈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오시는 국회 및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분들의 공헌을 상기 시켜드리면서 관심을 당부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독일 동포사회는 1세대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1.5세대부터 3세대까지 참여할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유학, 경제활동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독일에 정착하는 한인들도 많아짐에 따라, 그야말로 독일내에서 우리 동포사회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에 대한 관심 증가, 한국과 독일간의 긴밀한 관계 등 여러 면을 생각할 때, 앞으로 독일 동포사회가 더 성장, 발전할 여지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대사관과 동포사회가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포: 김홍균 대사님의 외교관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홍균대사: 저는 33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였는데, 평화외교기획단장, 국가안보실 정책조정비서관, 차관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 등을 역임하면서,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평화와 안보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태국, 제네바, 벨기에/EU 등의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습니다. 독일은 공관장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교포: 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독일과의 외교에서의 중점과 특징은 무엇인지요?

김홍균대사: 한국과 독일은 다방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한-독 양국은 모두 전후의 폐허 속에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루어냈고, 분단의 아픔도 서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달성한 독일은 누구보다도 한국의 통일에 대한 비전과 열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경쟁 격화 등 지정학적 ․ 지경학적 구조 변동 속에서 한국과 독일 양국은 안보․경제 및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안보, 보건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공유해나가고 있습니다.

숄츠 독일 총리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시대전환(Zeitenwende)’을 천명하고 자유 민주주의 질서 수호를 위해 독일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는 2차대전 및 독일 통일 이후 유럽과 세계질서에 대한 독일의 대외정책 방향에 있어 매우 큰 변화를 의미합니다. 또한 독일이 한국과 같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더욱 중시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한국과 독일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우방국으로서 외교, 안보 분야에서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첨단기술, 에너지, 디지털 전환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높은 협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경제 파트너로서,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에는 우리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본부와 연구개발센터를 포함하여 500 여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는 데, 이는 양국간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일과 유럽 내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독일의 글로벌 기업과 히든 챔피언들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우리 외교가 중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교포: 김홍균 대사님께서 앞으로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대독일 외교의 주요 분야를 소개해 주신다면…

김홍균대사: 한국과 독일 양국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가치 파트너로서 그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왔습니다. 지금도 독일 정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 수시로 강한 규탄 성명을 내고 있으며, 작년 11월 방한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담대한 구상’에 지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러한 협력을 지속 강화해나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근본적인 목표인 한반도 평화 통일과 관련해서도 독일과 지속 소통해나가고자 합니다.

양국간 협력은 비단 외교․안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는 독일을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서‘실질협력 가치외교 파트너십’의 대상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독일 또한 2020년 9월 발표한 ‘인태 정책 가이드라인’에서 우리나라를‘가치 파트너’로 사이버 안보,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분야 등에서 협력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양국이 서로를 가치 파트너, 매우 중요한 협력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과 독일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규범 기반 국제질서와 자유 민주주의 질서 등 국제사회의 중요한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도 협력해나갈 여지가 매우 많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저는 한-독 양국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협력의 역사에 더하여 친환경, 사이버 안보, 디지털, 핵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추진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는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태지역의 평화 및 번영 증진과 국제사회의 규범 기반 질서 수호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한-독 수교 140주년의 뜻 깊은 올해, 양국 간에 고위급 교류의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교포: 한독수교 140주년과 파독광부 60주년에 관한 대사님 소감은?

김홍균대사: 한국과 독일이 1883.11.26. 통상·우호·항해 조약 체결로 외교관계를 시작한 이후 벌써 14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40년 동안 양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였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1950년대 이후, 독일은 한국의 경제부흥을 위하여 재정, 경제 및 기술원조를 제공하였고, 한국은 서독이 자국의 경제 재건에 필요한 노동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간호사 및 광부를 파견하였습니다. 이렇듯 지난 140년간 양국 관계의 역사에서 파독 광부 및 간호사의 역할과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이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합니다. 특별히,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이 점점 연로해 지시는데, 더욱 더 건강하셔서 한국과 독일의 관계가 더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독 수교 140주년인 올해는 이러한 한국과 독일 양국 관계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희망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양국 관계의 그림을 그리는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인 한국과 독일 양국이 양국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이슈에 함께 대처하는 등 든든한 동반자로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포.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대사관의 특별한 활동은 무엇이지요?

김홍균대사: 우리 대사관은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별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행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월 한 달 내내 베를린 시청에서 한-독 교류역사를 보여주는 특별전을 가집니다. 7월에는 ‘함께하는 길(Gemeinsame Wege)’ 공연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Konzerthaus)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공연은 유·청소년 합창단을 포함하여 한독 양국 음악가들의 합동 공연으로 진행되며, 피아노 듀오, 바이올린 듀오, 독일 도르트문트 어린이 합창단, 독일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 한·독 현악 오케스트라가 함께 참여합니다.

9월 말에는 국립무형유산원과 협업으로‘생각하는 손(Thinking Hands)’공연을 베를린 아드미랄스팔라스트(Admiralspalast)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국가 무형문화재인 ‘사기장’과 ‘매듭장’을 주제로 독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창작무용 공연으로, 무형문화재 작업을 무대공연으로 표현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의상과 음악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현대와 조화를 찾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하여 독일 베를린 국립박물관인 훔볼트 포럼에서의 전시회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유물 및 미술품을 대여하고 나아가 민속학 박물관 소재 유물을 토대로 선별하여‘140년 전 독일인이 본 한국’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교포:. 대한민국 정부의 대동포사회 정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홍균대사: 잘 아시다시피, 재외동포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재외동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재단을 대신하여 독립 기관인 재외동포청을 신설하였고 오는 6.1 출범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동포사회의 권익을 증진하고 동포사회가 서로 화합하는 가운데 더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재외동포 1세대들께서 거주국에서 한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하며, 차세대들에게는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하는 한편,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주국의 제반 분야에서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또한, 정부는 재외동포들에게 영사, 민원 서비스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 이행에 있어서 대사관 등 해외 우리 공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동포사회와 대사관이 서로 협력적인 소통을 통해 동포사회가 거주국에서 모범적인 공동체로 인정받고, 화합,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포:. 동포사회가 조국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인지요?

김홍균대사: 대한민국은 독일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흩어져 살지만,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거주국에서 인정받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에 대해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인 동포사회는 한국과 거주국간의 양국 관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으로, 소중한 외교적 자산(asset)입니다.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거주국 사회의 모범적인 일원으로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갈 때, 그리고, 더 나아가 거주국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재외동포들을 통해 한국이 인정받고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민자이든 장단기 체류 여부에 관계없이 동포 단체들을 통해 보여주는 한인사회가 모범적인 커뮤니티로 인정받을 때 한국의 위상은 높아질 것입니다.

교포: 끝으로 재독 동포사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홍균대사: 독일 동포사회의 형성과 발전에는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이 중심이 된 1세대들의 수고가 밑받침이 되었습니다. 우리 동포사회가 더욱 활발하고 성공적인 이민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동포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우리 동포사회에서 연방하원의원을 배출하는 등 우리 차세대 동포들이 주재국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동포사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세대 동포 2세들이 동포사회에 뿌리내리고 동포사회를 보다 더 강건하고 역동적으로 이끌어 갈수 있는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대사관과 동포단체가 함께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포 사회도 한독 수교 140주년 및 파독 광부 60주년인 올 한해 더욱 더 화합,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교포: 다시 한 번 교포신문과 재독동포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편집실)

1309호 10면, 2023년 4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