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63년전! 혈기 왕성했던 한국 청년들이 오로지 “성공하리라!”라는 목표 하나로 멀고 먼 독일 탄광으로 간 청년들!
지옥과 같은 막장으로 들어가면서 생명을 담보로 나눈 인사 ‘글뤽 아우프!’,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글뤽 아우프’를 외친 사람들.
63년이 지난 지금, 외롭게 타향 땅의 흙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걸어온 그 길은 ‘한국의 등불’이 되어 우리를 밝히고 있다.
재독북부한인 글뤽아우프 63주년 문화행사가 6월 12일 독일 함부르크 하우스( Doormannsweg 12, 20259 HH)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광부 세대 원로들을 비롯해 지역 한인사회 인사, 교민, 차세대 청년들까지 폭넓게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한국인 광부들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한편 세대 간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김남훈 회장의 환영 인사로 막을 올렸다.

김 회장은 “타향에서 보낸 63년이라는 세월을 돌아보면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 우리는 낯선 땅의 깊은 막장에서 일했지만, 그 시간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고된 시간을 견뎌낸 동료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이며, 현장에 참석한 원로 세대에 대한 존경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환영 인사는 단순한 개회사가 아니라, 한 세대의 삶과 기억을 압축한 증언에 가까웠다. 참석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시절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례 이후 이어진 축사에서는 광부 세대에 대한 공식적인 존경과 평가가 이어졌다.
이상수 주 함부르크 총영사는 “63년 전 독일로 건너와 헌신하신 광부 여러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영광의 상징이며, 모든 세대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며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길봉 함부르크 한인회장 역시 “선배 세대가 몸을 아끼지 않고 이룬 경제적 토대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재외동포 사회가 존재한다”며 “그 헌신은 후손들에게 길을 비추는 등불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혁 안드레아 아벨리니 함부르크 가톨릭교회 신부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재혁 안드레아 아벨리니 신부는 광산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인사 “글뤽아우프(Glückauf)”의 의미를 설명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말은 ‘무사히 돌아오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생명을 건 노동 현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장은 어둡고 두려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족과 미래를 위한 희망을 찾는 장소였다”며 “여러분은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을 캐낸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축사들은 공통적으로 광부 세대를 단순한 ‘과거의 주역’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적 존재로 평가했다.
문화공연으로 이어진 세대 공감의 무대
2부 문화행사는 다양한 공연으로 구성돼 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함부르크 여성합창단의 합창 공연으로 시작된 무대는 성악가 추연구(베이스), 이진희(소프라노), 김성윤(피아노)의 협연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차르트 오페라 요술피리와 한국 가곡 ‘파랑새야’, ‘나의 길’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김태형 씨의 피리 연주, 태권도 시범, 풍물 공연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88세 조병무 회원이 선보인 즉흥 하모니카 연주는 세월의 깊이를 담은 무대로, 현장에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행사 후반에는 ‘Jessica 외 7인’의 K-POP 공연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젊은 세대의 공연은 원로 세대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세대 간 문화적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공연과 함께 마련된 음식 나눔 시간은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이 됐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공동체적 유대가 현장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3년 계약이 어언 50년 60년으로 접어들었고 이젠 우리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결코 여러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깊은 격려와 감사에 고개 숙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영남 기자 (youngnamls@ gmail.com)
1463호 8면, 2026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