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편: 가처분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가처분이 전시 부스로 송달됐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것처럼 가처분은 말 그대로 임시적 즉 일시적인 처분이다.
이러한 가처분의 임시적 성격은 다음 두 가지 방법으로만 풀어질 수 있다.
– 피청구인의 종결선언(Abschlusserklärung) 또는 법원의 판결로 최종 확정
– 피청구인의 불복신청 제기 후에도 판결로 취소
먼저 피청구인(=침해인)이 종결선언을 통한 가처분의 종말에 관해 다루어 보자.
침해자는 가처분과 근거가 되는 지식 재산권 침해에 대한 혐의를 검토한 후 자진해 신청자에게 종결선언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가처분을 최종적이고 영속적인 결정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법적 분쟁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피하려면 이러한 종결통지는 가처분이 송달된 후 약 10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종결선언은 법적으로 확정력 있는 종국 판결의 효력이 있으며 철회할 수 없다. 권리를 침해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피신청인이 자진해서 종결통지를 하지 않으면, 신청인은 가처분을 송달한 후 약 14일 후에 종결 선언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요청은 비용 부담 의무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독일에서 관련 제품을 계속 공급하거나 판매하려 할 의사가 없어 어쨌든 가처분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종결 선언서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종결 선언 후 피신청인은 마치 소송 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침해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보 제공 의무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포함된다: 제품의 원산지, 구매가격 및 판매가격, 유통경로 등. 이러한 정보는 궁극적으로 산업재산권자의 손해를 추산하는 역할을 한다.
종결선언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이 최종 선언을 하지 않으면, 보통 신청자는 십중팔구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침해자가 가처분에 불복신청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불복신청을 받아들이면 가처분의 효력이 상실된다. 가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은 정해진 기한이 없어 전시회에 가처분이 내려지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제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가처분은 그때까지 계속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며, 이와 병행하여 침해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침해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여겨져 적극 방어를 하려고 한다면 종결 선언을 하지 않고 가처분에 불복신청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은 가처분 결정을 다시금 확인하거나 또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가까운 시일 안에 구두 심리 일정을 잡는다. 이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다시 항소가 가능하다.
불복신청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이는 계속해서 긴급 절차(Eilverfahren)에 속하기 때문에 양 당사자는 필요한 모든 증거와 증인을 정해진 기일에 한꺼번에 „끌어모아“ 오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역사 및 문서 번역도 준비해야 한다.
피신청인은 법원이 내린 가처분이 “잘못”되었음을 논리정연하게 납득시켜야 한다. 법원이 신청서를 간단히 훑어보고 신청자의 주장만 보아주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글쎄. 판사가 자기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도록 유도하기는 웬만한 끈기와 설득력 없이는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파란만장한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현장 국제 전시회를 살펴보다” 연재 안내
지금까지 “국제 전시회”란 주제를 통하여 전시회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지식재산권 자가 자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하며, 어떤 법적 조치를 하는지 차례대로 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호에서는 국제 전시회 참가를 희망하는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준비과정에 도움이 되는 주의사항이나 권면의 내용들을 실무 위주로 남경순 변리사님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파란만장한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현장 국제 전시회를 살펴보다” 연재 안내
1편: 전주곡 (도입부)
2편: 지식 재산권 침해 = 침해 대상 +침해행위(?)?
3편: 경고란 실제로 무엇인가?
4편: 가처분, 지금부터는 정말 심각해진다!
5편: 가처분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페터 리 변호사 (Peter Lee,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법률학 석사, 변호사 사무소: 뒤셀도르프 소재), 연락처: www.rechtsanwalt-lee.de | kanzlei@rechtsanwalt-lee.de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1183호 3면, 2020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