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지식재산청 EUIPO (1): 설립배경과 연혁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 (EUIPO: European Unio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은 1994년 “유럽 공동체 상표청”이란 명칭으로 출범하였다. 모든 EU국가에서 효력을 갖는 상표와 산업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이 거대한 국제기관의 설립 배경과 연혁을 알아보자.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는 1970년대 유럽특허제도를 통해 유럽 각국에서 개별특허출원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호책을 마련하였었지만 이를 단일시장 완성을 목표로 하는 지재권 보호 방안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유럽공동체가 지역공동체로서 통일된 상표법을 준비해 하나의 상표출원을 단일기관에 제출해 유럽공동체(후에는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서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상표를 탄생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유럽공동체상표 (Community Trade Mark)였다.
유럽공동체상표 시스템의 초안은 1980대에 이미 준비되었지만 유럽공동체 회원국간에 공식 언어와 단일화된 상표청의 소재지에 대한 이견, 그리고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는 등 13년동안 지연되다 지난 1993년 12월 유럽 이사회에서 유럽규정 40/94을 극적으로 공포하면서 유럽공동체상표 (Community Trade Mark)가 탄생하였다.
특허의 경우 각국이 고려하는 특허의 주권이나 국방관련 비밀 유지 등의사항이 있어 유럽공동체 회원국간의 합의는 불가능 했지만 상표의 경우 시장에서 단일화된 상표가 더 경쟁력이 있고 주권 문제도 없기 때문에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이 긴 협상을 통해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었고 전 세계 어느 지역에도 없는 혁신적인 상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그리고 유럽공동체상표청의 공식명칭을 OHIM (Office for Harmonization in the Internal Market)이라고 결정했는데, 공동체 시장에서의 통일을 도모하기 위한 기관이라는 상표나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공식명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기관의 소재지는 스페인 알리칸테(Alicante)로 정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도 아닌 알리칸테라는 생소한 도시를 왜 유럽상표의 메카로 지정했을까?
알리칸테는 스페인에서 유명한 여름 휴양지로 북유럽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해변들이 많다. 그래서 나중에 유럽공무원들이 가장 발령받고 싶어하는 신의 직장이 바로 OHIM이 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이며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일년에 12번 정도만 오는 도시다.
또한 지금은 유럽 어디나 비슷비슷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타 북유럽 국가 물가와 비교 시 반도 안 되었고 부동산 시세도 저렴했기 때문에 북유럽에서 매일 빗소리만 들으며 먹구름만 보고 있던 유럽 공무원들에게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공무원들이 알리칸테 상표청 시험에 대거 응시했고 지금도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이 알리칸테에 살고 있다.
유럽공동체상표 제도의 공식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총 5개 언어이며 절차상 제 1언어 및 제 2언어를 공식언어 중 골라야 하는데 출원서가 5개 공식언어 중 하나로 제출되어 있지 않을 시 유럽상표청 및 이의 신청인이 제 2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상표 출원 및 등록 공고시 모든 출원 상품목록은 유럽연합 회원국 언어로 동시 번역된다.
유럽공동체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던 유럽공동체 상표청은 1994년에 열린 이사회에서 청장 Jean-Claude Combaldieu (프랑스), 부청장 Alexander von Mühlendahl(독일), 부청장Alberto Casado Cervino(스페인)을 임명하고 1994년 9월에 유럽공동체상표청의 일방행정업무를 개시하였으며 1996년 4월 1일 유럽공동체 상표청이 공식 개청되면서 유럽공동체 상표제도를 이용한 지역 공동체 상표 출원 제도가 탄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2000년부터 거의 10년을 알리칸테에 살면서 위의 공동체상표 선구자 3분을 직접 뵙고 이분들이 어떻게 유럽공동체상표를 발전시켰는지 가까이에서 보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유럽연합내에서 혁신적이며 성공적으로 탄생한 유럽공동체 상표 시스템에 힘입어 유럽공동체 디자인 (Registered Community Design)도 탄생하게 되는데 유럽공동체 상표청이 유럽공동체 디자인의 출원 및 등록 업무도 맡게 되었다. 유럽공동체 디자인은 저렴한 수수료와 2주일이면 등록이 완결되는 방식심사만 있어 역동적인 시장 트랜드에 맞춰진 디자인 보호가 가능케 했다.
다음 편에서는 OHIM이 변천을 거듭하며 새로운 명칭으로 이룬 현재의 모습과 활동·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저자: 이윤교 변호사 (스페인, 아르헨티나), Magister Lvcentinvs 지식재산권법 석사, 아르헨티나 변리사, 스페인 마드리드 거주
소속: IMALEGAL 로펌 공동 대표 변호사, 연락처: yklee@imalegal.com, www.imaleg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