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전망’,
류현옥 작가 네 번째 산문집 『그때와 지금』 출판하다

재독문인 류현옥 작가의 네 번째 산문집 『그때와 지금』 이 도서출판 ‘전망’에서 출판되었다.

『그때와 지금』에는 1970년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와 지난 50여 년 간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살아온 류현옥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망향의 50년 세월, 디아스포라의 삶이 가지는 숱한 어려움과 질곡 속에서 희망과 꿋꿋함을 잃지 않고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교포신문 등을 통하여 꾸준히 글을 발표하고 있는 저자 특유의 문체에는 독일과 한국이라는 두 나라를 연결해 주는 독특한 감성이 묻어난다.

『그때와 지금』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는 산문 “빗소리, 빈터에서, 쑥 먹는 사람들, 국경선을 지킨 돌다리, 제2의 고향 베를린, 스판다우, 시락국, 콩나물 비빔밥, 문 밖의 세상, 친구 경연이, 부고, 바람 든 아재, 동지팥죽, 설 떡국, 망향의 50년,”이 실려 있다.

제 2부에는 “노클 전말기(顚末記), 동료 닥키와 비어즈, 여행자 발드마, 단식하는 남자들, 베니의 세계, 생활철학 모임, 어느 신사의 마지막 여름, 컴퓨터 교실 노인정, 게아트루드”, 제 3부에는 “구름 속 마추픽추―남미여행 1, 티티카카 호수에서―남미 여행 2, 삼바의 고향, 리오데자네이―남미 여행 3, 인디언족을 기리며―남미 여행 4, 캥거루 그림, 카프카의 바벨탑, 겨울 산책, 헤어버터의 재출발, 꽃집 여자” 글이 실려 있다.

류현옥 작가는 그동안 산문집『베를린의 하늘』, 『스판다우의 자작나무』, 『국경선의 모퉁이』을 출간한 바 있다.

다음은 저자 류현옥 작가가 산문집 『그때와 지금』의 책머리에 서문으로 쓴 글의 전문(全文)이다

나를 찾는 작업

1970년 9월 김포공항을 떠난 이후 올해로 만 50년이 되었다.

나는 그때 누구로서 출발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를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 파란만장한 일들이 환희와 슬픔의 나날로 지나갔다. 몸과 마음에는 크고 작게 상흔들이 남겨졌다. 감탄으로 숨이 멎을 듯, 흐르는 피를 잠시 더 빨리 돌게 하면서 깊은 상처 까지 아물게 했던 환희의 순간들이 있었고 고독과 불면의 심사숙고가 같이 하여 참고 이겨내는 힘을 얻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희비의 반복 속에 나라는 한 인간 형성되어 온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입증 해주는 역할들을 내가 선택하여 한 것만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난 것부터 시작하여 외국으로 떠난 간호사의 역할이 그랬다. 이방인으로 디아스포라로 한평생 살아오며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내가 되었다. 내 속이 어떻든 내 겉모습은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나를 성인으로 만들어준 두 딸의 탄생과 그들의 성장을 지켰던 어머니의 역할이 내게는 무척 중요했다. 이국땅 에서 태어난 그들은 나의 어린 날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나가야 할 투쟁력을 갖추어야 했다. 각박해진 세상이 요구하는 생존경쟁의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하는 나의 의무와 책임이 뒤따랐다.

세상에 대한 그들의 불같은 호기심 또한 만족시켜 주어야 했다. 두 생명은 나를 힘차게 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순간순간 행복과 감사로 숙연한 생의 자세를 유지하게 해주었다.

이 모든 것이 채찍이 되어 내 삶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지만 나의 이러한 역할 뒤에 숨겨져 있는 나는 표출되지 않았다. 그동안 네 권의 수필집을 내면서 내가 쓴 글 중에 “ 것이 나다!”라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이며 내가 왜 여기에서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며 글을 쓸 것이다.

독일의 여류작가이자 영화, 연극연출가인 도리스 되리(Doris, Dörrie)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생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우리 눈앞에 놓인 것을 실제적으로 보는 것이다. 혹은 잃어버린 것이나 잊은 것을 재발견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위로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며 탄핵이 며 축제이다”

내 글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탄핵, 더불어 내 생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1205호 14면, 2021년 2월 5일